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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남자 유키*** <#7. 새벽의 교감>

길스진 |2005.01.19 19:09
조회 4,783 |추천 0

#7.

<<새벽의 교감>>

 

 

 

유키는 새벽 1시가 다 되어갔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작업하던 소설은 모두 끝냈고 내일 오전에 기사에게 출판사로 보낼 작정이다.

 

며칠 동안 두통과 함께 지내온 결실이 보였던 것이다.  모든 일을 끝내고 난 뒤 무조건 잠만 자야지 했는데, 이상하게도 잠이 쏟아지지 않았다.

 

괜히 벽에 걸린 시계를 몇 번이고 쳐다보는 짓과 복도에서 들릴만한 발소리를 귀기울여야 했다.

 

자신의 멍청한 짓거리에 그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넓고 어두운 침실로 들어와 의자에 몸을 기대고는 커다란 텔레비전을 켰다.  금새 방안은 환해졌다.

 

그때였다.  그는 창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비 오는 소리였다.

 

'밤 늦게 비가 많이 올 거라더니...'

 

그는 창문이 잘 닫겼는지 확인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서재로 향하다가, 이내 방문을 열고 나갔다.

 

이 시간에 식구들은 모두 잘 것이고 그를 볼 수 있는 사람은 털짐승 뿐이었다.  녀석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이는 것은 걱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나 방문 앞에 항상 누워있는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볼 일 보러 1층 화장실에 간 모양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는 문이란 문은 모두 확실하게 점검했다.  그리고 아들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에는 아들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항상 아들이 잠든 시간에 찾았다.

 

그리고 불꺼진 어두운 방에 들어온 아버지의 존재에 아들이 깨어나기라도 하면 '잘 자'라는 말을 속삭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방 안으로 들어온 유키는 아들의 침실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시간에 아이가 자지 않고 어딜 간 거지.

 

집안 곳곳을 살펴도 아이를 찾지 못했다.  혹시 바깥으로 나갔을까 싶어 현관으로 향하던 그는 현관문이 열리자, 놀라 제자리에 멈춰섰다.

 

이 시간에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 들어 왔는지 레이의 몸은 젖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옆에는 흠뻑 젖은 털짐승도 아들과 같은 꼴이었다.

 

레이는 거실에 아버지가 서있는 것을 바라봤다.  이 시간에 자신의 방이 아닌 곳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유키는 그에게 꾸중들을까봐 잔뜩 겁먹고 움츠려있는 아들을 화난 얼굴로 쳐다봤다.

 

"이 시간에 왜 안 자고 있었는지 말해 봐."

 

화를 누르며 다문 이 사이로 조용히 물었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

 

"어서."

 

레이는 젖은 눈으로 어두운 거실만큼이나 검은 얼굴의 아버지를 올려다보고는 떨리는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비가 와서..."

 

"뭐?  비가 와서 자지 않고 나갔단 거냐?"

 

"선생님이..."

 

"똑바로 말 해!  없는 선생님을 왜 찾아?"

 

겁먹은 레이의 얼굴 위로 빗물이 아닌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깨를 들썩여가며 우는 아들을 보고 유키는 당황했다.

 

"무슨 일이야?"

 

"비가 많이 와요.  선생님... 우산 안 들고 가셨는데..."

 

"뭐?"

 

부자간의 대화를 방해하기라도 하듯 요란하게 천둥이 울렸고 비줄기는 더욱 억세졌다.

 

아이는 천둥소리에 벌쩍뛰며 더 큰소리로 울어댔고 보리는 놀라 끙끙거리기까지 했다.

 

"울지 마!  그렇다고 네가 나가서 뭐 어쩌자는 거냐?"

 

"으으으응... 하지만 선생님이 아직 안 오셨는걸요.  우산도 없이..."

 

"걱정하지 마.  주무시고 오시겠지."

 

유키는 아들을 안심시키려고 말을 그렇게 내뱉었지만, 막상 그 말에 자신의 위장이 꼬이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누구 집에 가서 자고오는지를 상상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니 그녀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는 걱정이 되어 잠도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는 아들에게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하지만..."

