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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73.라플라타 박물관

무늬만여우... |2004.12.23 02:27
조회 2,532 |추천 0

겨울내내 우린 놀러도 잘 다녔다.

부부동반, 커플모임으로 야외도 나가서 고기도 구워먹고 사진도 찍었으며 말도 타러 다녔다.

아가들을 데리고 간 부에노스 아이레스 근처에 있는 공원들은 작은 놀이 시설도 있었고, 깊은 숲 속 분위기도 내는 공원도 있어서 참 좋았다.
어느 장소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시설과 식탁이 되어 있는 아르헨티나. 참 멋진 곳이다.

저마다 맡은 품목을 가져와서 우리들은 주말마다 잔치를 벌였다.
아사도(갈비)를 통째로 굽고 앤살라다(소금, 식초, 식용유로만 간하는 야채 샐러드)를 하고 김치와 밥을 준비해 갔다. 난 주로 김치 담당이었다. 내가 한 김치가 시원하고 맛있다고 좋아들 했다.

아르헨티나는 야채가 달고 연하며 맛있어서 김치의 맛을 성공하기 아주 좋은 조건의 땅이다.
또 소금언덕에서 나오는 자연 소금은 그 천연의 맛이 쓰지않고 달아서 김치의 맛을 시원하게 했다.

야외로 나가면 우리는 말을 타며 놀았는데, 로미나 동생 라파는 말을 참 잘 탔다.
난 라파에게 코치를 받아서 말을 한 번 타보기로 했다.

말은 제주도 신혼 여행가서 사진 찍느라고 사진사 아저씨 주문에 따라 타보고 못 타봤다.

라파는 말타는 데로 우릴 데리고 갔다.
제일 순한 말을 신청해서 완전 초보인 내게 배당해 주었다.

겁났다.
커다란 눈망울로 말이 날 쳐다봤는데 속눈썹이 길었다.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파가 말에게 말을 시켰다.

"이 아줌마가 초보거든. 네가 좀 괴로울꺼야. 그래도 어쩌겠니 타보고 싶다니깐 네가 참고 좀 태워줘라. 이 아줌마가 보기보단 좀 착하거든."

사설이 긴 라파를 내가 째려봤다.

다른 아줌마들 하나하나 말을 타고 산책을 나갔다. 무섭지도 않은가?

나도 용기를 내어서 말에 올라탔다.

'음. 거 기분 괜찮네~'

처음에는 초보자니깐 말을 관리하는 꼬마가 따라 붙었다.
그 꼬마는 말 고삐를 움겨쥐고 이러저리 말을 끌고 다녔다.
말을 타고 천천히 여기저기 숲을 산책하며 다녔다.

겨울이지만 푸르른 아르헨티나.
풀은 약간의 황색을 띠지만 그래도 여전히 풍성하고 아름다운 풀숲을 자랑한다.

라파와 그 외 친구들은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리며 지나가다 내 자세를 교정해주며 갔다.

"허리펴"

"약간 구부려"

"나 따라해봐"

난 그들의 모습, 탈 때의 행동 자세 등등을 눈여겨 봐두며 고대로 따라했다. 점점 자신감이 들었다.

30분 산책이 끝난 뒤, 난 용기있게 나 혼자 말을 몰고 다녀보겠다고 제안했다.

그들은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타보랜다.

혼자 용기를 내서 탔다. 이번엔 말을 바꾸어서 까만 말을 탔다. 온 몸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고 검은 커다란 눈동자가 참 아름다왔다.

앞에서 말에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햇다.

"안녕, 잘 부탁해."

알아들은 듯한 말의 표정을 보며 올라탔다.

혼자서 어슬렁거리며 주위를 산책했다.
높은 나뭇가지가 얼굴에 걸리기도 했지만 지나가다 다른 말타는 친구들이 내 폼을 보며 감탄을 했다.
말타는 폼이 죽인댄다.
ㅋㅋ 어구 내가 아무래도 뭘 하든 폼은 죽이나부다. 폼생 폼사여.

처음에 수영을 배울 때, 물에 뜨던 기억이 있다.

갑자기 물에 붕 뜨던 내 몸. 얼마나 기쁘고 신기하고 재밌었는지 모른다.
꿈까지 꿨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날보며 박수를 치다가 깨곤했다.

그 기쁨 만큼이나 말타는 것도 재미 있었다. 신기했다. 매일 타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타려면 교외로 나가야했기에 한달에 한 두번 정도 기회밖에 없었다.
아, 아쉬워라.

그러던 와중에 알렉한드로네 교회에서 야외 예배를 나가는데 라플라타 박물관이 있는 라플라타 공원으로 간댄다.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다.

