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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편히 쉬도록..."
하며 강민호는 손날로 태근의 목젖을 짧게 후려치고는 뒤로돌아 걸어나갔다.
<헉>
짧은 비명과 함께 얼굴의 모든 핏줄이 곤두서 금새 터질 듯 툭 튀어나오며 김태근은 쓰러져
갔다.
곧이어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그들은 사라졌다.
...
그 일이 있은 며칠 후,
한 변호사가 사무실로 찾아와 강태수 회장의 유언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주었다.
그 내용은 강회장 자신은 김태근의 동향을 이상히 느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자신이 죽
은 후 모든 조직의 운명을 강민호에게 맡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직의 터줏대감으로 있었던 여러명의 중간보스들은 그 유언을 인정할 수 없어 나
이어린 강민호를 무시하고 나름대로의 세력을 기르고 있었다.
그래서 강민호는 '태수파'의 모든 조직원을 88올림픽 체육관으로 집결시킨 것이었다.
...
"민호형님, 다 왔습니다."
하는 백상민의 말에 강민호의 의식은 현실로 돌아왔다.
흔들리는 와이퍼 사이로 88올림픽 체육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널따란 운동장,
운동경기가 있을땐 언제나 빼곡히 들어차던 관중석에는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짧은 머리에
눈이 매서운 사내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는 정확히 열일곱개의 의자가 놓여있었으나, 일곱 개의 의자는 비어있었고, 열
개의 의자에만이 점잖은 양복을 입은 위엄있는 중간 보스급들이 앉아 있었다.
그 중 성동구 관할구역을 맡고 있는 홍성완이 강민호를 마중나왔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예, 마이크를 준비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홍성완은 직접 마이크를 가지러 갔다.
그동안, 강민호는 제자리에서 천천히 한바퀴를 돌며 관중석을 메우고 있는 조직원들을 둘러
보았다.
이윽고, 홍성완이 마이크를 건네주자
"여러 형제 여러분, 신임 임시회장 강민호입니다."
실내 체육관 안에 있는 모든 사내들이 나이어린 신임회장을에게 주목하고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강태수 회장님은 김태근의 손에 세상을 떠나셨고, 그 복수는 제가 직
접 해드렸습니다. 또한 회장님은 저에게 모든 조직의 운명을 맡기신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
다. 물론 여기 계신 모든 형제들이 나이 어리고, 경험이 적은 저를 탐탁치 않게 여기시는 것
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정당한 대결을 해서 그 승부로 여러분들에게
인정을 받으려 합니다."
하고는 잠시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양복상의를 벗어 옆의 백상민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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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방식은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10개 구역에서 각각의 최고의 싸움꾼들과 제가 십대일로 대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제가 진다면 회장직에서 깨끗이 물러나고, 반대로 이기면 저를 신임회장으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제가 일대일 대결이 아닌 십대일 대결을 하는 이유는 제가 그 대결에서 이기면 여러분들 모두가 진정으로 저를 인정해 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자, 지금부터 시작할테니 각 지역 보스들께서는 참가자를 결정해 주십시오."
말을 마치자 장내가 돌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강민호의 이 발언을 들은 모든 군중들은 하나같이 기가 막혔고, 무모하다고 느꼈다.
각 구역 최고의 싸움꾼들은 하나같이 일당백으로 내노라하는 실력자들인데, 그런 싸움꾼 열
명과 일대일 대결에서도 이기기 힘든 싸움을 십대일로 대결한다고 하니 정말로 기가 찰 수
밖에 없었다.
"미쳤군, 제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그건 미친 짓이야."
나지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구구역 보스인 조민성.
그는 '태수파'가 결성될 당시 강태수회장의 오른팔로 보스의 자리가 자신이 아닌 새까만 애
송이에게로 바톤이 넘겨지자 엄청난 충격과 불만을 갖고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다.
"재밌군, 재밌어."
조민성 옆자리에 지그시 앉아 있는 머리가 희긋희긋한 노장의 영등포구역 보스 박기호.
그는 조민성과 용호쌍박으로 강회장의 왼팔격이었다.
어린나이때부터 뒷세계에 몸을 담아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의 전설적인 싸움꾼으로 역시 강
회장의 유언에 큰 불만을 품고 자신의 모든 조직원들을 대거 대동하고 참석한 자리였다.
"하하하, 강민호 임시회장. 방금 한 말이 사실인가?"
다시 다짐이라도 받으려는 듯 종로구역 보스 김민준이 물었다.
그는 초창기 종로구역에서 조직을 확대시키려다 강태수 회장에게 흡수된 40대 초반의 배짱
좋은 보스였다.
"하늘에 맹세코 저의 말이 사실임을 맹세하겠습니다. 직접 보스들께서 나오셔도 되고, 조직
내에서 출전시켜도 됩니다."
약 10분후,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건장한 사내 열명이 무대 위에 나타났다.
강민호는 그들을 하나하나 차례차례 훑어보았다.
'빅(BIG)곰 박민우, 사시미 손민규, 대갈망치 신기섭, 테크노 이동희, 작살 임두혁, 죽창 송하
철, 또라이 김승일, 불곰 이덕재, 더듬이 조병훈, 손날 오세열. 모두 다 각 구역에서 전설을
남긴 쟁쟁한 사내들이다. 내가 과연 저들 모두를 때려 눕힐 수 있을까? 꼭... 꼭 그렇게 해야
돼. 조직통합을 위해, 아니 내 야망을 위해선 내가 저들을 모두 때려눕혀 승복시켜야 한다.
반드시...'
생각을 마친 강민호.
두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자, 지금부터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규칙은 상대방이 전투력을 상실할 때까지 진행되고,
각자 손에 맞는 연장을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장내는 소란스러워졌다.
연장을 사용한다면 불의의 사고로 생길 수 있는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말인데...
이건 미친짓이라는 걸 장내에 있는 모든 사내들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