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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8막 : 용(龍)의 비상 #01)

J.B.G |2005.01.10 01:16
조회 176 |추천 0

 

 

 

용군은 패성(沛城) 일대에 진을 치고 있었다. 지금 패성은 찬 겨울의 한파가 몰아쳐 진 전체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름다워…”

 

눈 덮인 용군의 진영에 한 장수가 찾아왔다. 그녀는 곧 군사회의를 하고 있는 막사에 들어섰다.

 

“보고합니다. 장수 무연(撫淵)! 철기주 대장군 휘하의 흑용대(黑龍隊)에 배치되었음을 신고합니다.”

“응?”

 

장수들과 전략을 숙의하던 철기주, 미란과 부장들이 모두 놀라 아직 어린 티를 벗진 못한 소녀를 바라 보았다. 모두 그녀를 보며 의아해 했지만 미란만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무연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제 도착한 모양이구나?”

 

무연은 미소를 지으며, 미란에게 말했다.

 

“네. 언니!”

“군막에서 그런 호칭은 곤란해. 난 모든 전략을 통괄하는 군사야”

“…죄송합니다.”

 

무연은 곧 품에 들고 있던 황제의 칙령이 담긴 두루마리를 대장군 철기주에게 전했다. 그 두루마리를 받아들며 철기주는 조금 의외인 듯한 표정이었다.

 

“장수 하나를 전장에 배치하는데… 황제의 칙령이라니…”

 

그러자 미란이 그 두루마리의 내용에 대해 답해 주었다.

 

“잘 봐요. 사형의 부장이에요.”

“이거… 참 전하도 무슨 생각인지…”

“사형이 군령이라면 당연히 거부할 테니까? 연(淵)이가 떼를 쓴 거겠죠?”

“응?”

 

철기주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자 무연이 당혹해 했다.

 

“네? 그… 그런 건 아닌데…”

 

그러한 그녀에게 미란이 이상히 여겨 물었다.

 

“이왕 장수가 되었으니, 훌륭한 스승에게서 전장을 경험하고 싶은 네 심정은 이해한다만, 벌레 하나 잡지 못하던 네가 어찌 무장이 된 것이냐?”

“그건… 그 사건 이후부터였습니다. 오라버니도 이미 장수가 되었습니다.”

“문반이었던 영(映)이가 장수가 되기 위해 무반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만, 네가 무반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나도 무척 놀랐단다.”

“오라버니도 저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그날 이후 오라버니는 자신이 살아 있는 한은 다시는 적국이 황도를 유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맹세했습니다.”

“그래…”

 

그때, 두 사람의 알 수 없는 대화를 듣고 있던 철기주가 물었다.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의 이 물음에 미란과 연(淵)은 잠시 놀랐다.

 

“아니, 사형! 연이를 정말 모른다는 말은 아니겠죠?”

“내가 연 장수를 알고 있다고?”

 

이 말에 무연은 크게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흐흠… 아무리 저 나이에는 겉 모습이 빨리 변한다지만… 역시 사형은 처세에 너무 약하군요. 제상 무린의 여식 정도는 알고 있어야죠. 더군다나 3년 전 봉의 정예군이 수도를 유린했을 때 이 아이의 목숨을 구명해 주었잖아요?”

“이런, 내가 큰 실례를 범했군.”

“…”

 

그러나 연은 이미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패림 일대의 제후인 장수 자현룡(慈現龍)이 이 일로 금방 철기주에게 면박을 주었다.

 

“어허, 장군님! 어찌 여린 소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다른 부장들이 모두 호탕하면서도 짓궂게 웃어댔다.

 

“하! 하! 하!”

“어허! 그만들 두지 못하는가?”

 

연은 그만 얼굴이 홍조가 되어버렸다.

 

그날 밤.

무린의 딸 무연과 미란이 눈 덮인 군영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이곳은 최 전선의 전장이야. 그리고 사형은 항상 그 전장에서는 가장 위험하고 힘든 전투를 맡고 있어. 내 말뜻을 알겠지?”

“그 정도는 각오도 없이 오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그러던 중 연은 새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한 무리의 새떼를 보고 말했다.

