산천에서,
힘없고 빽 없는 초목은 지금 때를 맞았습니다.
그들에게 겁나고 무서운 존재는
추상(秋霜)입니다.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 몰라서,
초록의 작별은 핏빛이다 못해 노랗게,
혹은 새하얗게 질린 채 고운 결별을 선언합니다.
추상 앞에서 산천 초목 버티기 어렵겠습니다.
풀잎은 가을 앞에서 색을 바꾸고,
나무는 가을 앞에서 옷을 벗고 있습니다.
봄은 잔인한 계절,
여름은 인내와 격정의 계절,
가을은 찬서리 내리는 무서운 계절입니다.
가을 서리가,
결실과 쇠락의 분수령을 이루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전하의 명을 추상같다고 했습니다.
해서,
추상은 엄하고 권위 있는 명령을 비유합니다.
이 가을 거두어지면 산천 초목은
추상(秋霜)을 맞을 제,
우리의 전하는 너무 때 이른 추상을
내리신 게 아니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