 

"들어가.  네가 여기 있는다고 선생님이 오는 건 아니잖아.  친구집에서 주무시고 오실 거야."

 

"아까 통화할 땐 분명히 일찍 오신다고 하셨단 말이에요!  늦어도... 오신다고 약속했는데..."

 

"레이!"

 

사토 레이는 어두운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거칠게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옆방에서 자고있던 가정부의 방이 열렸다.

 

가정부는 거실 한 복판에 서있는 유키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짐승 좀 어떻게 해주세요."

 

가정부는 그가 시키는 대로 수건을 가지고와 어둠 속에서도 능숙하게 물이 떨어지는 보리의 털을 닦아주었다.

 

"김 선생은... 들어왔나요?"

 

"아뇨."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장마도 아닌 때에 무슨 비가 이렇게 와?  레이가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그녀 말에 가만히 앉아있던 보리가 짖어댔다.

 

"쉬쉬-"

 

가정부는 보리를 조용히시키며 몇 시간 전에 레이가 선생님이 혹여 늦게라도 올까봐 매우 걱정하더라고 말했다.  레이는 그녀의 핸드폰번호까지 물었다.

 

아이는 그녀가 늦어도 꼭 12시 전에는 들어간다는 말에 안심하고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놀라 깼던 모양이다.

 

유키는 나이든 가정부를 돌아보고는 그만 들어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로 갔다.

 

어두운 침실에 누워있는 레이를 본 그는 아들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주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의 작은 손이 그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

 

"왜?"

 

"선생님 찾으러 가야해요."

 

"뭐?"

 

"비가 너무 많이 와요.  차가 없어서... 걸어오시는 건 아닐까요?"

 

아들은 진심으로 김 지나를 걱정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들을 보자, 유키는 할 말을 잃었다.

 

"아버지..."

 

"알았다.  걱정 마라.  내가 나가볼 테니."

 

그는 어느새 허락도 없이 들어온 털짐승의 존재를 느끼고 으름장을 놓으려다 아들이 염려되어 조용히 보리에게 말했다.

 

"레이와 있어."

 

난생 처음 짐승에게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는 녀석이 말귀를 알아들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레이의 방에서 나온 그는 먼저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선생이 아직 안 들어왔다.  혹시 무슨 말 없던가?"

 

가정교사를 어느 집 앞에 내려다주고 곧장 돌아왔다고 기사가 말했다.  그녀는 얘기가 조금 길어질 수도 있으니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까 지금 이리로 와."

 

그리고 그는 방으로 올라가서 다급하게 서랍을 열었다.  김 지나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찾았다.  하지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받지를 않았다.

 

몇 분 후, 기사가 대문앞에 도착했다.  유키는 나가기 전에 비옷과 따뜻한 겉옷을 챙겨들고 차에 올랐다.

 

 

 

 

지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신이 들어서야 몸이 완전히 젖어서 뼛속까지 추위가 느껴졌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시야가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져도 상관없다고 여기며 서 우진의 집에서 줄곧 그를 기다렸다.

 

바빠서 전화를 주겠다는 그를 그의 집에서 기다리겠다며 고집을 피운 것이 몸서리 치도록 후회가 되었다.

 

그는 열 두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은 매우 놀랍고 황당하는 의미가 가득했다.

 

이 늦은 시간까지 안 돌아가고 여태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너무나도 신기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는 그의 표정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절대 자신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반가워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에 안겼을 때조차 그는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에게 받는 키스는 열정적이지도 뜨겁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의 입술을 쓸던 우진은 그녀에게 오늘 밤 자고가기를 원했고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

 

'날 사랑한다면 왜 안 되지?'

 

차갑게 굳은 음성으로 그가 물었다.  끌어안았던 그녀에게서 떨어져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그녀가 알고있는 서 진우가 아니었다.

 

'요즘 연애는 섹스는 기본이란 거 모르나?'

 

'진우씨...'

 

'당신이 보기드문 처녀성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고 해도, 날 사랑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진 않겠지... 안 그래?'

