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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신데렐라 ★19★ 우리를 내버려둬!

샤랄라 |2004.12.13 08:46
조회 2,205 |추천 0

 

다음 날 아침, 자신의 독신자 아파트에서 출근한 레오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메일을 열었다.

 

-R?

 

레오는 낯선 이름을 발견하고 잠깐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리고 메일을 클릭했다.

 

-안녕하십니까? 저에게 당신이 관심을 갖을만한 사진이 몇 장 있습니다. 제가 10시에 전화드리지요. 여기 샘플을 보냅니다.

 

메일을 소리내서 읽던 레오는 요한센이 커피를 들고 들어오자 그를 불렀다.

 

-이 사진 좀 보게.

 

요한센이 커피를 내려놓고 모니터를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다정하신데요?

 

사진은, 명동에서 찍힌 것 같았다. 레오가 효은의 어깨를 안고 걸어가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화장품 가게를 나와서 찍힌 사진이었다.

 

-웃음이 나오나?

 

-이거 잘못 걸리셨는데요. 이거 돈 보고 찍은 것 같은데. 어떡할까요? 제가 만나서 조용히 해결할까요?

 

요한센의 말에 레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 일이니 내가 해결하겠어. 요한센,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거지?

 

-글쎄요. 아가씨를 생각하면 덮으시는 게 더 좋을 듯하지만, 두분 불륜은 아니잖아요? 이 참에 그냥 밝히시죠.

 

요한센은 너무나 솔직하고 간단하게 말했다. 레오는 잠깐 동안 망설이더니 시계를 봤다. 9시 45분을 막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요한센에게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요한센은

 

-오늘 2시에 중역 회의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 레오는 전화기를 들었다.

 

-네. 나에요.

 

-잘 잤어? 어디야?

 

효은의 목소리는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음, 회사가요. 당신은?

 

-나. 출근해서 커피 한잔 하고 있지. 오늘 그 룸메이트..이름이?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그래, 그 아가씨 와서 요한센 만나라고 해. 나 2시에 회의 있으니.

 

-알았어요. 그럼 끊어요.

 

-잠깐만, 자기.

 

레오가 부르자 효은이 왜? 하고 물었다.

 

-있다 점심 같이 할래? 내가 데리러 갈게. 어디든.

 

-안돼. 편집장님하고 약속있어. 나중에 연락해요. 버스온다. 끊어.

 

레오는 전화를 내려놓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어떡하지. 이거 터지면 효은은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할텐데. 돈을 줘버릴까. 레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10시가 되자 전화벨이 울렸다.

 

-사장님, R씨라는데요?

 

-바꿔.

 

레오는 전화기의 자동 녹음 기능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들었다. 나지막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사진은 보셨나요?

 

-봤는데. 당신이 원하는 게 뭐요?

 

-우선 메일을 열어보시지요.

 

레오는 다시 이 메일을 열어보았다. 또 다른 메일이 와 있었다.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받자, 다른 사진들이 모니터로 튀어나왔다. 같이 걸어가는 사진,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는 사진, 떡볶이 먹는 사진, 별의 별 사진들이었다.

 

-모두 스무장입니다. 한 장당 만 파운드. 20만 파운드만 주시지요.

 

-뭐라고?

 

-생각해보시지요. 자작님은 영국 귀족 중에서도 왕가의 피를 받은 분이십니다. 게다가 최고의 기업가이시기도 하죠. 그런 분이 동양에서 온 근본도 모르는 여자하고 스켄들이 나면 되겠습니까? 게다가 이 여자는 저번에 신문에 실린 여자 아닙니까?

 

-말이 심하군.

 

-저는 다 자작님과 그로스베너 가의 명예를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만약 돈을 계좌로 붙이지 않으시면 내일 아침 영국의 모든 신문과 인터넷에 그 사진들이 실릴 것입니다. 계좌번호는 0352494283176이고 영국 국립은행입니다. 제 이름은 W. 로렌스입니다.

 

-로렌스씨. 난 당신을 고소할 수도 있소.

 

레오는 초인적인 자제력을 발휘하며 말했다.

 

-글쎄요. 귀족에게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오늘 3시까지 20만 파운드를 송금하시지요. 20만 파운드가 그리 큰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송금이 확인되면 모든 파일과 사진, 필름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전화가 끊긴 후, 레오는 큰 소리로 요한센을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당장 가서 로버트를 데려와. 이 자식을 감옥에 쳐넣고야 말겠어!

 

-네? 고소하시게요?

 

-여기 나를 협박했단 증거도 있으니까 가서 로버트 데려와.

 

요한센은 레오가 그렇게 흥분한 것은 처음 봤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레오의 방을 나와 그로스베너 가문의 고문 변호사 에드가 로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레오는 로버트가 올 때까지 방안을 서성거리고, 담배를 피우고, 마치 정서불안에라도 걸린 걸처럼 행동했다. 로버트가 들어오자, 레오는 자리를 권하지도 않고 소리쳤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꼭 감옥에 보낼 놈이 생겼습니다!

