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면피하시면 행복하십니까? 서민들 살림살이 나아집니까?
신용대란 책임은 국민 탓
지난달 중순 감사원에서 신용대란에 대한 감사를 발표하던 날은 여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였다. 과연 작금의 신용대란이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그 책임문제를 어찌 할 것인가, 무엇이 잘못되어 지금 이 나라가 신용불량자 400만이라고 하는 경제의 커다란 장벽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가에 대한 감사결과가 나오는 날이니 만큼 신용대란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사결과에 촉각을 세웠을 것이다. 필자 또한 지난해 작금의 신용대란에 대한 금융 감독기구의 국민 감사를 청구하였기 때문에 감사결과에 대해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감사원의 무능력함을 스스로 보여주는 결과였다. 신용불량자 400만과 그들이 발목잡고 있는 내수 부진을 불러오는 등 커다란 정책 실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감독 시스템의 문제로만 카드 사태의 원인을 축소 발표함으로써 재정 경제부와 경제 관료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만 감사결과일 뿐인 것이다. 게다가 국민들의 과소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을 한다. 버스가 도로를 주행하다가 사고가 나서 승객들이 다쳤는데 운전기사는 책임이 없고 버스에 올라탄 승객들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민주노동당 경제 민주화 운동본부와 함께 작금의 신용대란을 불러왔던 경제 관료들(이헌재, 이규성, 김진표, 이정재등 20여명)에게 정책실패의 책임을 묻고자 국민들 일만명을 소송원고로 하는 위자료 청구 소송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금의 신용대란을 불러온 당사자들이 여전히 이 나라의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분명 이번 카드대란에서 자신들은 자유롭다는 뻔뻔스러움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들에게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나 그들은 자신들의 정책실패에 대하여 전혀 인정을 하지 않고 있고 전윤철 감사원장은 한술 더 떠 과소비한 국민이 문제라며 정책의 실패를 국민들에게로 전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부실정책이 부른 신용대란
과연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를 국민의 과소비와 도덕적 해이가 부른 것인가? 그간 정부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신용불량자 도덕적 해이론을 주장하면서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시켜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쫓겨나고 다니던 회사의 파업이 장기화되는 등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자 자식의 병원비나 학비등 대부분 생계자금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빌려 쓴 원금이 몇 푼 되지도 않건만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고리의 빚을 내서 빚을 막는 돌려막기로 인해 자신이 사용한 원금의 최하 3배에서 최고는 수십 배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신용불량자들인 것이다. 양심불량이라는 소리가 신용불량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돌려막기를 통해 자신의 빚을 감당하지도 못 할 정도로 불려버린 불쌍한 채무자들에게 이 나라 위정자들은 도덕적 해이라는 말로 과소비라는 말로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어떤 정책이 400만 신용불량자들을 양산했을까? 감사원의 특감 결과 발표만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 첫 번째로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펼쳤던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책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신용카드의 사용 활성화를 위하여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실시와 영수증 복권제 시행,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철폐 등 각종 정책들을 시행한다. 그 와중에 신용카드 회사들은 무분별한 과당 경쟁을 함으로써 오늘날 신용대란을 초래하게 된다. 실례로 2002년 5월 현재 국민연금 관리공단에서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보험료납부 예외자로 등록 관리하고 있는 184만 여명에게 총 431만여매의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미성년자나 사망자, 정신병자등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해줬던 것이 정부인 것이다.
두 번째로 돌려 막기를 가능하도록 만든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폐지 정책이다. 정부는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1993년 5월 종전의 월 30만원을 70만원으로 증하고 신용카드 남발, 연체채권 급증등 부작용이 커지자 1995년 3월 다시 월 50만원으로 축소한 적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1998년 규제 개혁위원회에서 현금 서비스 이용한도를 폐지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재경부는 이를 반대했으면서도 199년 5월 이에 대한 보완책 하나 없이 폐지함으로써 신용카드사의 고리대금업화를 부추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이자제한법 철폐와 맞물리면서 신용카드회사는 일반 시용판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6배나 수익성이 좋은 현금대출업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역대 최고였던 2002년 현금서비스 사용금액이 360조원의 금액에 달하는 것을 보면 신용카드 회사의 영업 행태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세 번째 엘지카드 사태에서 보듯이 정부의 부실 감독과 이를 감추기 위한 관치 금융 그리고, 이에 편승한 자본가들의 도덕적인 파탄의 문제이다. 2002년 하반기부터 신용카드사들의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부실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정부는 2003년 3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을 마련하는데 오직 카드사들이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2조원의 자구노력을 하면 카드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가 가능하다고 발표하였다가 불과 2주후인 같은 해 4월 3일 이른바 4.3대책을 발표하면서 3월에 발표했던 금액인 2조원보다 2.6조원이 많은 4.6조원으로 증액하여 발표하게 된다. 소위 노란봉투라고 하는 봉투에 각 금융기관에 카드채 강매 금액을 적어 내려 보내면서 봉투에 적힌 금액만큼 카드채를 강매하도록 관치금융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관치금융을 펼치고 나니 낯이 뜨거웠을까? 앞으로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 뻥뻥쳤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엘지카드사는 6개월만에 또 다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며 사실상 부도가 나고 만다. 이에 정부는 또 한번 엘지 카드 살리기에 나서며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그 와중에 엘지 그룹의 대주주인 구씨 일가와 엘지그룹 계열사의 임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통하여 엘지 카드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면서 시세차익 챙기기를 하고 도망가는 전형적인 천민 자본가의 도덕적 파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감사원 카드특감도 부실
감사원의 감사결과만 가지고도 명백한 정책 실패가 드러나고 있으나 전윤철 감사원장은 지난 달 국회 법사위 회의석상에 나와 감독기구의 부실 감독과 소비자들의 과소비가 문제일 뿐 정책실패는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정책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부실 투성이 감사를 펼쳤으면서도 자신의 별명이 핏대라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뻔뻔하게 핏대를 세운다. 자신이 카드대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전직 경제 부총리)였기에 정책 책임자들을 감싸고 돌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감사원의 고의인지 실수인지 모르겠으나 부실 감사 내용을 이야기 해보자.
