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지닷컴 사무실은 미아 삼거리 역 근처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곳은 길음 역 근처에 있고요. 거리도 가깝고, 걷는 것도 좋아해서, 출퇴근은 늘 걸어서 하는 편입니다. 그쪽 지리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렇게 걷다보면 미아리 집창촌을 지나게 됩니다. 정확하게 집창촌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 가는 것은 아니고, 대로변을 따라 걷게 되므로 지나치게 되는 것이죠.
요즘 그 동네 분위기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수많은 정육점 불빛이 가로등처럼 켜진 거리에, 이모들이 나와 "놀다 가, 쉬었다 가"를 노래 부르듯 외쳐 되었는데, 요즘엔 단속 때문에 간이 부은 이모들 몇 분 만이 남아 그냥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눈웃음을 파는게 대부분이죠. 요즘엔 그 이모들 따라가도 미아리로 바로 들어가지는 않고, 다른 여관 등으로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아가씨들은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는지, 그 동네에서 종적을 감춰 버렸습니다. 어쩌면 장사 접고 집에가서 새로운 일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집에 가다가, 갑자기 인터넷으로 급히 확인할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가 전화해서 이메일 좀 확인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을 하더군요. 집에 가는 도중이었던 터라, 사무실에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집창촌 근처의 PC방에 들어갔습니다.
헉. 그런데. 영업 안하는 미아리의 아가씨들이 단체로 소집되었는지. PC방엔. 아가씨들이 가득차 있더군요.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 담배하나 물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고스톱과 맞고를 하고 있더군요. 정육점 불빛 밑에서 보던 그 아가씨들이 현대 IT 기술의 총아인 컴터 앞에서 보게 되니 새로운 기분이 들더군요. ^^;
일단 본연의 임무가 있는지라, 이메일부터 확인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메일 왔고, 이래 저래 되었다. 라는 말을 해 주고 나니 저 역시 할게 없더군요. 돈 아까워서 한시간은 채워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양 옆, 앞뒤에 아가씨를 끼고 같이 고스톱을 하자니.. 조금 거시기 하기도 하구.. 해서 그냥.. 스타를 한판 때렸습니다.
조금 하고 있는데, 옆의 아가씨가 제가 게임하는 것을 보고 있더군요. 헉. 부담되더군요. 솔직히 고백하면, 전 무서워서 미아리 옆 대로로 걸어다니지 않고, 그 길 건너편으로 걸어다닙니다. 죄지은 것 없지만, 괜시리 그 아가씨들에게 약간의 무서움(-.-)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시겠지만.. 좀 소심합니다. -.-
옆에서 아가씨가 보고 있으니까, 그 시선이 의식되더군요. 그래도 하는 게임이라 집중해서 마린 2마리와 메딕 하나로 스캔 쓰고, 럴커를 잡았습니다. 그랬더니 옆의 그 아가씨가 갑자기 "와.. 이 오빠. 진짜 잘한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 이후의 상황은 매우 난감하게 흘러 버렸습니다. 그 아가씨의 그 말 이후, 내 뒤의 아가씨와 내 오른쪽의 아가씨가.. 어디? 누구? 어떻게 잘해.. 라는 소리를 마구 마구 내뱉더군요. 순식간에 내 등뒤에 아가씨 서너명이 달라 붙어 제가하는 스타를 지켜 봤습니다. 저 스타 잘 못합니다. 베틀넷 승률 50%가 간신히 넘는 수준일 따름입니다. 그런데다, 그렇게 아가씨들이 임요환보듯 쳐다보니 잘할리 있겠습니까? 떨리는 마음으로 컨트롤하다 보니 럴커 두 마리에 마린 한부대가 몰살 당하는 개망신을 당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별 거 아니네.. 라는 말부터.. 좃나 못하네.. 라는 말까지.. 들리더군요. -.-
차마 마음이 부담스러워 게임을 오래 못하고, 그냥 그 판 끝나고 나와 버렸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가씨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 보고 있었지만, 존나 못하네. 라는 말을 들은 상황에서 더 버틸 용기가 없더군요. 흑흑..
아가씨들이 다시 일을 하든, 아니면 단속이 성공해서 다른 직장을 갖든 해서, 그 시간에 PC방에 단체 관람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가는 동네 주민.. 부담스러워서 PC방에 어디 가겠습니까?
출처 : 짬지닷컴 ( http://zzamz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