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23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2 -내글-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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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실내에는 싸늘한 냉기가 감돌며 인사과장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침묵과 더불어 윤도형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고, 돌연한 윤도형의 욕이 실린 고함에 인사과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불쾌한 표정을 띠우며 말을 꺼냈다.
“네, 무슨 말씀…?”
인사과장이 다시 입을 열자 윤도형은 자리에서 일어서 인사과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말씀은 무슨 말씀, 너 같은 놈이 참모로 있으니 내가 내명에 못 죽지. 너 당장 나가! 그리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말아라, 내가 책임지고 다른 부대로 전출 보내 줄 테니!”
- 꽝
이어서, 윤도형은 회의실 탁자를 발로 차고 회의실을 나오며 소리를 쳤다.
“회의 끝내고, 작전! 너는 저 자식 쫒아내고 수색대일 책임지고 지휘해서 좋은 결과 있도록 처리해, 제기랄!”
윤도형이 회의실을 나가자 깊은 침묵이 회의실을 감싸 돌았다.
정민은 정신이 든 후로 끝없이 덤벼드는 이름 모를 흡혈갑충(吸血甲蟲)들에게 5일째 쫒기며 점점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흡혈갑충을 처음 발견한 건 정민이 동굴 밖으로 신호를 보내기 위해 공포탄을 발사하고, 그때 발생한 충격파에 무너지는 돌에 맞아 정신을 잃고 있다가 무언가가 목덜미를 깨무는 느낌을 받고 정신이 들었을 때였다. 만 하루를 정신을 잃고 있다가 깨어났을 때 그의 목에는 이상한 모양의 갑충(甲蟲)이 목에 붙어서 자신의 피를 빨고 있었다.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회색의 납작한 모양으로 고생대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삼엽충 모습을 닮은 갑각류였다. 정민은 기겁을 하고 그 갑충을 목에서 떼어내 발로 밟았다.
- 바사삭, 찍
갑충은 몸이 으스러져 죽으면서 방금 정민의 목에서 빨아 소화 시키지 못한 빨간 피와 누런 액체, 그리고 피비린내와 겨자 썩는 냄새와 같은 약간 매운 향이 나는 이상한 냄새를 풍겼다. 정민은 이상한 냄새에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그 냄새 한 번 죽이는군.’
정민은 정신을 잃기 전보다 어두워진 주위를 살폈다. 위쪽으로 뚫린 동굴입구에는 총소리가 충격파로 커다란 바위가 굴러와 막고 있었고, 조그마한 틈새로 연극무대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처럼 직경이 1m 되는 둥근 모양으로 바닥을 비출 뿐 나머지 공간은 어둠에 싸여 있었다.
정민은 바로 밝은 빛이 비추는 곳으로 이동해서 몸을 살폈다. 다리에 난 상처는 압박붕대위로 약간의 피가 배어나와 있었다. 떨어진 돌에 맞은 뒷덜미가 묵직한 느낌이 있을 뿐 그밖에 외상은 없었다. 몸의 상태가 확인이 되자 긴장 조금 풀리면서 갈증과 함께 배가 고파왔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꼬박 30시간이 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우선 허리에 차고 있던 수통을 풀어 물을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자 곧바로 장비를 확인했다. 다행이 배낭은 동굴이 막힐 때 쏟아진 흙이 약간 덮여있었다. 그러나 정민이 들고 있던 소총은 온전하지 못했다. 정민이 쓰러지면서 총구가 바닥에 꽂혔고, 총구 속에 이물질이 잔뜩 들어가 막혀 손을 보기 전엔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당분간은 밖으로 신호를 보낼 방법이 없겠는 걸. 우선은 배를 좀 채워야 하겠어,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닌가? 후후후.’
정민은 처지가 좋지 않음에도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자신에게 농담을 했다. 그리고 전투식량을 찾아서 배낭을 열었다. 이것저것 배낭의 물건을 뒤적여 3일분의 전투식량이 담긴 주머니와 비상식량이 담긴 플라스틱 통 두 개를 찾아내어 빼기 쉽게 따로 챙기고 전투식량 주머니를 꺼냈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것들로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군. 입구가 거의 막혔으니 구조대가 나를 찾으려면 쉽지 않을 것이니 버티기로 들어가야 하겠어.’
전투식량 주머니 속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았다. 포장지에 쓰여 있는 내용을 살펴보다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 써있는 것을 골라 포장을 뜯어내고 먹기 시작했다. 오래 동안 허기진 관계인지 몰라도 입맛에 맞았다.
‘흠, 새로 보급된 것이군. 먹을 만하네, 다른 것들도 이렇게 맛이 있으면 좋겠는데…!’
정민은 포장을 뜯은 전투식량을 다 먹고 수통의 물을 마셨다. 포만감은 덜했지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더 이상의 식탐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배가 채워지자 장비를 점검하고 챙기기 시작했다.
정민은 처음 빠져 들어온 입구가 막혔기 때문에 다른 입구를 찾아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다른 입구를 찾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군장을 다시 꾸리기로 했다. 정민은 우선 주낙하산의 줄을 전부 챙겼다. 동굴을 혼자 빠져 나가기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밧줄이기 때문에 낙하산 줄은 철저하게 챙겨서 매듭으로 잘 잘 정리해서 배낭에 달았다. 조장이었기 때문에 추가 지급된 서바이벌 키트(survival kit)와 구급함을 이동이 용이하도록 분리작업을 해서 새로이 군장을 꾸렸다. 동굴의 특성을 고려해 습기가 차지 않게 방수처리가 잘되어 있는 낙하산 천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배낭을 잘 감싸고 등에 져보니, 무게가 30kg 정도로 느껴졌다.