 

그녀의 거절은 서 우진에게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떤 여자도 그를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그는 완벽하리만큼 멋지고 잘 생긴 남자였으니까.

 

그러나 지나는 결혼 전까지는 자신의 순결을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

 

결혼하기 전 사귀는 남자에게는 자신의 입술을 줄 수는 있지만, 순결은 남편에게 주고싶었다.

 

그래서 그녀와 사귀었던 남자들은 고리타분한 그녀의 순수함을 질색했고, 서 우진도 똑같이 그녀를 비웃었다.

 

2년이란 연애기간은 결코 짧지 않는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김 지나와 서 우진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한달에 한 두번의 만남과 몇 달의 이별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에게는 알 수 없는 벽이란 것이 존재했다.

 

우진은 그녀에게 몇 번이고 섹스를 요구했었지만 번번히 그녀의 거절을 들어야했다.  그리고 장기간의 외국생활은 그의 머릿속을 바꿔놓았다.

 

그에게 충분히 응해주고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주는 여자들은 주위에 널렸을 테니까.

 

지나는 그의 외모라면 그녀 외에도 덤벼들 여자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아직도 순결을 지키고자하는 여자는 멍청이었고 바보였다.

 

처음에는 신비감으로 남자의 욕구를 증폭시킬 수도 있지만 계속되는 거절이라면 이내 진절머리가 나게 되어있었다.

 

남자들의 뇌는 하나같이 단 하나만 생각할 줄 알았다.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섹스라는 행위를 더 좋아하고 늘 그런 생각밖에 할 줄 몰랐다.

 

'그동안 나한테 한 얘기들... 모두... 모두 진심이 아니었군요?  그렇죠?'

 

'흐흐흠... 그나마 네가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야.'

 

'그래서... 결혼하잔 말도 안 했던 거고, 연락도 없었던 거군요?  그렇죠?'

 

'석달 전에 얘기를 할까 했지.'

 

'미안해요.'

 

서 우진도 그런 남자들과 똑같은 남자였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의 뇌는 하나로 통했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조차 느끼지 못한 채 그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차라리 쉽게 헤어지자고 하지 그랬어요?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하지 그랬어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만나지 말자고 하지 그랬어요?  그런데 왜..'

 

'왜 같이 자자는 말을 하느냐고?'

 

서 우진은 셔츠 단추를 천천히 풀면서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무나도 잔인한 미소였다.

 

'지금 여기에... 김 지나 너 밖에 없으니까...'

 

지나는 그 자리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기 전에 서둘러 그곳에서 나가야 했다.

 

오로지 섹스밖에 모르는 남자와 다를 바가 없다고 여긴 이상 그는 더이상 자신이 그토록 기다렸던 그리고 사랑한다고 여겼던 '서 우진'이 아니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빗속을 나가는 그녀를 그는 붙잡지도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생각만해도 온몸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날 사랑한다고 여겼던 그 남자는 아직도 외국에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믿고싶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두리번거려봤지만 이 시간에 건물이 별로 없는 동네에는 택시 한 대 구경하기 힘들었다.

 

걸어서가기에는 그녀의 체력은 정신력 못지 않게 힘들어했다.  옷도 옷이었지만 천으로 만든 그녀의 가방은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핸드폰은 완전히 젖어 쓸 수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해봐도 전화도 지나가는 차도... 그녀는 가슴 아파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차라리 꿈이기를...'

 

그녀는 이미 문이 닫힌 가게 입구로 갔다.  약간 기울어진 천막은 그녀에게 쏟아질 비를 막아주었다.

 

차가 지나가지 않는 아주 조용한 동네.  한 두개만 세워져 있는 가로등.  지나의 귀에는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천둥을 동반한 벼락이라도 내려칠 때면 지나의 웅크린 몸은 있는대로 떨렸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비가 적게 내리길 간절히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머리 위에 쓰고갈만한 것이라도 있다면...

 

이가 소리나게 부딪혔다.  그렇게 날씨가 덥더니 온몸이 젖은 후는 한겨울 같았다.  그녀는 오직 몸이 젖어서 추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 우진을 만나서 나눴던 대화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절대 우진씨의 말에 상처받은 거 아냐.  그래서 몸이 떨리는 게 아니라고!'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야?"

