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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로부터 며칠이나 지났지만..싸갈텡이 녀석은 연락이 없었다..
나 역시 그 자료 정리를 하느라 그날 밤을 꼴딱 세우고..새벽 6시에 겨우겨우 자료를 멜로 보낼수가 있었다.
그 담날은 하루 종일 수업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게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와..저녁을 먹자마자 8시부터 잠이 들었다.
그리고..그 담날인 금요일 저녁엔 선생님들끼리 회식을 하게 되엇다..
이래저래...그 녀석과 연락을 못한지 4일이나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간간히 어떻게 또 사과를 해야 할지..망설이고만 있는 나를 발견햇다.
지난번 만남부터 해서 나는 그 싸갈텡이 녀석에게 사과할일밖에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나는 아직 그 녀석을 사랑하는지 그냥 좋아서 함께 있고 싶은 건지...마음의 결정도 못 내린 상태였고...
계속 그 녀석과의 만남을 이어 나갈지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어지 중간한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마무리가 되질 않아서...따로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그 녀석과의 만남을 끝내는 것이..서로에게 좋은 일이 아닐는지...
“어휴..”
“정선생..요즘 무슨 고민 있어요”
“네?”
“그냥 요즘 매일 한숨만 쉬고..밥맛도 통 없어 하는 것 같고...잘 웃던 사람이 잘 안 웃으니까 이상해서..”
역쉬나 다정다감하신 국어선생님이시다.
“아니에요..”
“혹시라도 힘든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힘이 될 일이 있으면 도와 줄테니까..저 먼저 퇴근합니다.”
국어선생님의 격려에 힘이 약간 솟은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계속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오후...우리의 4공주가 한번 모여서 신나게 놀아봐야할 터였다..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이...정선생..요즘 재미 어떠셔?”
“서경이는 오늘 도매 물건 값 받는 날이라 조금 늦는데..우리끼리 먼저 먹고 있자..”
환희와 주영인 여전히 반갑게 날 맞아 주었고...역쉬 친숙한 분위기의 우리 친구들 틈에서 나는
간만에 편안한 맘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있다 서경까지 합세하자 우리는 무적의 최강 부대가 되었다..
해가 많이 길어지기는 했지만..해가 지기도 전부터..홍야홍야..취해버린 4명..
“야~우리 마지막으로 딱 족발에 동동주 한잔만 하고 가장..”
“배도 부른데 왠 족발?”
“어휴..족발 뜯고 동동주 한사발 하면 그 맛이 일품이야..언넝 가자가자..”
우리는 근처에 싸고 양도 많이 주고..아주 쫄깃쫄깃..맛이 죽인다는 환희의 안내로..근처 족발집으로 향했다.
왁자왁자...정말 유명한 집인지..양복을 입은 셀러리맨부터 시작해서...어린 학생들까지..테이블이
꽉 차있었다..
겨우겨우 비집고 한자리 차지하고서
“아줌마..여기 족발 대자 하나하구요...”
“대자? 야~우리 다 배불러..소자 시켜..”
“에휴..4명이서 쪽팔리게 어떻게 소자를 시켜?”
“괜찮아 괜찮아..”
서로 왁자왁자..5일장이라도 선것처럼 흥겨운 분위기속에서...드디어..
동동주사발과 한상 그득한 족발을 앞에 두고..우리는 한잔씩 두잔씩...주거니 받거니 하기 시작했다..
금방 두동이나 마무리 하고서 세동째 시키려고 하자..
“야~나 속이 안좋아...난 이제 고만 마실래...잠시만..화장실좀..”
욱욱 거리며 환희가 달려나갔다..
그러자..옆에 있던 주영이..
“나두 속이 좀...빨리 갔다 올게...”
하며...환희를 따라나갔다..
“어휴 지집애들 한살 더 먹더니..영~~몸이 안 따라줘..그치?”
“그러게...다들 인제..몸이 많이 약해진다야~~”
몸이 약해지기는...이미 그 전에...3시부터 만나서는 점심먹고...소주 5병 나눠서 마시고...호프집에서 맥주 7천을 마시고..막판으로 동동주를 먹는것인데...나는 그날 계속 술을 마시다간 혹시라도 인사불성이 될까봐... 겁이나서 조심하고 있던 판이었다..
“이현빈..이현빈...왓샷왓샷..”
오잉? 내가 술이 취하긴 취햇나 보다...갑자기 그 싸갈텡이의 이름이 들려오는건 웬 환청인지..
머리를 흔들흔들 흔들어보던 나..더 어지럽다...잉잉
“앙..현빈 오빠..한번 마셔봐여...왜이렇게 빼여..”
라는 간들러지는 목소리에..휘익 고개를 돌려보았다..
