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33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12 - 내글 -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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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이군! 알았어, 이건 태워도 냄새가 나지 않고 굳게 만드는 불질과 동화되어 그 냄새를 풍기는 것이로군. 잘됐다. 나무대신 땔감으로 써야겠다. 생각지도 못한 횡재로군. 하하하!”
정민은 물고기를 잡아서 날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땔감이 생겨 생식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오래 동안 식량을 비축할 방법도 생겼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는 대검의 불이 계속 타고 있음을 보고 낙하산 줄에 붙어있는 불을 끄기 위해 바닥에 놓고 군화발로 밟아 비볐다. 그런데 한번 붙은 불은 꺼질 줄 모르고 계속 타고 있었다. 몇 번을 발로 밟고 비볐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정민은 황당해 하며, 칼로 불이 붙은 부분을 잘라내어 바닥에 던져두었다.
“이거 완전히 요상 야릇한 수액이군. 어떻게 꺼지지 않을 수 있지? 어디 물로 해볼까!”
정민은 수통의 물을 기세 좋게 불타고 있는 낙하산 줄 토막에 부었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수증기를 만들어내면서 불타올랐다.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이라, 이거 대단한데! 좋았어, 이것까지 있다면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겠군. 하하하!”
정민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한참을 웃던 그는 어렸을 적에 산에서 나무에 흠집을 내고 달콤한 수액을 먹어본 기억과 예전에는 송진을 먹기도 했다는 것을 떠올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끼손가락으로 수액을 살짝 찍어보았다. 대검이나 낙하산 줄을 넣었을 때와는 달리 아무런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가락에 묻은 것을 비벼보니 감촉은 꿀을 만지는 것과 같았고, 냄새를 맡아보니 소나무 향과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똑같다고는 할 수 없고, 소나무 향을 포함한 다섯 가지 이상의 다른 향이 섞인 향기가 났고, 그 향기를 맡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향기가 죽이는데! 이런 향이라면 독은 들어 있지 않은 것 같군. 맛을 봐도 될까?”
정민은 한참을 고민하다 맛을 보는 것은 보류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독이 있다면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무의미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물고기로 실험해 보면 알게 되겠지. 참 그물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봐야겠군.”
정민은 아직도 기세 좋게 불타고 있는 대검과 줄 토막을 뒤로하고 물가로 돌아와, 그물을 살폈다. 그의 기대와는 달리 물고기가 걸려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정민은 실망한 마음으로 그물을 걷어 올렸다. 그런데 겉보기와는 달리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정민은 흥분했다. 일주일 넘게 전투식량과 비상식량만으로 끼니를 때웠고, 그것도 이제는 전투식량 네 끼니분량과 비상식량 하루분량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아껴먹는 다면 3일 밖에는 견디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물에 물고기가 걸렸을 것이라 상상하니 흥분이 된 것이다.
정민은 그물을 걷어 올리고 그물에 걸린 것을 보는 순간 황당했다. 잡히라는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어린애 머리보다 조금 작은 시커먼 돌과 같은 것이 6개나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정민은 실망한 마음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힘껏 발로 찼다.
- 퍽
정민은 또 한 번 황당한 현실에 말을 잃고 발만 쳐다봤다. 분명히 돌이라 생각했던 것이 마치 알처럼 깨어져 내용물을 쏟아냈던 것이었다.
“어어, 이건 또 뭐지, 뭐…?”
정민은 굴에 빠진 후 고생대 동물로 보이는 흡혈갑충 떼에게 5일을 쫒기고, 눈이 완전히 퇴화된 것으로 보이는 물고기를 보았으며, 잘리지만 않았다면 100m는 족히 되는 이상한 검은 나무와 그것에서 나오는 이상한 수액(樹液), 거기에다 겉모습은 돌이지만 돌이 아닌 알로 여겨지는 이것들 까지 겪게 되자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더불어서 그가 지니고 있는 여섯 개의 이상한 목각들과 꿈을 꾸듯 대화를 나누었던 이상한 여자의 목소리까지 생각해 볼 때 이건 현실이 아니라 꿈만 같았다.
“이건 꿈이야, 맞아, 이건 꿈이라 구!”