 

사토 유키는 비명을 지르듯이 으르렁거렸다.  그녀를 내려준 골목까지 갔다오는 길이었지만 그녀는 없었다.

 

근처 골목과 큰 길까지 찾아봤지만 그녀를 발견하지 못하고 헛탕치고 말았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버지, 선생님 찾으러 가야해요.'

 

'차가 없어서 걸어오시는 거 아닐까요?'

 

자신의 손을 잡고 울먹거리던 아들의 말이 떠올랐다.  이대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계속... 갈까요, 사장님?"

 

"아, 음... 아...아니.  아, 모르겠어.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캄캄한 밤에 어떻게 찾느냐고!"

 

"오는 길에 어디 들어간 건 아닐까요?"

 

유키의 눈썹이 신경질적으로 올라갔다.  젊은 기사의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던 것이다.

 

"그냥... 가."

 

그는 의자 등에 기대에 고개를 돌렸다.  출발할 때와 다름없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저 멀리서 벼락이 번쩍하는 것이 보였다.

 

'음?'

 

그의 눈에 뭔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그가 본 것이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그는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다.

 

"왜 그러십니까, 사장님?"

 

"뒤로... 뒤로 가."

 

"예?"

 

"어서!"

 

차가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그는 창문을 내렸다.  그러자 바람과 함께 많은 빗줄기가 안으로 휘몰아쳐 들어왔다.

 

그는 어느 문닫힌 건물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그가 바로 지나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는 차에서 뛰어내려 빗속을 달렸다.  부화가 치밀면서 동시에 온갖 욕설이 입안에 맴돌았다.

 

"김 선생!  김 선생!  이것 봐, 도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요?"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자말자 그녀의 몸은 힘없이 땅바닥으로 꼬구라졌다.  그는 재빨리 그녀를 안아들었다.

 

언제 왔는지 기사가 우산을 받혀들었고 차문을 열어주었다.

 

"빨리 몰아!"

 

그는 고함을 질러 기사를 재촉했고 가는 동안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녀의 몸을 가져온 겉옷으로 덮어주었다.

 

그러나 물이 흐를정도로 젖은 그녀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달달 떨고있었다.

 

"당신은 미쳐도 보통미친 여자가 아냐!  이렇게 비가 오는데... 이것 봐, 김 선생!  김 지나!  정신 차려!"

 

그녀의 차갑게 젖은 뺨을 두드리며 흔들어댔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찌나 몸을 떨고있던지 그의 몸까지 떨렸다.

 

"왜 이렇게 느려?  빨리 가지 못 해?!"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으려는 지나는 정신없이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놀란 유키는 그런 그녀를 뿌리칠 수 없었다.

 

더이상의 추위를 안 느끼도록 그녀를 꼭 끌어안아주는 수밖에...  위태로운 그녀를 안고있으면서도 자신의 얇은 셔츠에 느껴지는 그녀의 피부에 그의 세포가 꿈틀거려왔다.

 

'빌어먹을!'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그녀의 몸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차는 미끄러지듯이 집 앞에 도착했다.  기사의 연락을 받은 가정부는 대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유키는 그녀를 안아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는 지나의 가방을 들고 우산을 받쳐들었다.

 

"에고 에고!  세상에!  이게 어찌 된 일이래요?"

 

가정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유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전, 따뜻한 코코아와 마른 옷을 준비할 테니까, 사장님께선 선생님 옷을 벗겨주세요."

 

유키는 지나의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돌아서려는데 가정부는 그보다 먼저 방을 나가며 그에게 말했다.

 

"뭐?  지금... 나보고..."

 

"젖은 채로 저렇게 내버려두면 감기 걸리고 말아요!  얼른요!"

 

가정부는 사장에게 부모로서 자식에게 말하듯 명령조로 소리쳤다.

 

그는 가정부에 불과한 여자에게 건방진 명령을 듣고는 화가 치밀었지만 침대에 누워서 떨고있는 여자를 보고는 참아야 했다.