‘이정도면 자유스럽게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겠군. 후후, 산속에서 100일 동안 물지게를 지고 산을 뛰어다닌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는데! 가만 있자 한 10kg 정도는 더 져도 될 것 같으니 비상 낙하산을 챙겨놔야 하겠는 걸. 그리고…, 옳지! 방독면 주머니에는 급할 때 쓸 것들을 따로 챙겨야 하겠어. 특히 쇠붙이들은 따로 잘 모아놔야 하겠지!’
정민은 생도시절 비행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받았던 항공생환훈련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겨 군장을 꾸렸다. 정민은 챙긴 군장을 등에 지고 방독면 주머니도 허벅지에 찬 후 소총을 어깨에 가로매고 헬멧까지 챙겼다. 그리고 두 개의 수리검은 언재든지 던지기 쉽게 왼쪽 옆구리에 띠를 두르고 꽂았고, 허리에는 탄띠에는 대검과 실탄 주머니를 달고 동굴입구를 찾기 위한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
정민은 서바이벌 키트(survival kit)에서 꺼낸 손전등을 켰다. 주위를 다시 살폈다. 자리를 떠나려다 멈칫했다.
‘그냥 떠나면 나중에 구조대가 왔을 때 문제가 있겠군. 표식을 하고 떠나야하겠는 걸.’
정민은 손전등을 끄고 등에 맨 배낭을 바닥에 내리고, 서바이벌 키트(survival kit)에서 꺼낸 다용도 칼로 낙하선 천을 잘게 찢기 시작했다. 서바이벌 키트(survival kit)에 있는 다용도 칼에는 일반용과는 다른 낫 모양으로 날이 서있는 칼날이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은 매달린 상태에서 줄을 쉽게 끊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으로 천을 찢기에도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조각을 내서 길에 하나씩 표시 해 놓으면 길도 잃어버릴 염려도 없으니 일거양득이군. 역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어. 생각지 못하고 그대로 출발했다면 나중에 고생할 뻔 했군.’
30여분의 작업 끝에 한 무더기의 천 조각을 만들 수 있었다.
- 사사삭, 사사삭
어디선가 마른나무를 서로 부비는 소리가 났다. 부산을 떨며 천 조각을 챙기던 정민은 이상한 소음을 듣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뭐지? 이곳에 산 짐승이 살고 있나?’
바짝 긴장한 정민은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작았던 소음이 점점 커지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려놓았던 군장을 다시 메고 정민은 소음이 나는 방향의 반대로 산에서 익혔던 24가지 걸음 중에 소음을 내지 않는 걸음을 몸에 익힌 대로 조심스럽게 어둠속으로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4 ~ 5m을 이동하여 동굴 벽에 도달하자, 소음이 나는 곳을 주시하며 왼손을 더듬어 앞을 가릴 장애물을 찾으면서 조금씩 이동하였다. 몸을 가릴 수 있는 바위 둔덕을 확인하고 정민은 조심스럽게 자리를 확인하고, 군장 배낭과 천 조각을 앞 쪽에서는 보이지 않게 잘 갈무리한 후 웅크리고 앉았다.
정민은 조심스럽게 어깨에 걸었던 소총을 풀어서 대검을 꽂아 착검을 하고 앞으로 잡았다. 산짐승을 대하려면 짧은 것보다는 긴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정민이 자리를 잡고나자 커지던 소음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 다가오던 무언가가 정민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으로 판단되어, 정민은 더욱 긴장하고 더욱 세세히 주변을 살폈다.
‘헉! 뭐, 뭐야? 저것들은…!’
그렇게 긴장하며 주위를 살피던 정민은 기겁을 했다. 무언가가 검붉은 흙바닥을 회색으로 덥고 있었다. 정민은 숨을 한번 몰아 쉰 뒤, 찬찬히 회색의 물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물체가 아닌 여러 개, 아니 수백 개의 회색 자갈이 갈린 것처럼 보였다.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니 정민이 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의 피를 빨다 밟혀죽은 흡혈갑충(吸血甲蟲)과 똑같았다.
‘에고! 괜히 긴장했잖아, 후후후!’
정민은 실소를 흘리며 다시 한 번 그것들을 관찰하였다. 특이하게 밟혀죽은 흡혈갑충 주위로 수백 마리가 마치 죽은 동료를 추모라도 하는 듯이 동심원을 그리며 모여 있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른 뒤 갑충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사사삭, 사사삭
정민이 움직인 발자국 중 갑충을 밟은 쪽으로 차례차례 걸음을 걷듯이 뭉쳤다가 흩어지며 다가오고 있었다. 정민은 기껏 긴장해서 숨어있던 이유가 보잘 것 없는 벌레라는 것이 허탈했다. 정민은 갑충들을 무시하고, 소총에 꽂았던 대검을 뽑아 대검 집에 끼우고, 다시 배낭을 멘 후 천 조각을 챙긴 후 손전등을 다시 켰다.
- 휙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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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