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여간 동아리 회장 선배옆에 채임이가..그 옆엔 내가 털썩 주저앉자..여기저기
특히 여학생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우리에게 꽂히는 것이 느껴졋다..
어휴..오늘 고기라도 먹겠어? 이러다간 한조각만 먹어도 체하겠다..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하여간 지글지글 맛나게 구워지고 있는 고기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냉철한 이성과는 다르게 나의 본성은 벌써 꼬르륵 꼬르륵 소리를 내며..
구수한 살 타는 냄새에 이끌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정말 나의 의지와는 틀리게
젓가락을 들고는 고기를 훑어서 상추위에 올려놓기 바빴다...
한참 허겁지겁 먹다보니...나를 뚱그렇게 바라보는 채임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먹기 시작했다하면 주위 여하를 불문하고 배가 찰때까지 먹는 식성이라 끊임없이 꾸역꾸역 먹어댔다..
결과적으로 회장 선배 자리 고기만 자꾸 없어져 버렸고..추가에 추가를 이어..
5인분이 넘는 고기를 나 혼자 다 먹고나자...슬슬 느끼해지기 시작했다..
“에이..고기 느끼해서 못 먹겠다..”
라며 젓가락을 놓자 그제서야..
“자~느끼하지? 여기 사이다~~”
역시 오래된 친구라 틀리긴 틀리군..시원하게 사이다 한잔을 원샷하고 나자..
그제서야 내 뱃속은 안정이 되었다..
“음~ 채임아 정말 니 덕에 잘 먹었다...이만 일어나도 될까?”
라고 슬며시 일어나려는데
“자자..오늘 새로 오신 손님도 계시고 하니 거국적으로 우리 동아리의 발전을 위해
한잔 합시다..완샷!!!”
갑작스러운 완샷제의에..나도 모르게 사이다 잔을 치켜들자 갑자기 옆에 잇던 남정네들..
“이거 왜 이러셔..선수끼리...이러지 맙시다...부어라 부어라...소주를 부어라~~”
어디서 듣도 못한 노래를 불러제끼며 사이다가 얼마 남아있지 않던 잔에 소주를 반컵 이상이나
부어버리는 것이다.
“우웩...”
나도 모르게 방금 설설 넘겼던 고기들이 다시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고
튀어나올뻔 했다..
이론..나 소주 반병도 못 마시는데...이걸 한꺼번에 어떻게 마시라는 것이여..
땀이 삐질삐질 나려고 하자..
“진서는 술 못마셔..내가 마실께..”
라며 채임이가 멋지구리하게 흑장미를 해주려고 했지만
“에이..오늘 먹은 고기 값을 해야지..”
라며 왕여드름 조감독 선배라는 사람이 갑자기 잔을 짠짠 부딪혀 오며 난리난리 부르스를 추는 것이다..
내가 고기 먹고 있던 걸 계속 쳐다보기라도 한그야? 그런그야?
‘그래..내가 먹은 고기 값은 해야지..“
그 순간 왜 내가 그런 씰데없는.... 필요하지도 않은 용기와 만용을 부렸는지 몰라도..
“좋아요 좋아..이것만 마시고 일어나면 되죠?”
“맘대로..맘대로...”
“자~ 그럼 오늘 이렇게 즐거운 자리에 훼방꾼으로 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회비를 많이 축내서 얄미우신가 본데요..증말 증말 죄송합니다..
이 술잔을 저의 벌주로 한잔 하겠습니다.”
라며 아주 깔끔하게 완샷을 해버렸다..
내가 벌컥벌컥 다 마시고 머리위에 잔을 털고나자
‘와아~~’
하며 함성을 질러대는 저 요상한 무리들...
채임이는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고...
“한잔더..한잔더..”
“오잉? 요것만 마시믄 가도 된다고 하지 않았냐고요..”
슬슬 풀려가는 혀로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내 잔엔 다시금 소주가 반 이상 채워져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그 잔을 입에 갖다 대고는 쭈욱 마셔 버렸다..
갈증이 나서였을까? 무슨 오기로 그런 행동을 한건지..