 

어두운 방이라고 해도 그의 예민한 눈에 그녀의 몸이 무시될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젖은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는 것은 어두운 곳에서 단추를 찾지 못해서 더듬거리는 것 뿐이라고 여기며 셔츠를 벗겨내고 스커트 지퍼를 내렸다.

 

'어두워서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녀의 윤곽이 어슴푸레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속옷도 벗기셨어요?"

 

유키는 갑작스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막 그녀의 브레지어의 벗기고 있던 참이었다.

 

"내가 나갈테니..."

 

그는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도망치듯 나와 자신의 방으로 갔다.  심장이 얼마나 뛰던지 아픈 여자를 겁탈하다 부모에게 들킨 기분이었다.

 

가정부가 안다면 놀라 나자빠질 테지만, 솔직히 유키는 그녀의 옷을 벗기면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몸이 닿았을 때, 발끝에서 올라오는 욕망을 참기 어려웠다.

 

어차피 그녀는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싶었고 그녀의 달콤한 젖꼭지를 혀로 놀리고 싶었다.  그리고 격렬하게 그녀의 입술을 삼켜버리고 싶었다.

 

악마의 유혹을 몰아내는데 엄청난 힘이 필요했다.  지금도 그의 몸은 추위에 떨고있는 여자를 원하느라 단단해져 있었다.

 

'빌어먹을!'

 

유키는 비에 젖은 옷을 벗으려고 하다가 손에 들려진 것을 보고 기겁했다.

 

황급히 그녀 방에서 뛰쳐나오느라 그녀의 브래지어를 그대로 들고 나온 것이다.  젖은 속옷이었지만 그녀의 체취가 전해왔다.

 

그는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지나의 방으로 향했다.  막 지나의 방문 손잡이를 잡자, 문이 먼저 열렸고 가정부가 나왔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과 수건을 가지고 나온 가정부는 문앞에 서있는 그를 보았다.

 

"다 됬어요."

 

그 말은 그만 들어가봐도 된다는 의미였다.  유키는 어두운데도 혹시나 가정부가 손에 쥐고 있는 지나의 속옷을 보기라도 할까봐 얼른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수고하셨어요.  내일까지 방해말도록 해요."

 

"혹시나 필요한..."

 

"내가 직접 할테니 그만 들어가 주무세요."

 

가정부가 내려가고 난 후, 유키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그녀가 혼자 누워있기에는 방이 무척 넓어보였다.  공허함 속에 어둠과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김 지나가 있었다.

 

그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그녀의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제법 두꺼운 이불이 덮혀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침대가쪽에 앉은 그는 그녀의 이마를 살짝 짚어 보았다.

 

이마가 뜨거웠다.  그렇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헤매었을 테니 감기에 안 걸린다면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단순히... 무작정 빗속을 걸어보자는 엉뚱함이 있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빗속을 걸었단 말인가.

 

손을 거두려던 그의 손이 자동적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뺨에 닿았다.  열 때문에 뜨거웠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매만졌다.

 

"으음..."

 

"..."

 

그의 체온을 느꼈는지 그의 손에 얼굴을 비벼댔다.  몸이 굳어버린 유키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뺨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무의식 중에 하는 그녀의 행동에 손을 빼려고 했지만 열이 오른 손이 놓아주지 않았다.

 

"있어...줘요..."

 

"???"

 

그녀의 힘없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지금 자신에게 곁에 있어달라는 소리였다.

 

가녀리게 떨리는 목소리는 그녀의 몸만큼이나 힘이 없었지만 대신에 그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히 힘이 있었다.

 

유키는 천천히 이불을 들어 지나의 옆자리에 들어갔다.  자신의 침대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성인 남녀 두 사람이 눕기에는 작지 않았다.

 

그는 이불을 그녀의 목까지 끌어올려주었다.

 

"아...음... "

 

그녀는 고양이 같았다.  힘없는 새끼고양이처럼 돌돌 말려 그의 몸에 파고들어왔다.

