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은비는 무럭 무럭 자라서 온 집안을 기어다니며 말썽을 피기 시작했다.
날 닮아서 피부가 연약했다.
그래서 종이 기저귀는 쉽사리 물러서 천 기저귀를 해줘야했다.
천 저귀를 차고 노란 고무줄을 허리에 맨 아가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기어다녀야하니 밑에 바지도 두겹으로 입히고 무릎 보호대도 해주고 했지만 지혼자 벗어제껴서 무릎 부분은 까매지기 일쑤였다.
은비는 서랍도 뒤지고 화장실에 가서 화장실 물도 휘저어놓고 그 물로 세수도 하며 날 정신없게 만들었다.
잠시라도 나랑 떨어지는걸 싫어해서 설거지 할 때조차 내 다리 한쪽을 붙들고 놀라고 해야했다.
그러니 청소를 잘 못하는 난 아가를 위해서 온 집안에 먼지 하나없이 아가가 어디든 기어다닐 수 있도록 깨끗히 하루종일 쓸고 닦아야 했다.
한국처럼 집 안에서 신발을 벗고 살도록 된 구조가 아니니 문만 열면 흙먼지가 들어와서 보통 일이 많은게 아니었다.
게다가 아버님은 식사 시간에서 10분이라도 지나치면 그 시장함을 못참으셔서 역정을 내셨다. 소식가라서 조금밖에 드시지 않아 쉽게 배가 고프고 또 못참으셨다. 온 열정을 밥과 반찬하는 것에 집중을 해야했다.
진지를 드시면 아버님은 기분이 한껏 어린아이처럼 좋아지셔서 손주들을 이뻐해주셨는데 아가 입옆에 당신입을 대고 하루종일 "쪽쪽쪽쪽" 소리를 내고 다니셨다.
그럼 은비는 좋아서 입이 헤 벌어져서 할아버지를 꽉 껴안고 있었다.
그 소리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마력이 있어서 내 기분까지 좋아지게 해서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은비는 과일을 사다놓으면 그 과일을 다 꺼내서 굴리며 다니는걸 좋아했는데 특히 커다란 수박을 힘을 다해 굴려놓고 좋아했다.
하루는 거실에서 낮은 음으로 아들내미 윤희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윤희야~ 윤희야~"
가보았더니 아가 은비가 내 목소리를 흉내내서 지오빠 이름을 다정하게도 부르고 있는게 아닌가.
수박을 한번 굴려놓고 "윤희야~" 하고 부르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처음으로 말을 하게되면 엄마나 아빠 혹은 맘마 같은 단어를 먼저 배우게 되는데 얘는 식구들이 하도 장난꾸러기 윤희를 불러제끼니 그 말을 먼저 배운 것 같다.
억양도 내 억양을 흉내내어 엄마가 아들 부르는 것처럼 불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수박만 만지면 윤희를 불러제끼고 다른 걸 만질 때는 아무 소리도 안해서 아버님과 랑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아구 아닌데.... 그래서 수박옆에 데려다 놓으니 은비는 수박을 쓰다듬으며 다시 지 오빠를 불렀다.
콧소리가 약간 들어간데다 발음이 부정확하지만 정확하게 "윤희야~ 윤희야" 하고 느리게 부르니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았다.
안마당 우물가에서 놀던 아들넘이 날 불렀다.
공을 갖고 놀던 녀석이 우물이 궁금해서 나무로 되어있는 우물 뚜껑을 열고 그 안에다 공을 빠뜨렸다. 다행이지 싶었다. 그 뚜껑이 쉽게 열리리라곤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다. 애라도 빠졌음 어쩔뻔했는가 말이다.
집안엔 사람이 없는지 애가 공을 빠뜨려 놓았는데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깊이가 어느만큼 되는지 우물 안을 들여다 보다가 난 기절 초풍했다.
컴컴한 우물 벽엔 커다란 바퀴벌레가 납작하게 붙어서 살고 있었다.
뚜껑 근처와 물 근처에만 없었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온 몸에 소름이 좌악 돋았다.
우물 옆은 커다란 돌들로 되어 있었고 이끼와 작은 풀들도 나 있었다.
작은 돌엔 이상한 곤충들도 많았고 작은 개구리도 있었다.
깊이는 별로 깊어보이지 않았다.
집에 들어온 랑에게 공을 꺼내달라고 해놓고 난 지금까지 저 물로 밥을 해먹은 생각나서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으~
랑도 공을 꺼내오며 놀랬는지 이제 저 물 사용하지말라고 한다.
루시아 아줌마에게 그 말을 했더니 집안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은 지하수이고 그 우물하고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이 동네 물이 비누 탄 물처럼 너무 미끈덩거리는게 맘에 안들었는데 그 우물안까지 보자 정내미가 다 떨어졌다.
우린 먹는 물은 사먹거나 창고에서 빗물을 받아와서 사용했다.
그래도 목욕할 때는 그 비눗기 있는 물을 사용해야해서 한시라도 빨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집으로 가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