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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량리 588이 싫다.

nkygood |2004.12.07 21:49
조회 4,564 |추천 1

나는 청량리 588이 싫다.


눈팅만 하다가 첨 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는 말이 있다.


나는 단언한다. 서울의 모든 길은 청량리로 통하노라고...





글읽는 당신들...


덕수궁 가는 길 아는가?


북악산 가려면 어느 전철역에서 내리는지 아는가?







질문을 바꿔


청량리 588로 가는길은 아세요?




라고 물으면


전철, 버스, 자가운전, 도보 등 방법을 안가리고 침튀기며


설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청량리는 이미 민족의 성지인 것이다.


경외심에 사람들은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조차 경기시한다.


그냥





'거기요'


라고 말하면 씨익 웃고 돌아서 말없이 운전하는 택시기사 얼굴을 발견 할 것이다. -_-;






그 성지에서 일어난 일이다.




성철이라는 카사노바 친구 놈이 있다.


그 놈은 장동건 뺨치게 생긴 외모와 깨끗한 매너로 여자를 꼬시는 타입







과는 상극인 놈이다 -_-;



생긴 것은 명계남 비스무리한 것이


오밤중에 그 놈한테 전화가 오면 꼭




" 지금 니 집으로 피신 하면 안될까"


" 그 년이 나 죽인다고 깡패쓴단다 나 좀 도와주라"


는 전화가 주를 이뤘다 -_-; (간간히 옆에서 여자 비명소리도 들리곤 했다. 진짜다)





어느날 이 놈에게 전화가 또 왔다.




성철 "친구야"


나 "X8놈아 또 너냐 끊는다"


성철 "아 잠깐, 이번엔 다른 일이다. 너 드라이브 하지 않을려?"


나 "개놈아 이번엔 나까지 죽이려고 하냐. 게다가 너 무면허잖어(가지가지 한다)"


성철 "무섭냐? 그럼 할 수 없군 샤파리 하려 했는데..."


나 "몇시까지 가면 되냐" -_-;





그 당시 한번도 그런 곳 근처에 못가 볼 정도로 순진했던 나는


청량리라는 단어만 들어도 두근두근, 너무나도 궁금했었기에


그 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결국 그 놈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난생 처음 샤파리 구경을 하게 된






놈이 몰고 온 차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85년도 프린스...-_-;




저게 정말 과연 굴러는 갈까 싶었다.


차 군데 군데 갈색 녹이 끼었고 애꾸눈 해드라이트는 둘 째치고 와이퍼도 없었다.


비라도 오면 끝장일 듯 싶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난생 처음 해보는 샤파리인데...더구나 차 안에만 있을 건데 머 얼굴 팔릴


일도 없구...에라 가자'


마음을 다잡고 놈의 손에 내 목숨을 맡겨본다.




180




내 키가 아니다.


그것은 그 놈이 그 똥차를 가지고 밟은 속도였다.


혹자는 안믿을지 모르지만 난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 85년도 프린스의 속도계가 180을 가리키며


친구는 태평하게 지나가는 트럭에게


"야 이 X 새끼야 운전 똑바로 못해"


라며 급추월하는 것을....


차체 도처에서 부들부들 소리가 났다. 당장이라도 차가 공중분해되지 않을 듯 싶다.





무서워도, 그 놈이 원망스러워도 자신을 위안한다.


'그래 조금만 더 참으면 그토록 바랬던 샤파리......'


그렇게 우리는 소위 청량리 588에 도착하게 된다.





처음 588에 가본 경험을 떠올려보시라.


휘황찬란한 벌건 불빛에 야시시 옷을 입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미스코리아 뺨치는 아가씨들이


집집마다 넘쳐 흐른다. 이건 별천지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잠시 후 이상한 느낌이 든다.

여자들이 다른 남자나 차를 보고는

"오빠 놀다가"

이러는데

우리한테는 별 눈길을 주지 않는다.

피식 웃고만 있거나 지나가던 말던 완전 무시 모드다.

기분이 좀 이상하다. 우리가 아가씨를 구경하는게 아니라 아가씨들이

우리를 구경을 한다.

발가벗겨진 느낌...왠지 조롱당하는 느낌...







그러나 곧 난 이유를 알게 됐다.


"아 저 1818 또 왔네..."


