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돌아 버릴 뻔한 적...
고 3때 우리 담임 선생님 별명이 고릴라 였다.
연세가 좀 되신 분들은 "두 얼굴의 사나이"를
생각하면 되시고, 좀 젊으신 분들은
"헐크 호건"을 떠올리면 된다.
당근 다혈질에다 괴력의 소유자이셨다.
당시만 해도 학교 창고에 가면 옛날 2인용 걸상이
있었는데, 그 다리부분을 가로지르는 두껍고 긴
부분을 뜯어내선 몽둥이 대용으로 사용하시곤 했다.
전문용어로는 4×4 (포 바이 포) 라고 하는데, 군대 다녀오시거나
아르바이트로 공사현장에 나가보신 분은 아실 것이다.
그 둔탁한 걸 마치 손오공이 여의주 다루듯 한 손으로 붕붕 휘두르곤 하셨는데
긴 얘기보단 그냥 "공포 그 자체" 란 흔하지만 강력한 표현이 어울릴 듯 싶다.
어느 월요일, 나를 포함한 7명이 애국조회를 빠지고 교실에 숨은 적이 있었다.
한 두명도 아니고 일곱 명이니 당근 뽀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무거운 발소리가 쿵쿵하고 계단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교실에 가까워 질 수록 씩씩~~ 하는 숨소리도 긴장을 고조 시켰다.
"야 걸린 거 같은데 숨자."
"씨...어디루 숨어?"
"걍 창문쪽 걸상 밑으로 숨어."
하지만 숨을 순간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으워어어~~~" 하고
한마리 야수처럼 선생님이 현장으로 돌진했다.
"이러어어언~~~ 개자식들이이이~~~~!!!!! 다 죽고 싶어어어!!!!!!!"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고픈 본능밖엔 남아있지 않았다.
"칠판에 엎드려 뻗쳐어어~~~~~~~!!!!!!!!!!"
우리들은 서로 흘깃흘깃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첨 맞는 사람은 최하 종합병원 응급실행 일 것 같았다.
"뭐해!!!!! 대라니까아아~~~~~!!!!!!!!!!!!"
며칠 동안 사냥을 못한 맹수의 절규 같았다.
엉거주춤 하다가 애들에게 떠밀려 앞으로 나서게 됐다.
칠판에 손을 짚으며 안네의 일기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얼핏 떠 오르고 세상에
희망은 있을까란 철학적 명제를 생각했다.
몽둥이가 하늘 높이 올라가며 백스윙을 하는 순간
난 그만 눈을 감아 버렸다.
쩌어어어억!!!!!!!
그 두꺼운 몽둥이가 두 동강이 나는 파열음이었다.
절라리 아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엔 무엇으로 맞을까 하는 삶의 마지막 공포가 엄습했다.
"이러어어언 씨바~~~!!!!"
선생님의 마지막 광분이 솟아 올랐다.
그러더니 무언가 대용품이 될 만한 것을 정신없이 찾으셨다.
하지만 왠만한 빗자루정도로는 선생님을 만족 시킬 수 없었다.
한동안 "으아아아~~" 하며 교실 이곳저곳을 휘젓고 돌아다니시더니
그러시더니.............
"다 들어가아아아~~~~~ 이 자식들아!!!!!!!" 하는 단말마를 외치시곤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가셨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껴안았다....ㅠ.ㅠ
"고맙다. 니가 우리를 살렸어!!!"
"이 은혜 잊지 않을께....ㅠ.ㅠ"
그날 아이들은 고맙다며 빵과 음료수를 사줬지만
난 억울함에 목이 메고 말았다...ㅠ.ㅠ
으아~~~~ 억울하다.....ㅠ.ㅠ
"왜 나만 맞냐고오~~~~~!!!!!ㅠ.ㅠ"
오해 있으실까 싶어 덧붙입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셨고요...^^;
자율학습을 하고 있을때면 말없이 다가와선
그 우악스런(?) 손으로 어깨를 주물러 주시던 추억이 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