악..맞았다..그 싸갈텡이다..
구석에 약 10여명의 학생들이 앉아서는 모두들 술 마시기 대회라도 하는지...동동주 몇동이를 비우고..
그 젤 구석에 현빈이 녀석이 멋들어지게 앉아있는데...여자애들이 죄다 달라붙어서는
이름을 외쳐대며..동동주를 마시라고 난리였다..
“허거덕...이런...우리 대한민국이 얼마나 넓은데..왜 저녀석이 여기 이집에서 동동주를 마시고 있는 것이냐고요..”
잔뜩 놀랐던 나는...이 상황에서 또 도망가고픈 마음에...어쩔줄 몰라하며...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그래 여긴 사람도 많고...고개 숙이고 조용히 있다가 가믄 재도 모를거야...’
‘이 많은 사람들 틈에서 어떻게 나를 찾아내겠어..’
‘그래도..빨리 이 자릴 벗어나야해.’
내 맘은 혼자서 왔다 갔다 바쁘고...환희랑 주영인..화장실 구덩이를 파고있나?
아직까지도 오지 않고 잇다..
혼자서 안절 부절 못하고 있자...서경이
“왜..너도 올리고 싶냐? 아님 싸고 싶냐? 머냐? 말만해라 준비해줄게..”
“머멀? 멀 준비해죠?”
“올리고 싶음..탕 냄비를 비워주고..싸고 싶으면...술동이를 비워주마..어때?”
......
“너는 그것도 넝담이라고..쿨럭”
“어이..마니 지다렸냐? 나 컴백술집 했다..우리 한잔 더해야지?”
“오라이...달리자 달려...”
환희와 주영이의 말개진 얼굴을 보아하니...엄청나게 확인작업을 하고 왔구나...쯧쯧..가여운 인생들..
“인제 고만 마시고 일어나자...집에 일찍 들어가서 효녀 노릇도 하고 그래야지...
우리 오늘 이미 많이 마셨어..크크”
“머냐..정선생..인제 우리들한테까지 선생 노릇하는거냐? 갑자기...웬 설교?
여태까지 같이 마셔놓고...”
갑자기 환희가 꼬장을 부리기 시작한다..못말리는 것들~~~
“야야..유경이 재는 넌 얼굴부터가 선생이 아냐...
얼굴이...요새 고딩들 보다 더 허여멀그리 해 가지고...누가 보면 학생이라고 하겠다..임마..“
“아냐..나 요새 머리도 많이 길렀구..학생 안같아..”
“웃기지마...여기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자고..니가 학생 같은가..안같은가?”
“아냐 아냐..괜찮아..멀 물어보고 그랴...참아죠..”
슬슬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서경이의 저런 포즈...저런 말투..저것은 분명히 행동에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뜻???
걱정이 스믈스물 밀려올라오기 시작한다..불안하다...불안하다..어휴..
“내가 확실히 확인해 보겠어..니가 지금 고등학교 선생님 같은지 안 같은지..”
“아니 지금 그게 이 시점에서 머시 중요하다고 그랴..구랴..나 선생 안같어..됐지??
고마하고 언넝 일어나장..응? 서경아..내가 부탁할게..”
“서경아..내가 물어볼까? 너보단 내가 더 인물이 좋잖냐..”
이것들이...갑자기 끼여드는 환희의 물음에..서경.
“환희..아주 간!~~만에..맘에 드네..그래 니가 함 물어봐...우리 오늘 유경이...고등학생 만들어버리자..”
“요새 고등학생한테 술 팔면 어떻게 돼?”“
“머가 어떻게 돼? 암 일도 없어..걍 망신스러워지는거지..모...우리는? 같이 마셨으니까..우리도 고등학생인가?”
“아냐...동생의 잘못을 같이 동조한...나쁜 언냐들이 될고야..”
“그래? 그럼 하지 말아버릴까?”
“그래..그래..고만해...애덜이...왜 일케 취한거야? 언넝 일어나서 가자..”
주섬주섬 내가 짐을 챙겨서 일어나려고 하자...서경...확 나를 잡아 채서는 끌어다 앉히고는..
“야야..어딜 가려고 해...있어봐바바바바바...”
쨍쨍쨍쨍쨍...허거덕..아니 저런 건 또 어디서 배워 먹은거야?“
소주병을 숟가락으로 챙챙 거리고 치기 시작하더니..
“동네 사람들..여기 좀 보세요..”
라고..드.뎌. 사고를 치기 시작햇다...어휴 못말리는 서경~~~서경~~나 좀 살리주라..
여기 현빈이도 있단 말야....우씨..그 싸갈텡이 눈에 띄면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