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 싫은 남자를 억지로 만났다.
혹시나 너로 인해 받은 상처를 치유받지는 않을까 하고.
역시나로 끝나더군.
너와 드라이브하고 싶은 그 길을 그 남자 차에 탄 채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밤공기를 쐬었다.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반찬이 너무 많아 어느 것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밥상에서.
문득, 조촐한 반찬으로 너와 밥 먹던 것이 생각났다.
항상 너 먹고 싶은 것만 고집했었지.
만나기 싫었던 그 남자가 사귀자고 조른다.
눈도 똑바로 쳐다보기 싫었던 그 남자가 계속 애걸복걸한다.
잠시 너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너도 처음엔 이랬었지?
네가 처음에 했던 그 맹세와 다짐은 이젠 빛바랜 종이처럼
퇴색해져 구깃구깃 접혀져 있다.
몇번씩 네가 돌아오길 기원하며
몇번씩 널 욕하고 증오하며
이렇게 서서히 나는 미쳐가나 보다.
항상 다짐을 해.
더 이상은 너 때문에 눈물 쏟지 않겠다고.
그러면서도 어느새 너를 기다리는 내 자신이 혐오스럽다.
하필 기분좋게 내일부터 12월이 시작되지 뭐야.
이러한 궁상도 오늘로써 반드시 마감될 거라 믿는다.
내일은 반드시 다를 거라고!
더 이상 대답없는 너 기다리지 않고, 부지런히 새사랑 찾아 매진할 것이다.
그 남자, 전화도 참 자주 하고, 전화 못 받는 경우에는 문자 슝슝 날려주고.
차안에서 혹시라도 내가 추울까 나의 작은 손가락 떨림에도 유의하면서
히터를 끄고 켜기를 계속 반복하더라.
너는 내가 춥건 덥건, 벌벌 떨건 땀을 뻘뻘 흘리건.
나는 행복할거야!
너, 이 주변머리 없고, 소심하고 용기 없으며, 자신감 부족으로 무능력한 너!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으며, 오직 자기밖에 몰랐던 이기적인 너!
너같은 것에겐 평생 사랑할 권리가 없으며, 다시는 네게 사랑이 오지 않도록 저주를 퍼부을 것이다.
영원히 다시는 네게 어떠한 설레임도 없도록, 네 인생은 무미건조한 황무지가 될 것이다.
남의 집 귀한 아가씨 맘고생 시키지 말고, 너는 평생토록 인생을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마쳐야 한다.
너 그렇게 불행한 길을 걷고 있을 때, 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행복에 겨워 울고 있을테니.
두고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