그 중 아가씨가 우리에게 하는 소리다.




그렇다. 그 놈의 차의 번호는 1818이었다.


그 놈 자체도 18스러웠지만 어떻게 차까지 그렇게 자신과 어울리는 번호를 구했는지


정말이지....


더구나 그 놈이 그 곳을 하루면 멀다 하고 밤마다 와서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고 구경만 하다 가서

그 놈과 그 놈의 차는 이미 청량리 아가씨들에게는 유명인사가 돼있었던 것이었다.

(여러분들은 알 것이다. 그 곳을 몇 번 연속 돌면 아가씨들이

"저 새끼 그만 좀 돌지" 이러는 것을...이것도 쪽팔릴진대...)

더군다나 차 번호도 1818, 잊을려야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 놈은 너무 팔려서 주변 친구들이 같이 안가려하자 나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뻗친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이 그 놈의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그러고도도 당당한 그 놈을 옆눈으로 흘낏 보니 대견해보이기도 한다.

다시 위안하기 시작한다.



'그래. 그래도 차 안에 있으니까 내 얼굴은 안보일거야'






라는 생각은 나의 오산이었다.





잠시후 그 놈이 말한다.


"친구야. 내려라"

나 "으응? 나? 내리라고? "


순간 이 놈이 나에게 보상을 하려고 가게에 들여보내주려고 내리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놈 " 응 내려...그리고 밀어...."

나 " 엉? 몰 밀어? ^0^; "

그 놈 " 응 차가 섰어. 니가 밀어야겠다"




-_-;



차가 하도 오래돼서 그만 서버린 것이다. 그것도 그 곳 한복판에서...



당신은 상상이 가는가?

금욜밤 새벽 12시 피크타임 때 청량리 588 바로 한 가운데서 차가 서버린 느낌...


'경찰을 부를까? 엄마에게 전화를 해볼까?'

'저희 차가 창녀촌 한 가운데 섰어여 어서 와서 도와주세여 ^ㅇ^;'

농담이 아니다. 그 때 내가 진짜 했던 생각들이었다.




나 "야 이 10000000 8 놈아....내가 왜 밀어야하는데.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꼴 됐는데

니가 책임져 니가 밀어야지 내가 왜 밀어. 죽을래. 죽어? "


그 놈 "그렇긴 하네....근데...........너 운전할 줄 아냐?"


나 -.-;;;;;;;;;;;;;


뒤에서는 차들이 빵빵댄다. 차들이 열차처럼 떼지어 82 가라고 아우성이니 정신을 못차린다.




결국 난 그 저주스런 85년도 프린스 문을 열고 나와야했다.

그 문고리를 잡아당길 때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밖으로 나온 난 일단 하늘을 보면 한숨을 크게 후 하고 내쉰다.

여자들은 갑자기 저 새끼가 왜 저러나 싶은 눈으로 조용해진다.

'물고기가 낙시에 잡혀 물밖으로 끌려나오면 이런 기분이겠구만...'



천천히 차 뒤로 돌아갔다.

눈에 보이는건 차 번호 '경기 XX 1818'

그리고는 그 곳에 있는 모든 창녀들의 시선을 한 껏 받으며 힘껏 밀었다.







난 아직도 그 일이 꿈인 것같이 느껴진다.

'음 그래 내가 아니었을거야. 그건 꿈이었겠지'

그러다가 그 중 한 아가씨의

"야 이 새끼야 그러게 왜 똥차를 끌고 나와서 쪽팔리게"

라는 말이 떠오르면

'이 쪽팔린 새꺄 니가 진짜로 밀었잖아. '라는 말로 둔갑해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내 머리를 두들겨 때린다.





어제 신문에 청량리 588이 곧 없어진다고 해서 옛날 생각이 나서

못쓰는 글이지만 급하게 써본다.

난 창녀촌이 싫다.

그러나 없앤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요.

그 후 생겨날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세워놓지도 않고 무작정 없애고 보자하는

정신 나간 여성단체와 표에 목숨건 정치단체에 욕을 퍼부으며

마친다.


추천많이 해주면 순진한 때를 벗어난 나의 활약상을 들려드리겠다.


청량리 588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시는 분은 ----------------추천

없어졌으면 하는 분은 ---------------------------------- 1818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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