 

레오의 말에 로버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쨌든 증거나 줘 보시죠.

 

레오는 자동 녹음 장치의 리턴 버튼을 눌렀다. 녹음 된 내용을 들은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사생활침해와 협박이군요. 그런데 고소는 사장님 혼자 이름으로 하실겁니까?

 

-그럼 누구이름으로 합니까?

 

잠깐 생각을 한 로버트가 말했다.

 

-그 아가씨에게도 말은 해줘야겠죠. 이게 고소, 고발 사건이 되면 아가씨가 법정에 서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그 협박범이 그 아가씨에게도 접근했는지 모르고, 에, 또..

 

그러자 레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랬다면 그놈 머리에 내가 총구멍을 내 버리겠습니다!

 

그때, 요한센이 주스를 들고 들어왔다.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요, 사장님. 그 아가씨도 만나보고 싶은데.

 

레오는 요한센이 놓은 주스를 벌컥벌컥 소리가 나게 들이키고는 말했다.

 

-그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그녀까지 이 일에 휘말려야합니까?

 

-이건 소송입니다. 법이란 말이죠. 가끔 법은 아무상관이 없는 사람들도 상관 관계를 만든답니다. 어쨌

든, 사장님께서 그 아가씨가 충격 받지 않도록 잘 말씀하셔서 함께 제 사무실에 오시던지 하십시오.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레오는 그때까지 서있던 요한센에게 냉수 한잔을 부탁했다. 바쁜 변호사인 로버트는 곧 일어났고 요한센이 들어와 베스가 3시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온다고 말했다.

 

-대충 면접보고 채용해. 우선 홍보부에서 서류 정리하는 것부터 시키라구.

 

성의없는 대답이었지만, 요한센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요한센은 레오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효은을 아끼고 있는 것에 놀랐다. 이거, 일이 재밌게 되는데? 요한센은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양이 오면 바로 비서실로 보내라고 말했다.

레오는 한 시간 내내 담배만 피워댔다. 조금 만 더 피우면 연기 감지기가 화재 경보기를 울릴 뻔 했다. 레오는 잠깐 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효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있다 저녁때 꼭 봐요. 할 얘기가 있어.

 

그러나 효은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에?

 

요한센은 눈 앞에 나타난 베스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빨간 스커트는 손으로 찢은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 올이 다 풀린 노란색 스웨터하며 짝짝으로 신은 양말, 거기다 너무 커서 헐렁해보이는 구두, 낡아빠져 너덜거리는 루이비통 가방은 어찌나 큰지 집나온 가출 소녀나 히피 혹은 세계를 여행 중인 보헤미안처럼 보였다. 공항에서 봤을 때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패션 감각을 느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엘리자베스 스튜어트양?

 

-네. 그렇습니다!

 

베스는 긴장했는지 큰 소리로 답했다. 비서실 직원들이 다 쳐다봤다.

 

-그냥 편하게 대답해요. 그래, 세인트 앤드류 대학을 나왔고, 음. 디자인 전공이네요?

 

-네. 디자인 전공이지만, 대학 다닐 때 교내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적 있어요. 그때 효은이를 만났구요.

 

-그래요? 아직 잡지사 설립 이전이니 업무를 익히는 차원에서 홍보부에서 수습으로 일을 좀 해보는 건 어때요? 물론, 보수는 일반 직원의 4분의 3 수준이지만, 잡지사가 창간하고 나면 경력 대우를 해주지요.

 

베스는 감격했다는 듯 두 손을 가슴에 꼭 모아쥐고 말했다.

 

-정말이요? 그럼 언제부터 출근하나요?

 

-음,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죠. 제가 말해 놓을테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베스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요한센은 우리 회사 명물이 되겠군. 하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왜 그래요?

 

-응?

 

레오의 차에 탄 효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왜 그렇게 우울해? 무슨 일 있어?

 

레오는 잠깐 동안 망설이더니 말을 꺼냈다.

 

-우리 서울에서 같이 다니던 거 어떤 놈이 찍었나봐. 돈을 달라고 그러더라구.

 

-그래서?

 

효은은 침을 꼴깍 삼켰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화가 나서.. 왜냐면.. 당신을 근본도 없다고 그래서.. 그래서.. 화가 나서..

고소해 버렸어. 미안해.

 

-고소?

 

효은이 되묻자 레오는 눈을 감았다. 효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고소. 내일 아침이면, 어쩌면 우리 사진이 영국 모든 신문에 날지도 몰라. 미안해. 정말 미안해.

 

-괜찮아. 그 정도야.

 

효은이 부드럽게 말했다. 레오가 눈을 뜨고 효은을 바라봤다.

 

-정말?

 

레오의 물음에 효은이 웃어보였다.

 

-괜찮아. 나 때문에 그랬다며?

 

효은이 레오의 손을 잡았다. 잠깐 동안이지만, 레오는 효은의 손이 참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느꼈다.

