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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받던 날

큰가방 |2004.11.27 20:20
조회 773 |추천 0

건강검진 받던 날


해변의 초겨울은 무척 평화롭습니다. 들판에는 오늘도 쪽파를 수확하는 아낙네들의 손놀림이 분주하고 멀리 보이는 산에는 아직도 울긋불긋 지지 않은 늦가을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단풍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저를 반기고 있습니다. 전남 보성 회천면 화죽리 회동마을 양지 바른 곳에 있는 맨 마지막 집에 주인을 찾지 못한 우편물 한 통을 가지고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할머니 세분께서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마루에 앉아 무언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저를 반기십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혹시 이 마을에 배정례 씨라고 누군지 아시겠어요?”하는 물음에 “배정례? 잘 모르것는디! 배정례가 누구까?”하시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우리 동네는 배가 성은 안 산디!”하십니다. “주소는 할머니 댁 주소거든요! 그런데 혹시 할머니 모르시겠어요?”“금메! 누군지 잘 모르것당께! 배정례가 누구까?”그러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거시기 자네 며느리 이름이 누군가? 자네 며느리 이름이 배가 아니여?”하시자 “우메! 글고 본게 우리 며느리 이름이 배정례 구만 아이고! 큰일 날 뻔 했네!” 하십니다.


“아니! 할머니! 왜? 큰일이 나요?”“생각 좀 해봐 날마다 밥 삶아서 준께 지금까지 며느리 이름도 몰르고 있었냐고 나보고 나가라고 쪼차 내문 나는 으짜껏이여? 으디 갈데도 읍는디!” 하시자 옆에 계신 할머니들께서 배꼽을 잡고 웃으십니다. 그런데 그때 할머니 한 분께서 “거시기 아제! 우리 집이 뭔 편지가 한 장 왔는디 그것이 뭣인가 조깐 봐주고 가씨요! 잉 바쁘드라도 조깐 봐주고 가 잉! 내가 얼렁 가서 갖고 올랑께!”하시며 부산하게 할머니 댁으로 향하시더니 잠시 후 손에 편지 한 장을 쥐고 급하게 달려오십니다.


“할머니! 천천히 다녀오시지 그러셨어요! 힘드실 텐데!”“아이고! 이른 것이 뭔 힘이 들어! 바쁜 사람 세와 놓고 지달리게 하문 되간디 그란디 이것이 뭣하라는 것이여?”하시며 편지를 저에게 내미십니다. “할머니! 이것은 읍내에 있는 병원에서 온 안내문인데요!”“뭔 안내문인디?”“다른 것이 아니고! 할머니를 무료로 건강검진 해 드린다는 안내장이네요!”“뭣을 검사한다고!”“할머니! 들어보세요!” 하면서 천천히 안내문의 내용을 설명해 드립니다.


“그러니까 모레 할머니를 모시러 병원에서 차가 아홉시에 마을 회관 앞으로 온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아침 식사는 하지 마시고 그 차로 나가시면 되겠네요!”하였더니 “그랑께! 공짜로 병원에서 뭣을 해준다고 병원으로 오라 그 말이제?” 하십니다. “예~에! 할머니! 잘 알아들으셨네요!”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갑자기 화가 몹시 난 듯 한 표정으로“거시기 아저씨! 그것 도로 병원으로 갖다 줘부씨요! 나 병원에 안 갈랑께!”하십니다. “아니! 할머니! 왜 갑자기 화가 나셨어요? 병원에서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 주신다 는데”


“아이고! 나 병원에 안가도 오래 살았어! 그랑께 병원에 안 갈라고 그래!”“할머니! 그래도 건강검진은 받아 보시는 게 좋아요! 더군다나 무료로 해 드린다는데 그러세요!”하였더니 “먼자 은제도 나보고 병원에서 공짜로 뭣을 해준다고 아침 밥 묵지 말고 오라 그라데! 그래서 나는 병원에서 밥이나 줄란다냐? 그라고는 돈을 한 닢도 안 갖고 병원차를 타고 간디! 나는 첨에는 그냥 나만 데꼬 간지 알았는디! 동네 꾸석지 꾸석지 안 간디 읍이 다 가드마는 간디마다 노인들을 한 업이 실고 가네!


그래갖고 병원에를 가서 뭣을 쪼깐 찍고 다 끝났다고 가라 그란디 돈이 있어야 뭣을 사 묵든지 말든지 하제! 차비도 한 닢도 읍고 그래갖고 한참을 있다가 노인들 다 뭔 검산가 조산가 하드만 도로 차에 다 실코는 이 동네 저 동네 다 돌아 댕김시로 내려 주드랑께! 아이고! 내가 배가 고파서 죽을 욕을 봤는디 뭣 할라고 또 거그를 가껏이여?” “할머니! 그럼 병원에서 간식은 안주던가요?” “병원에서 빵 한 개하고 우유하고 준디 늙은이가 아침부터 빡빡한 빵을 우추고 묵으껏이여? 그래서 묵도 못하고 도로 갖고 왔~에!”


“그럼 그 빵을 밥하고 바꿔달라고 하시지 그랬어요?” “아이고! 병원에서 뭔 밥이 을마나 있어서 빵을 밥하고 바까 주껏이여?” 하시며 아직까지도 화가 풀리지 않은 표정입니다. “할머니! 그러니까 미리 준비를 하셨어야지요! 병원에서 어떻게 아침 식사까지 준비하겠어요?”하며 할머니 댁을 나왔습니다. 병원에서 시골의 노인들을 위하여 건강검진을 받으시면 차량 편의와 간단한 빵과 우유를 제공하지만 시골의 노인들의 입에 맞을 리 없습니다. 그런 점을 병원 측에서 조금 고려해 주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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