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져 버린 아이
아침 일찍 저의 집 뒤쪽에 있는 대(竹) 밭에서 조그만 새들의 우짓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새들이 아침 일찍 장을 열었나? 왜 이렇게 아침부터 요란하지?”하고 대 밭을 한번 쳐다보다가 늘 조용하기만 하던 대밭에서 무언가 살고 있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 가만히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체국으로 출근을 하고 우편물을 정리하여 시골 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달려봅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도로에는 오늘도 많은 차량들이 무엇이 그리 바쁜지 쏜살같이 오가고 있습니다.
“아이구~우! 천천히 좀 다니지! 무엇이 저리 바쁜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전남 보성읍 용문리 성두마을의 입구에 들어선 순간 “형님! 저 좀 보고 가세요!”하는 저의 후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아니! 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하였더니 “아니요! 그런 게 아니고 저의 우편물 있잖습니까? 그것을 가게로 좀 가져다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묻습니다. “아니!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저의 아버님이 저에게 온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를 뜯어 보셨나 봐요!
그런데 무슨 카드를 이렇게 많이 쓰느냐며 막 화를 내시는 거예요! 장사를 하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런데 이해를 못하시고 나무라기만 하시니 대꾸를 할 수도 없고 참 난처하더라고요! 미안하지만 저에게 온 우편물은 저의 가게로 좀 배달 해주세요! 자꾸 부탁만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자네 아버님은 구(舊)학문이 많으신 분이라 그런 것은 이해를 잘 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요즘 하두 TV에서 카드 문제니 어쩌니 하니까 카드를 사용하면 안 좋은 걸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알았네! 그럼 다음부터는 자네 우편물은 가게로 배달해 드림세!” 하고 후배와 헤어져 마을의 세 번째 집을 막 지나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엉! 어마야! 어마야!”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세 번째 집 옆 골목에서 이제 두 살쯤 먹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얼굴에 온통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 엄마를 잃어버렸는지 “어마야! 어마야!”하며 골목길을 빠져나와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가는 도로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입니다. “아가! 이리와! 너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
하며 얼른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두 손을 벌린 채 아이를 부르자 아이는 쪼르르 저에게 달려오더니 저의 품에 안겨서 큰소리로“어마야! 어마야!”하며 슬피 울기 시작합니다. “아가! 이제 울지 마! 그래 엄마 찾으러 나왔니?”하였더니 아이는 말을 할줄 모르는지 고개만 끄덕거릴 뿐 울음을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 동안 바지에 쉬를 했는지 바지가 물기에 젖어있는데 오늘 처음 보는 아이인지라 누구의 집 아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 손수건을 꺼내어 아이의 얼굴에 묻어 있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고 우편물 배달 가방에 들어있는 알사탕 세알을 꺼내어 한 개는 까서 아이의 입에 물려주고 양손에 한 개씩 쥐어주자 아이는 금방 울음을 그쳤습니다. “역시 아이들 우는 데는 사탕이 최고라니까!”하며 한번 빙그레 웃었는데 이때부터 난감한 일이 생긴 것입니다. 아이를 그냥 그곳에 놓아두고 갈수도 그렇다고 데리고 갈수도 또 그냥 그 자리에서 데리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입니다.
“가만있자! 이제 어떻게 하지?”하고는 “아가! 아빠 이름이 누군지 아니?”하고 물었으나 아이는 이제 마음이 놓였는지 그냥 고개만 끄덕거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참!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의 엄마가 누구인지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하고 있는데 마침 할아버지 한 분이 헐레벌떡 도로 쪽으로 뛰어가시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리십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하는 저의 인사는 들은 척 만척하시며 얼굴이 굳어진 채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몹시 당황한 듯한 모습입니다.
“아저씨! 혹시 아이 찾고 계세요?”하고 제가 큰소리로 물었더니 그때서야 저에게 고개를 돌리시고 아이를 보시더니“우메! 우리 애기가 여그 와 있었네! 아이고! 나는 그란지도 모르고 애기 잊어 분지 알고 깜짝 놀랬네!”하십니다. “아니! 어떻게 하다 아이를 잃어버리셨어요?” “어지께 김장 준비한다고 며느리하고 손지하고 왔드란 마시 그래서 아까 내가 방에 드러 누웠는디 애기가 내 옆에서 가만히 자드란 마시 그랑께는 우리 집사람하고 즈그 어메하고 둘이 밭에 좀 갖다 온다고 나보고 애기 좀 보고 있으라 글드란 마시
그래서 나도 애기 옆에 눴는 것이 잠이 들었든 갑어! 아! 그란디 잠을 깨서 본께 애기가 없어져 부렇드란 마시 그란디 동네가 있으문 다행인디 도로가로 나가 불문 큰 일 아닌가? 그래서 부랴부랴 이라고 뛰어 왔당께!”하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십니다. “예! 그러셨어요? 그럼 정말 다행이네요!”하는 순간 할머니와 아이의 엄마가 시장에 다닐 때 사용하는 조그만 손수레에 배추를 가득 싣고 오다가 할아버지를 보더니 할머니께서“아니! 으째 날도 추운디 뭣 할라고 애기를 데꼬 나왔소? 감기 들라고!”하십니다.
그리고 아이는 얼른 “엄마~아!”를 외치며 엄마의 품속에 안기더니 또다시 울먹울먹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내가 깜박 잠이 들었는디 애기가 그새 깨 갖고는 밖으로 나와 부렇는 갑서 그란디 저 사람이 마침 보고는 데꼬 있었다고 안 그란가! 하마트문 큰일 날 뻔 했단 마시!” 하시자 “그랑께 애기 좀 잘 보고 있으라고 안 합디여! 그나저나 아저씨! 고맙소! 잉!”하시더니 아이에게 “추운께 얼렁 집이 가자!”하시자 아이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잠시 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기억하는지 몇 번을 뒤를 돌아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