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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해할수 없는 그 얘기로...넌 핑계를 대고 있어...

심천황후 |2004.12.29 13:46
조회 1,414 |추천 0

그날은 춥고 매마른 동북의 하늘이 유난히 푸르게 보이던 날이었습니다.
푸른하늘 만큼이나 선명하게 1년전 어느 아침 버스에서 보았던 광경이
아직도 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를 않습니다...

혹시 모르는 분이 있을라나...?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중국에서
법학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늦깍이 학생입니다

지금은 이 따뜻한 남쪽나라 심천에와서 이렇게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지만

지난 겨울...

저는 영하25-30도는 심심치 않게 내려가는 머나먼 만주벌판에서 춥고도 긴 겨울을 지냈답니다...^^;

겨울이오면 길가에 아이스크림이랑 냉동생선을 내다 놓고 팔아도 안 녹는...그런 추운 곳이죠.

가끔씩이면 골목골목에 당나귀가 끄는 배추달구지며...방금 시골에서 올라온 쌀, 계란, 고구마...그리고 겨울을 나기위해서 커다란 파를 김장하듯이 사다가 놓고겨우내 하나하나 꺼내어 먹어야 하는 그런 ...아주 시골스럽지만 순박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지금은 아주 많이 그리운 곳입니다...!!!


등교길버스...자리가 없으면 꼬박 삼십분넘게 복잡하고 흔들리는 차속에서 서서가야하는 까닭에
평소와 다름없이 자리에 혈안이 되어 정신없이 올라선 버스...
역시나... 자리는 없더군요 ㅠㅠ
대충 잔머리를 굴려 어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맨 앞자리에 섰습니다.
한정거장만 가면 그 학생들이 내린다는 것을 이미 감지한 저는 속으로 저의 똑똑함--;에 흐뭇해하며...^^

그런 저의 옆에 시골소녀같이 후줄근한 빨간 점퍼에 까만 안경을 낀...
유난히 키가 작은 그녀가 어느샌가 서있었습니다.
이곳의 농촌이나 시장터에서 자주 볼수 있는 차림의 전형적인 중국의 소녀입니다.

전 그 전날 그녀를 바로 이 아침 버스안에서 한 번 만났습니다.
그녀가 앉은 자리 앞에 바로 제가 서있었거든요
사실 그녀가 버스에서 내리기전까지 저는 당연히 그녀에게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있었습니다.
한참을 가던 그녀는 기사아저씨에게 "장춘대에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명랑한 목소리로 부탁을 하더군요

그저 전 그 아가씨의 작고 허름한 가방사이로 삐죽이 보이는 많은 책들에 눈길을 한 번 보냈습니다.

키도 조그마한 아가씨가 책을 무지 많이 지고 있더군요... 가방위로 보니 사이로 다 보일만큼...
목적지에 도착하자 더듬더듬 하얀삼단지팡이를 끼워맞추더니 알려준 사람에게 웃는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그녀...

아~! .. 저는 그제서야 그녀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수있었습니다.
많은사람이 내리고... 또 많은 사람이 버스에 오르는 동안...
그녀는 버스에서 내려 아주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듯하더니 이내 신기하게도 제대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지팡이를 의지해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의 얼굴에는 연민의 안타까움이 흘렀지만 정작 그녀의 얼굴에는 얼마나 밝은 미소가 있었는지...
저는 그녀의 미소에 정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런 그녀를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난 것입니다. 그것도 바로 제옆에 서있는 그녀를...
저의 예상대로 아이들은 내리고, 아이들이 내리기가 무섭게 저는 얼른 그녀를 잡아끌어
여기 자리가 있다고 말하고는 그녀를 앉혀주었습니다.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그녀가 얼마나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는지...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날도 그녀는 어느 친절한 여학생의 도움으로 버스를 내렸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던 그 학생은 뒤를 힐끔 돌아보더니 그녀의 팔짱을 끼고 함께 학교의 정문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전날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그 학생에게 의지를 하고 학교안의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속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저는 아주 오랫토록 바라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과 차들사이를 익숙한 걸음으로 그녀를 부축하고 학교로 들어가는 친절한 여학생과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는 그리도 간단한 차를 타고 길을 걷는 일조차 그녀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것인지... 게다가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것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제 학교친구들은 제게 말합니다
아이를 셋이나 데리고 그것도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니 무지 용감하다고들 합니다.
직장생활 8년동안 굳어진 머리와 혀로 전공도 아닌 새로운 학문에 뛰어들어
중국유수의 두뇌를 자처하는 그들과 그들의 법을 토론을 해야한다는건 너무 무리라고...
유학이라는 언어의 벽역시 장애의 일종이라고... 넌 외국인이니까...
제가 그들과 똑같은 과제를 제출하는것조차 필요없는 일이라고 저를 안일한 유학생의 길(?)로 유혹합니다.

때로는 그들의 배려에 넘친 편견이 자존심상하고

 제 능력의 한계에 부딪힐때 여러번 무너지고 아파하면서 저의 도전이 정말 용감한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무모한 것이 아니었나하는 후회로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 이제 내가 공부를 하지 못할 아님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여도 되는...
근사한 변명거리를 찾을수 있을까...?

그녀와 마주친 그날 이후로 저는 더이상 근사한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혹은 꼭 해야 할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무슨 근사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이제 새해가 다가오네요...

어김없이 맞이하게되는 내년에는 제발 더이상 이래서...저래서...변명할 필요 없이

아주 잘 했다...라는  말을 듣는 그런 한해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외국에서 사는 이야기방 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멀리있는 만큼 복 장거리로 ...따따불로 받읍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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