 

젖었지만 은근히 샴푸향이 느껴지는 그녀의 머리가 그의 코에 닿았다.  그리고 뜨거운 숨결이 그의 목을 간질었다.

 

그는 느닷없는 그녀의 행동에 매우 놀랐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아주었다.

 

자신의 단단하고 거칠게 움직이는 가슴과 배에 와닿는 그녀의 가슴을 머릿속에서 몰아내봤지만 어림없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허벅지살이 그의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그의 남성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더니 곧 단단하게 흥분되고 말았다.

 

'이런!  미치겠군!'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잠을 자기란 어려웠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조용히 욕이 새어나왔다.  이 여자때문에 최근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 기억이 없었다.

 

이렇게 바짝 끌어안고 잠을 자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내일... 아니 오늘 아침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그녀를 무시 못 할 만큼 매력적이었고 유혹적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뒤로는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데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막상 그녀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참아내기란 더 힘들었다.

 

"김 지나... 당신이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고 있소?"

 

그는 품에 안겨있는 여자를 어둠 속에서라도 보지 않으려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제발... 잠깐이라도 잠이 오기를 바랐다.

 

 

 

 

지나는 몸을 짓누르는 느낌에 눈을 떴다.  머리는 무언가에 세게 맞은 것처럼 아파왔다.

 

새벽 빛인지... 방안이 약간 밝게 보였다.  지금 몇 시지?  주위가 조용한 걸 보니 비가 그친 것 같았다.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꼼짝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당황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바로 곁에 누워있는 남자란 사실에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숨쉬기 조차 두려울 정도로 그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있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사토 유키의 얼굴이... 어둠 속이 아니라 빛이 있는 곳에서 볼 수 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눈 옆에서부터 뺨까지 길게 그려진 상처자국... 그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는 몸이 뜨거운 것을 무시하며 그의 품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그의 팔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두 사람의 몸은 공기의 흐름조차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달라붙어 있었다.

 

심장이 심하게 들썩거렸다.  젖가슴에 와닿는 그의 체온에 그녀는 자신이 속옷조차 안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속옷을 왜 안 입고있는 거지?  서 우진의 집에서 나와... 빗속을 정신없이 걸었다.  그리고 어느 건물에 있었다.  그것도 처량하게 흠뻑 젖은 몸을 웅크리고...

 

그때 입었던 옷도 아니었고 왜 속옷이 벗겨져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설마... 이 남자가?  왜?  어떻게?  온갖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나는 이런 상태로 그와 부딪힌 것이 끔찍하게도 두렵고 긴장되었다.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몸은 왜 이렇게 무겁고 뜨거운지...

 

'감기라도 걸렸나?  그런데 어떻게 내가 집에 왔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하지만 그의 손이 내려오더니 그녀의 엉덩이를 눌렀다.

 

"아!"

 

아주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지나는 놀란 시선을 들었다.  약간 벌려진 그의 입술에 이어 만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만한 코... 그리고 검은 구슬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지나는 놀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어렵게 침만 삼켰다.

 

"괜찮소?"

 

"???"

 

"표정을 보니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것 같군."

 

"..."

 

"비를 피해 웅크리고 있는 당신을 발견했소.  완전히 물에 빠진 사람같더군.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발견했으니 다행이오."

 

"그... 그래요?"

 

"레이 말이 우산도 없고 차가 없어서 걸어올 거라더군."

 

"..."

 

유키는 여전히 후끈한 체온에 걱정이 되었다.  병원을 가던지 아니면 의사를 불러야할 것 같았다.

 

"같이 있어주기를 원해서... 있었던 거요.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지나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를 절대 오해하지 않는다고...

 

그의 눈은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떠나질 못 했다.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녀에게서 떨어지기 싫었다.

 

상처난 얼굴을 그녀가 이미 볼만큼은 다 보았을 것이다.  두려움과 분노가 심장에서 번지고 있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빠른 심장소리를 그녀에게 들리지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고... 고마워요."

 

"..."

 

그 말에 그의 두려움과 분노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그리고 뺨을 가볍게 쓸었다.  그의 작은 동작에 지나는 반응하는 듯 몸을 움직였다.

