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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광의 우성고등학교 졸업식날이다...
나는 쓸데없이 눈물이 많다...
초등학교 졸업식때는 예행때부터 울어제껴서...담임 선생님이..행사 당일날 내가 쓰러질까봐
손수건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이상하게도..나는 초상집..결혼식..졸업식...이런 곳에 가면 즐거워서 울고..슬퍼서 울고...
눈물부터 흘리고 시작한다..
사람들은 주책이라고...난리난리지만...
졸업식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어휴...온갖 화장과 고데기로 말아올린 머리들이 판을 치는 가운데...
선생님들도 빨리 식을 마치고...점심을 먹은뒤..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는것 같았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다들 연락하자며..울고 불고..사진을 찍고 난리 였건만...
졸업장을 가져가지 않는 녀석들도 있다고 하니..
다들 오늘 졸업을 마치고...빨리 술한잔 할 생각에 들떠있는것만 같았다...
그런 소란스런 졸업식장에서도...정말 예전부터 주옥같이 불리는
~~잘있거라..아우들아..정든교실아..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라는 졸업식 노래가 나오자...그나마 조금은 숙연해 졌다..
세상에..또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룩주룩...
"쿨쩍."
흘러내리는 콧물을 주체하지 못해서..훌쩍거리는 나를 앞에 서계시던 체육 선생님이 뒤돌아보시더니
"아니..정선생..지금 우는거에요?"
라고 외치는 바람에...주위에 서계시던 선생님들 전원이 쫘악~~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당황한 난 얼른 나의눈물을 쓰윽 닦고 헤헤 웃었다..
하지만 이미 빨개진 코와 눈은 감출수가 없었다..
키득키득..
앞쪽에 서있던 학생들 몇몇이 웃기 시작하고..선생님들도 괜시리 미소를 가득 띄우며...졸업식을
진행해 가셨다...
어휴...졸업식이 끝나자 마자..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허옇게 말라붙어있는 볼위에 선명한 눈물 자국..이런..망신살이..
대충 대충 얼굴을 정리하고 교무실로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선생님들이..괜찮냐고 물어보신다..
"아~ 예예..."
"하긴 우리 때만해도 정선생 처럼 졸업식이 눈물 바다가 되곤 했지...그땐 졸업이란걸 하기조차
어려웠으니까...근데 정선생은 우리 또래도 아닌데..눈물이 많구먼...허허"
어휴..교감 선생님까지..고만하시라구여..쩝쩝..
여차저차해서..점심을 먹으러 간곳은 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불고기집이었다..
와아..얼마만에 먹어보는 고긴지...순간 나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불판에서 익기도 전에...한번에 3~4점씩 집어먹기 시작했다..
슬금슬금 내 주위에 계시던 국어선생님..수학 선생님..체육선생님들이 다른 자리로 옮기기 시작했다..
결국 나중에 주위를 둘러보니..나혼자 한상을 받아서...정신없이 5인분을 넘게 먹어치우고 있었다..
와~배 고장날뻔 했당...끅끅
갑작스럽게..너무 많이 먹어서인지..소화가 잘 되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언제나처럼 그렇듯..빨리 따땃한 이불속으로 골인하고 싶어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뚱 부어오른 배와 빨라진 발걸음..웬지 빨리 져버리는 태양에 쫓기기라도 하듯..
나는 거의 뛰다시피 했다..물론..다리가 짧아서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보일수 밖에 없지만..
"아악.."
그런데 이게 웬일...열씨미 걷고 있던 내 구두 뒤축이..세상에나..
맨홀 구멍에 끼어버렸다..
아니 이게 웬일이냐고요...열씨미 걸었던 탓에 구두는 맨홀 따꿍에 박혀있고..
내 발은 구두에서 팍 벗어나 스타킹만 신은체로 몇걸음을 떼밀리듯 그렇게 폴짝폴짝 뛰어버린것이다.
아이고 망신살이야..
지나가던 사람들이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고...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워 얼굴이 빨개진체로..이 상황을 다시한번 짚어보았다..
왜 나는 항상 빨리 파악을 못하는 건지...
뒤를 돌아보니...쓸쓸한 겨울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는 거리에 맨홀에 꽉 박힌 나의 구두가
주인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어휴...저걸 우째..
조금만 더가면 우리집인데..그냥 뛰어가 버릴까?
아냐 저게 얼마짜리 구둔데...취업했다고 엄니가 쌈지돈 떨어서 사주신건데...
결국 나는 절룩거리며 뒤돌아가서 구두를 붙잡고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고...
발이 점점 시려올무렵...구두는 어찌나 꽉 박혔던지 빠질 생각을 안하고...
방금전까지 그 룰루랄라 행복했던 시간이..갑자기...이잉...눈물나게 만드는 시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여간...나는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그렇게 구두를 빼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손이 쓰윽 하늘에서 내려와서....내 손을 치우더니...
구두를 딱 잡고...끙차..하면서...쑤욱 뽑아올렸다..
와아~~~
너무나 신난 내가 쪼구려 앉은체로 위를 올려다 보는데...
떨어지는 태양을 뒤에 받치고 서있던 탓에 그 녀석의 주변에 마치 오로라처럼..빛이 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작열하는 태양처럼...그 녀석의 얼굴도...몸도..다리도...붉은 색으로 뒤덮혀 있었는데..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보니...그녀석은 재섭는 그녀석...현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