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가장 귀한 선물

큰가방 |2004.11.13 14:03
조회 8,381 |추천 0

가장 귀한 선물


엊그제 짙은 구름이 몰려와 많은 비가 뿌리고 지나가더니 오늘은 초겨울의 추위와 함께 거센 바람이 찾아왔습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도로 아래쪽에 하얀 머릿결을 곱게 빗어 넘기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고개를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던 억새가 오늘은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게 머리채를 내 맡기고는 하얀 머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안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시골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산 밑으로 길게 뻗어있는 폭이 좁은 도로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많은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구르며 나르며 흩어졌다가


구석진 곳을 찾아 함께 모여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골마을 농가에 빨간 감 몇 개를 달고 하늘 높이 서있는 감나무에 이제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몇 장 밖에 남아있지 않은 감나무 잎 파리를 지나가는 바람이 모두 빼앗아 가려는 듯 강한 입김을 불어대더니 끝내 이파리 한 장을 빼앗아 하늘 높이 데리고 올라가더니 어디론가 멀리 날려 보냅니다. 강한 바람 때문에 빨간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달리는 저는 중심 잡기가 무척 힘이 들어 두 손으로 오토바이 핸들을 꼭 잡고서 천천히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서당리 은행(銀杏)마을입니다. 은행마을은 마을 뒤편에 커다란 은행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데 그 나무의 이름을 따서 은행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은행마을의 우편물 배달이 거의 끝나갈 무렵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어오는데도 양지쪽에 할머니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저를 바라보시더니 “아저씨! 아저씨!”하고 반갑게 저를 부르십니다. “예! 할머니 왜? 그러세요?”하였더니 굉장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거시기 내가 아저씨 하고 뭣을 타합 좀 해 봐야 쓰것네!”하십니다.


“할머니! 무엇을 타협하시게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허리춤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저의 손에 쥐어주십니다. “아니! 할머니께서 무엇을 주시지?”하고 받아본 것은 값이 그리 비싸보이지는 않은 금도금을 한 노란목걸이 하나입니다. “할머니! 이건 목걸이 아니에요? 그런데 왜 저를 주시는 거에요?”하였더니“아저씨! 우리 딸이 은제 뭔 날이라고 나 걸고 댕기라고 갖고 왔단 말이요! 그래서 내가 모가지에 잘 걸고 댕겼는디 어지께 본께는 붕알이 빠져갖고 방바닥에 궁글어 댕기드란 말이요!


그래서 본께는 줄이 떨어져갖고 줄은 줄대로 궁굴어 댕기고 붕알은 붕알대로 떨어져갖고 궁굴어 댕기고 그래서 우리 딸한테 전화를 했드만 우체부 아저씨 한테 보내라고 그라드란 말이요! 그라문 고쳐갖고 다시 보내준다고! 그란디 이른 것도 편지로 보내질랑가 몰것네 잉?”하십니다. “할머니! 그럼 이 목걸이는 따님이 할머니 생일 선물로 사다드린 거에요?”하였더니 “금메! 목걸이가 영 비싸꺼인디 해 갖고 왔드란 말이요! 그란디 줄이 떨어져분께 우추고 모가지에 걸고 댕길 수가 있어야제!”


하시며 굉장히 걱정스런 얼굴이십니다. “예! 할머니! 걱정하지마세요! 따님께 보내드릴게요!”하면서 “그런데 할머니 따님 주소가 있어야지요! 따님 주소는 알고 계세요?”하였더니 “아따~아! 내가 그른 것도 모르간디!” 하시며 꼬깃꼬깃 접어진 편지 봉투 한 장을 저에게 내미십니다. 그래서 봉투를 펴보니 전화를 통해서 받아 적은 듯한 조금은 서툰 글씨로 커다랗게 또박 또박 적어놓은 주소입니다. 그런데 맨 봉투의 맨 아래 쪽을 보니 무슨 숫자가 적혀있는데 그것이 무슨 숫자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아서


“할머니! 이건 무엇이에요?”하였더니 찬찬히 들여다보시더니 “거시기 우리 딸 행드폰 번혼갑구만!” 하십니다. “할머니! 그럼 이 주소는 할머니께서 적은거에요?” 하였더니 “아따~아! 늙은이가 뭔 글씨를 쓸지 알간디! 그냥 옆에 아제한테 써주라고 그랬제! 그란디 목걸이는 우추고 보내껏이여? 그것이 편지 봉투로 해갖고는 안되꺼인디 비싼 목걸이 으디 가다가 빠져 불문 큰일인디 괜찮할랑가 몰르것네!” 하시며 무척 걱정스런 눈치십니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 목걸이는 비싼 목걸이인데 그냥 보내겠어요?


제가 우체국에 가지고 가면 우체국에 조그만 비닐봉투가 있거든요! 우선 비닐봉투에 넣어서 한번 싸고 그 담에 종이에 한번 또 싸서 조금 두꺼운 밀가루 포대 같은 봉투(중형봉투)가 있어요! 그 봉투에 넣어서 보내면 목걸이가 아무리 먼 곳을 가도 절대로 빠지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시겠어요?”하였더니 그때서야 할머니께서는 안심이 되시는지 빙그레 웃으시더니 “그란디 편지 값은 을마를 줘야 되야?”하고 물으십니다. “할머니! 이건 비싼 목걸이니까 등기 우편으로 보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한 2천 원 정도 들겠는데요!”하였더니 “우메~에! 그라고 비싸! 나는 한 5백 원이나 한지 알았네!”하시더니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어둔 천 원짜리 두장을 저에게 건네주십니다. “할머니! 영수증하고 잔돈은 내일 가져다 드릴게요! 바람이 많이 부는데 저 기다리시느라 추워서 혼나셨지요?”하였더니 “아따~아! 이라고 추운디 바람맞고 돌아댕긴 사람도 있는디 늙은이가 추문 을마나 춥것어!” 하시며 지금까지 내려놓았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신 채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십니다. 할머니께서 따님에게 생일 선물로 받으신 목걸이가 값이 싸면 어떻고 또 비싸면 어떻습니까? 할머니의 따님께서 마련해 준 생일 선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값 비싼 선물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할머니! 제가 할머니 목걸이는 따님에게 잘 보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늘 건강하게 오래 오래사세요! 아시겠지요? 할머니!”

 

☞ 클릭, 오늘의 톡! 괜히 엄마만 욕먹는것 같아서 글씁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