잉. 우린 교회 안다니는데...(시댁의 강력한 반대로 못 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집에서 심심허니 뭐하냐며 알렉한드로네 엄마가 세 번이나 전화를 하셨다. 노인네가 그러시는데 자꾸 빼는 것도 뭐해서 간다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지각 변동으로 백악기의 지층이 밖으로 돌출된 지역이 많다. 그 지역에선 알다시피 공룡뼈가 많이 발견된다.
그 하얀 땅이 많은 산에서 발견된 공룡뼈는 여기저기 복원이 되어서 박물관에 전시가 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젤루 유명한 박물관이 그 라플라타 박물관이다.

흠. 소풍가서 그 박물관 구경이나 해야겠다. 신나라.
난 그런 역사적 자료를 구경하는걸 참 좋아한다. 그 예전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흥분되고 그려지는 사연들까지 유추해본다.

도시락을 싸서 알렉한드로네 팀에 묻어갔다.

먼저 도착 예배를 간단하게 드리고 밥부터 먹었다.

라플라타 공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두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라 그렇게 해야했다. 도착하자마자 다들 배고파했다.
먼저 온 팀들이 예배 시작 전에 올려놓은 아사도가 노릇하게 구워지며 전 교인이 빙 둘러 앉아서 밥을 먹었다. 꿀맛이었다.

역시 아사도(소금만 뿌려서 숯불에 굽는 갈비바베큐)는 밥이랑 김치랑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배불리 실컷 먹었다.

로미나가 내가 말을 좋아하니깐 말을 타러 가자고 했다.

"잉. 박물관 구경은?"

시간 많으니깐 이따가 같이들 가서 보고 말부터 타자고 했다.
애들은 남편들이 보기로 했다.

우린 말을 빌려주는 데로 갔다.
먼저 한 시간을 빌렸다. 하얀 말이 내 말이 되었다. 기다란 속눈썹이 너무 아름다운 말이다. 아름답다고 칭찬해줬다.

"야~ 너도 나만큼이나 아름답구나~~"

그 말을 들은 로미나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말이 화나서 뒷발질 할까 겁난댄다.

몇 번 말을 쓰다듬다가 올라탔다. 천천히 말은 앞으로 갔다.

너무나 넓은 라플라타 공원.

잔디만 쫙 깔려있는 곳을 한 십분 달리니 숲이 나왔다.

배웠던 자세를 생각하며 말을 몰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신나게 말은 달렸다.

와~ 너무 신났다.

양쪽발을 살짝 살짝 말의 배를 차며 박차를 가했다.

빨리 달려봐. 좀더. 좀더.

말은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로 신나게 달렸다. 잔디가 나오고 숲이 나오고 잔디가 나오고 숲이 나오고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되었지만 난 달리고 또 달렸다.

멋진 자세로 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낙마하지 않으려고 넓적다리에 힘을 꽉 주었다.
약간 구부러진 허리를 핀 자세로 앞을 내다보며 그래 이 자세지? 아 너무 재미있다. 나혼자 중얼거리며 타고 또 탔다.

말이 힘든지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미안해졌다.
그래 야 이제 니네 집으로 가자.

아쉬움이 있었지만 말이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방향을 잡아 축사로 향했다.
사실 나도 온 몸을 긴장한 상태에서 탔었기에 힘도 들었다.

아이를 남편들에게 맡기고 왔기에 그것도 신경쓰였다. 잘있나? 내 새끼들 혹 말썽 피워놓진 않았을라나.
돌아가니 남자들은 아가들을 어른들에게 맡기고 어디론가 놀러나갔다. 이런~ 끝까지 책임완수도 안하고 어디들 갔담.
로미나는 벌써 와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우리 아가는 곤하게 자고 있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들이 날 쳐다봤다.
엄마를 찾다가 울었던 기색이다. 이런~ 사내 녀석이.

가자마자 아들 녀석을 안아줬다.
에궁 아이를 안을 힘도 없어서 바로 내려놨다.
보리라 다짐하고 갔던 라플라타 박물관은 그 날따라 문을 안열어서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흰색 그리이스 건물양식의 조각이 많은 라플라타 박물관 겉 모양새만 눈도장 찍어뒀다.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곯아떨어졌다. 역시 말타기는 운동량이 큰 것 같다.

다음 날 난 일어나서 기절초풍했다.
으~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온 몸이 쑤셨다.
긴장하며 탄 탓인지 온 몸의 근육이 뭉쳐있나부다. 목도 아파서 옆으로 고개도 잘 못돌리겠다.

랑은 그런 내가 우습다고 쓰잘데 없이 내 이름을 자꾸 불렀다. 그래서 힘들게 고개돌려 대답하면 재밌어서 끅끅거리며 웃어댔다.
씨. 난 아파 죽겠구만.

그래도 말타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또 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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