첫 째, 카드사의 이해관계인이 카드 정책을 주무르도록 방치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2001년 7월 규제 개혁위원회는 카드 길거리 모집 금지 정책을 들고 나온 금감원의 의견을 무시해버린다.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 당시 규제 개혁위원들은 누구였던가? 이윤호 당시 엘지 경제 연구원장과 김일섭 이대 부총장이 있다. 김일섭 교수는 그 이듬해 1월에 엘지 카드의 사외 이사를 맡게 되면서 규제 개혁위원을 겸임하게 된다. 그리고 2002년 5월 그 두 사람은 규제 개혁위원을 그만 두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달인 6월 금감원의 요구가 수용되어서 결국 길거리 모집이 금지 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할까? 길거리 모집이 문제라는 지적은 있었음에도 이처럼 이해관계인이 관련정책을 주무르고 있었음에 대한 지적은 없다. 바른 감사 바른 나라라는 원훈을 지켜내기 위해 내부고발을 하며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내던지고 감옥에 갔던 이문옥 전 감사관(당 부패추방운동본부장)의 외침을 한갓 헛된 공염불로 날려 버린다.
둘째, 실질적인 정책 관료들의 책임 묻기를 회피하고 있다. 지난 해 3월과 8월 김진표 당시 부총리는 신용카드 부실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환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감사원은 정부에서 장려했던 정책이라는 부분은 쏙 빼고서 오로지 카드회사의 편법, 부당 대환대출이 문제라는 결과만을 발표한다. 대환대출의 문제성이 심각하다고 언급하면서 장려책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것이다. 면죄부를 주기 위한 감사였다는 것의 반증이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감사결과이다. 감사원은 금융 감독원의 권한 중 적기시정조치(부실의 소지가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 조치)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카드 회사의 부실징후가 나타났고 금융 감독원은 이를 감지했으면서도 적기시 정조치를 유예함으로써 카드회사의 부실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고 발표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의 보도자료 뒤쪽을 보면 금융 감독원은 현행법으로는 금융기관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법률의 개정을 재경부에 권고한다. 이 정도면 감사원의 존재여부까지도 논의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넷째, 빚을 쓰고 못 갚는다는 이유로 신체장기라도 팔아서 빚 갚으라는 소리를 듣거나 늙으신 노부모를 협박하는 등의 각종 불법부당채권추심에 노출되어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마져도 침해받고 있는 것이 이 땅의 채무자들이다. 금융 감독원에 카드회사의 불법추심을 민원 넣으면 민원을 넣었다는 이유로 정신병자 소리를 듣는 등의 보복성 추심을 당하거나 사법당국에 불법 사실을 신고를 해도 이해 당사자간의 문제라는 말만 듣고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금융 감독원에서 불법추심에 관한 민원처리가 불성실하므로 그에 대한 국민 감사를 청구 하였거늘 불법추심의 민원처리에 대한 감사는 했는지 어쨌는지 오리무중이다. 빚 진 사람의 인권은 지켜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가?
부실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책임 반드시 추궁해야
정책 담당자들의 공과를 밝히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400만 신용불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는 오로지 채권금융기관의 장삿속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이기에 실질적인 구제제도가 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위정자들은 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가 채무자들을 위해 베푸는 커다란 수혜인 것 마냥 선전을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사태가 오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찾겠노라고 나섰던 감사원이 부실 투성이 감사 결과를 내 놓으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리는 더욱 만무하고 그만큼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쪼들려 가기 마련이다.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으면서도 내부 정보를 통해 자신의 배만 불리고 마는 파렴치한 자본가들의 탐욕에 대한 사회적인 처벌은 무엇인가? 책임지지 않을 정책을 아무 생각 없이 시행하는 위정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처벌은 무엇인가?
부실 카드 특감을 해놓고 발뺌하기에 여념 없는 전윤철 감사원장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면피하시면 행복하십니까? 서민들 살림살이 나아집니까?”
-걸레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