 

-그럼 이제 우리 숨어서 안 만나도 되는 건가?

 

효은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난 당신 숨어서 만날 생각 없는데. 왜 숨어서 만나? 우리 불륜도 아닌데.

 

레오가 말하며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어디가요?

 

-맛있는 거 먹으러. 당신한테 혼날까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

 

차는 미끄러지듯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라. 효은은 중얼거리며 창 밖을 내다봤다.

 

 


아침에 일어난 효은은 베스가 내미는 신문을 받았다.

 

-축하해, 친구. 이번엔 제 1면이야.

 

효은은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신문을 받아들었다. 레오가 효은의 어깨를 안고 걸어가는 사진이

었다. 밑에는 -그로스베너, 밀월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친절하게 관련기사 10면. 이라고 적혀 있었다. 효은은 신문을 던져버리고 일어나 냉장고로 걸어가 우유를 꺼냈다.

 

-내가 읽어줄게.

 

-그래, 읽어봐.

 

효은은 텔레비전 화면을 켰다.

 

-스켄들 메이커로 이름 높은 그로스베너씨가 한국 서울에서 한국인 여성과 함께 걷고 있는 사진을 입수했다. 한국인 여성은 K씨로 지난 10월에도 사진이 신문에 실려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그로스베너씨는 강력하게 부정했었다.

 

-잠깐만!

 

효은이 베스의 말을 끊고는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텔레비전에 레오가 나오고 있었다.

 

-저거 머야?

 

-BBC 뉴스.

 

효은은 우유 마시는 것도 잊은 채 뉴스를 지켜봤다.

 

-모든 영국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고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죽음. 사실은 파파라치들 때문이었는데요. 이번에 그로스베너 공작의 후계자이자 기업가 그로스베너 씨가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진을 찍어 돈을 요구한 한 사진작가를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 협박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이 사진작가는 현재 경시청에 체포되었으며 돈을 요구했다는 유력한 증거도 확보되었다고 합니다. 잠깐 고문 변호사 로버트씨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유명인들도 그들의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돈을 위해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들이 없어졌으면 합니다.

-그럼 그 사진 속의 여성분도 이 소송에 참여하시나요?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또 한 어떤 추측성 기사를 쓴 언론사 역시 고소할 거니, 언론에서는 어떤 기사도 자제해 줬으면 합니다.

로버트가 사라지고 다시 기자가 나왔다.

-네, 이번 사건을 통해 유명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음해성 루머, 추측성 보도, 돈을 위한 파파라치들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이상, BBC 보도국의 그로스덴이었습니다.

 

-옴마야. 일이 이렇게 커지다니.

 

베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는 시늉을 해 보이며 말했다. 효은은 잠깐 생각하다 핸드폰을 들고 문자를 보냈다.

 

-난 괜찮아요. 당신은 어때요?

 

보내자마자 문자 알림 음이 들렸다.

 

-나도 괜찮아. 사무실에서 잤어.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

 

-나도요. 하지만 당신 레오(사자)잖아.

 

효은이 웃었다.

 

-뭘 그렇게 핸드폰을 보면서 실실 웃냐? 바보같이

 

베스가 투덜거리며 식탁에 앉아 시리얼을 부었다.

 

-어? 그런가? 내가 당신 지켜줘야겠네. 있다 전화할게.

 

-그래요, 그럼. 나 오늘 하루 종일 집에서 글 써야 해.

 

아침식사를 마친 효은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고 베스는 잡지를 사러 밖에 나갔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왠지 불안한걸? 효은이 전화를 들자 편집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효은씨. 오늘 사무실 좀 와요.

 

-오늘은 안나가는 날인데요?

 

효은이 의아하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할 말이 있으니 나와요.

 

-네...

 

효은은 주눅이 들어 대답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오자 효은은 자신과 레오의 사진으로 도배된 신문 가판대를 보았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도 들었다. 어떤 아이는 대 놓고

 

-어? 신문에 난 그 여자다!

 

하고 소리까지 쳤다. 효은은 그럴수록 당당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갈수록 주눅이 들었다.

게다가 편집장 윌 보빈스는

 

-미안하지만, 우리 이코노믹스의 모든 기자들과 임원들은 어떤 기업과도 관계를 가지면 안 됩니다. 강효은씨의 능력은 높이 사지만, 어렵겠군요.

 

라고 말했다. 짤린거다.

 

-네?

 

-미안합니다. 그동안 급료와 여기 추천서가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가디언에 가서 경제부 헨리 애덤스 부장을 만나세요. 이미 이야기가 끝났으니 바로 출근하게 될 겁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가디언에 취직이 되었네. 하고 생각한 효은은 이코노믹스 빌딩을 나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참, 그런데! 가디언에는 미란다 윈즈버그가 있잖아! 효은은 하늘이 노랗게 물드는 것 같았다.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 시작하세요~  행복하시구요~

 

추천 꾸욱..댓글 만발....ㅋ

 

아..그리고 새 연재를 시작할까 합니다. 기대 만빵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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