 

"아니.  제발..."

 

"???"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즈막히 속삭였다.

 

"움직이지 마시오.  날 흥분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

 

하지만 지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천천히 그의 뺨에 과감하게 손을 갖다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더욱 용기를 얻어 자신의 뜨거운 몸을 그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뺨을 감싸고는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그의 입술선을 따라 움직였다.

 

"제발... 그만..."

 

지나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한 남자를 고통스럽게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입술선 위에서 움직이던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입술 사이를 건드렸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을 그의 가슴을 건드렸다.

 

그의 얼굴근육과 턱이 꿈틀거렸다.  그의 가슴에 손을 가만히 얹었다가 이내 얇은 셔츠 속에서 흥분된 그의 젖꼭지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그의 억센 손이 가슴에 닿은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고양이같은 그녀의 얼굴에 머리를 숙였다.

 

'난 어쩌면 그의 키스를 바랐는지도 몰라!  그를 애타게 원했는지도 몰라.'

 

지나는 속으로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며 그의 입술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처음 몇초를 다급하게 키스하던 유키는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그녀를 음미했다.

 

그리고 속옷을 입지 않은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어루만지다가 옷 속으로 손을 밀어넣고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그녀의 신음이 들리자, 그는 더욱 그녀의 욕망에 불을 질렀다.  혀로 입술을 쓸던 그는 그녀의 목과 가슴에 입맞추었다.

 

"날 건드렸군."

 

유키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젖가슴을 한움큼 쥐고는 입 속에 넣었다.  그녀의 비명이 들리자 그의 입술이 서둘러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쉬-"

 

그리고 다시 그의 뜨거운 애무가 시작되었다.  그의 단단한 이와 타액이 섞인 혀가 그녀의 젖꼭지를 내버려두질 않았다.

 

"아아아... 아아...'"

 

그의 단단한 남성이 아랫배를 강하게 눌러왔다.  그의 욕망이 느껴졌다.  지나는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매달렸다.

 

유키는 서둘러 그녀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정말 원한다면 가질 수 있겠지만 그녀는 지금 열이 있는 환자였다.

 

이성과 다르게 그의 열기는 자꾸 그녀를 붙잡았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재빨리 혀가 밀려들어왔고 그녀는 반갑게 그를 맞았다.  오히려 그녀의 혀가 그의 뜨거운 혀를 애타게 찾았다.

 

자신이 이렇게 욕망에 찌들려있는지 몰랐던 그녀는 당황스럽고 놀라웠지만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머리가 몽롱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키스와 애무때문이었다.  그의 손이 점점 그녀를 불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녀의 배를 쓸며 더욱 아랫쪽으로 내려간 그의 손이 얇은 팬티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막 손을 집어넣으려던 찰나였다.

 

"선생님!  저, 레이에요!"

 

아이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완전히 돌 아니며 얼음이 되고 말았다.

 

그녀의 팬티 위에 굳었던 그의 손은 이내 떨어졌고 유키의 싸늘한 얼굴이 되돌아왔다.

 

지나는 어둠 속에서 내내 짓고있었던 그의 싸늘한 표정을 바라보면서 가슴 한켠이 아픈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평소 때의 사토 유키로 돌아온 것이다.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전희를 교감했던 그 남자가 아니었다.

 

"들키면... 곤란할 거요."

 

그의 검은 눈동자는 일순간 번뜩이는 욕망의 빛이 있었지만 곧 아무런 감정이 없는 탁하고 검은 눈으로 변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키는 재빨리 침대를 빠져나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새벽 빛을 등진 유키의 앞모습은 아들 레이에게는 희미한 윤곽만 줄 뿐이었다.  그리고 복도는 다행스럽게 어두웠다.

 

가정교사의 방에서 나온 아버지를 본 레이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평소의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에 깨어나셨더구나.  들어가 봐라.  하지만 무리하게 말 시키지 말고."

 

"예."

 

아이의 표정은 아버지가 선생님과 하룻밤을 같이 보낸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

 

유키는 성생님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곳에서 나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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