 

“어머, 이것이 말로만 듣던 전서조(傳書鳥)와 비전조(飛戰鳥)라는 것인가요?”

“그래. 이곳 중앙대륙의 모든 국가는 체계적으로 전서조와 비전조를 사육해서 훈련하고 있단다. 이 새들은 전시에 신속하고 중요한 정보체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야.”

“빠른 것이라면 봉화가 가장 빠르지 않나요?”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공개된 정보가 아니더냐? 적에게도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도 있어. 더군다나, 때로는 아군에게도 비밀로 해야 하는 군사정보도 다루어야 하지.”

“그럼 동물보다는 사람이 전달하는 것이 가장 믿을 만 하지 않나요? 각 국은 잘 훈련 된 파발마가 있잖아요.”

“물론, 그렇단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정보 중에는 시급을 다투는 일이 있단다. 전서조는 파발마가 3일 길을 달려야 한다면, 하루 길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그럼, 비전조는 왜 기르는 거죠?”

“비전조는 전투를 하는 새라고 보아야 할 거야. 정보는 그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돼. 만약, 화급을 요한다면 전서조가 홀로 날아가지만, 그 문서의 비밀유지와 정확한 전달이 더 중요하다면 전서조와 비전조를 한 조로 편성한단다. 비전조를 전서조보다 빠르고 날쌔며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하늘을 날아다니는 다른 포식자나 혹은 적국의 비전조에게서 전서조를 지키기 위함이지.”

“그렇다면, 애초에 비전조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그건 비전조가 지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야. 그래서 6시간의 지속비행을 하면 반드시 쉬어줘야 하지.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아주 가까운 거리는 전서조 없이 비전조를 이용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전서조는 쉬지 않고 나는데… 비전조를 어찌 끝까지 호위하죠?”

“군은 각 군영마다 비전조와 전서조를 갖추고 있어 그래서 중간에 비전조는 교대를 하도록 되어 있는거지.”

“그럼, 그런 방식으로 비전조를 이용해 문서를 전달하면…”

“만약, 전달하는 자가 새를 바꾸는 사이 문서를 위조한다면?”

“…”

“모든 기밀문서는 전서조의 다리와 함께 봉인이 되게 되어 있어, 만약, 그 봉인이 깨져 있다면 적국의 첩자에 의해 조작 된 가짜 정보로 인식되는 거지…”

“그렇군요… 비전조는 그 임무를 교대할 수 있어도 전서조는 불가하다… 헌데, 두 새의 특성을 모두 갖춘 새는 없는 건가요?”

“네 말대로 모든 강한 조건을 갖춘 동물이 있다면, 아마 먹이사슬이 무너지지 않겠니?”

“하긴…”

 

그날 밤.

미란은 연과 자신의 막사에서 술잔을 마주했다. 그러나 연은 술잔 받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왜? 아직 술은 안 배운 거야?”

“네… 아직…”

“그럼, 내가 오늘 가르쳐 줘야겠구나?”

 

미란의 이 말에 연이 조금 놀라며 물었다.

 

“네? 전시에 그래도 되는 건가요? 더군다나, 저는 이제 막 전장에 처음 배치되었는…”

“그래도 장수가 아니냐? 술 정도는 배워둬야지. 자 어서 받아.”

“네…”

 

무연이 이렇게 술잔을 받아들자 미란이 곧 술을 잔에 가득 부어 주었다. 무연은 쓴 술을 하번 들이키고는 곧 두 번째 잔을 요구했다.

 

‘이 녀석 봐라…’

 

한참 시간이 지나서 무연이 곧 술기운이 오르자 미란이 물었다.

 

“너… 뭐 심기가 불편한 일이라도 있니?”

“여기 온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그런 일이 있겠어요?”

“수상한데…”

 

미란은 철기주가 무연을 알아보지 못한 일에 대해 잠시 행각해 보았지만, 그녀도 곧 취기가 돌아 그런 생각을 접어두었다. 그리고 두 여인은 그만 서로 흥에 겨우 취해서 새벽이 되도록 술잔을 들이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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