- 우 웅
정민의 외침에 동굴은 대답 없는 울림만 토해내고, 그의 귀에는 흐르는 물소리만 들렸다. 한참을 석상이 된 듯이 서있던 정민은 입을 굳게 다물고 물에서 건져진 돌 아닌 알들을 다섯 개를 한곳으로 모아 쌓아 놓고 다시 그물을 친 다음, 굳은 얼굴로 광장을 향해 걸었다.
5분 뒤 정민은 광장에 도착했다. 아직도 대검과 줄 토막에 붙어있는 불은 기세 좋게 타면서 거대한 두 개의 나무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두 개의 불이 흔들림에 따라 두 개의 그림자는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거대하게 서있는 검은 나무를 쳐다 보고나서, 그 앞에 수액이 만들어놓은 우물에 다가섰다. 정민은 수액을 바라보다 당연히 자기의 모습이 반사되어 보이지 않자 기겁을 했다. 그러나 금방 표정이 밝아지며 중얼거리다 결국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역시 꿈을 꾸고 있는 거다. 후후후, 하하하!”
정민은 한바탕 웃어 재낀 뒤 주저 없이 샘에 양손을 넣고 수액을 떠서 입을 대고 마시기 시작했다.
‘이건 꿈인데, 이게 극독이라 하더라도 진짜로 죽진 않겠지. 이 꿈속에서 죽는다면 이 악몽을 깨고 정신이 들겠지. 후후’
정민은 수액을 마시면서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수액은 꿀보다는 달지 않았으나 달콤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했고, 그와 더불어 머리가 맑아지며 의식이 또렷해 졌다. 정민은 의외의 효능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수액을 마셨다. 두 번이 세 번 되고, 세 번이 네 번째로 이어 졌으며, 결국 배가 불러 더 이상 마시지 못 할 정도가 돼서야 멈추었다.
“이게 뭐야! 죽으려고 마신게 정신만 더 또렷해졌네, 제기랄!”
정민은 머리를 쥐 뜯으며 소리쳤다.
“야, 제발 좀 깨란 말이다! 더 이상 꿈속을 헤매는 건 싫다. 제발 누구든 이 꿈에서 나 좀 깨워다오, 제발, 제…발!”
정민은 절규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천정을 보고 큰 대자로 누웠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동굴에 빠져서 흘리는 두 번째 눈물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여가 흘렀을 때, 정민은 몸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그의 몸 말단부터 쥐가 나며 굳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정민은 순간 당황하여 몸을 일으키려했으나 이미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으응, 내가 죽어가는군! 그래 이렇게 여기서 죽으면, 이 악몽에서 깨어 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렇게 될 거야…!’
- 왜 에 엥
- 덜컹
- 차르륵
“정신 차리시라고요!”
- 후다닥
- 두르르
“보호자 되세요?”
“네, 네 제가 보호자입니다.”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네, 저의 형수님 되십니다.”
“그러세요! 임신 중이신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겁니까?”
“네, 원래 예정일은 한 달 후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한 시간 전에 전화가 와서 달려 가보니 하혈을 하고 계셔서 급하게 구급차로 왔습니다.”
“그럼 남편 되시는 분은…?”
“네, 지금 이곳에 오실 형편이 아니라서…!”
“그렇습니까? 일단 입원 수속을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보세요? … 엄마 여기 서울병원인데, 형수님이 쓰러져서 입원을 해야 된다는 데 보증금이 필요하데요. … 네 알았어요, 일단 그렇게 할게요. … 알았어요. 빨리 오세요.”
- 탈각
“여보세요? … 거기 황준일 계장님이라고 계시나요? … 그래요, 그럼 들어오시는 즉시 서울병원으로 와 주셨으면 한다고 … 네 김연정씨가 입원 했다고 하시면 아실 겁니다. … 네, 제 이름은 정훈입니다. … 네 그럼 수고하세요!”
“이거야 정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이상이 생긴 것 같은데, 보호자들은 뭐 했습니까? 박 선생, OP를 해야 되니까 OR에 연락해서 방을 준비하도록 하세요.”
“네, 교수님 알겠습니다.”
“보호자분은 빨리 수술 동의서를 써주세요.”
“예, 예! 알겠습니다. 괜찮겠지요?”
“그건 다시설명 드리겠습니다. 이봐, 강 선생! 자네가 설명하도록 하게나, 알겠지.”
- 두르르
- 수술실 -
- 덜컹, 털컥, 탁
“자, 이쪽으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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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