아마도 며칠간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채임이..서진 선배등...
별스럽지 않다고 여기던 여러 원인들이 나를 그런 무분별한 행동을하게
만든 것 같았다.
하여간 거의 한병이 넘는 소주를 두 번에 나눠서 깔끔히 털어넣고는 비칠비칠 일어나서
고기집을 나왔다.
어딜 가냐며 이제 시작이라고 잡는 사람들의 여러 무리속에 채임이의 목소리도 들린 것 같았는데..
모르겠다...그냥 다 뿌리치며 흐느적흐느적 가방을 둘러메고는 소란스러운 틈을 빠져나왔다.
차가운 밤 공기는 또다시 나의 기침을 터져 나오게 했다..
“콜록콜록 코오오올록”
게걸스럽다 싶을 정도록... 기도를 다 뒤집어 낼 정도로 시끄러운 기침소리..
아이참~~웬 기침이 이렇게도 소란스러운지...차가운 공기는 나에게 쥐약이얌...
조금 기침이 가라앉자 혼자서 중얼중얼..비맞은 스님처럼 중얼대며 쿨럭거리며 거리를 걷기
시작햇다..
여기서 4정거장 정도만 더 가면 우리집인데...
몸도 무겁고 정신도 없고...잠이 쏟아져서 도저히 걸을수가 없었다..
어쩌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니...앉을때라곤 없고..에라..모르겠다..
나는 어느 문닫힌 은행의 365일 코너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하~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고...
내 맘같은 친구는 없고..식구들도 제멋대로고...히히히히..
세상 참 살기 좋아..."
혼자서 계속 웃다가 꿍얼거리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왜 이상하게 보는지 의아해 하다가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음냐음냐..
한참을 자다가 슬며시 눈을 떠보니..
허거걱..전혀 모르는 곳이다..요기가 어데랑가?
생각은 확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둘러보고 싶었지만..몸도 무겁고.. 머리도 지끈거리고..
하여간 머리가 마구 울려서 눈을 살짝 뜰 수밖에 없었다.
아주 조용한 차안이었다.
음악이 간간이 들리는 것으로 봐선 아주 작게 틀어놓은 듯 한데...
내 좌석이 뒤로 확 제쳐져 있어서...내가 몸을 쉽게 일으키지 못한 듯 했다.
눈을 감고 조금 더 누워 있자니..
“계속 자네..”
라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를 나를 내려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반짝 하고 눈을 뜰수가 없었다.
“어휴..무슨 일있어? 왜 일케 술을 마니 마신거야? 진서야.”
이 목소리는 서진 선배다...허거걱...어떻게 내가...여기 서진 선배 차에 누워있는거야?
한참동안 조용했지만 나는 눈을 뜰수도 없었고...입안에 침이 고이지만 꿀꺽 삼킬수가 없었다.
너무 조용해서...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침을 삼켜도..
내가 깬 것을 그 사람이 눈치 챌것만 같았다.
어쩌지...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일어나서 집에 가자고 할까?
아마도 며칠전에 온 그 강가인 것 같은데...아구..그럼 나 혼자서는 집에 갈수도 없고...
“진서야..”
작게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 마구마구 생각하던 순간 긴장했다.
점점 무언가가 내 얼굴 근처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참동안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느낌에 나는 감은 눈속에 내 눈동자도
맘대로 움직일수가 없었다.
‘아씨..답답해..언제까지 이러고 있을려고 그러나..내 얼굴 뚫리겠소..고만 보시오.’
나는 속으로 마구 외쳤다...
쿵쿵쿵쿵
나의 심장이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뛰기 시작했다.
주위의 공기의 흐름이 달라짐을 느꼈다.
갑자기 그 짐승 같은 놈이 내 얼굴을 향해 침을 꿀떡 삼키면서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어떻게 할까? 우짜지? 소릴 지를까?’
그 짧은 순간에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갈 때...
내 얼굴 가까이에서 멈춘 그 선배의 숨결이 느껴졌다.
“후~”
혼자서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더니...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안심이 되면서...
‘조금있다가 눈을 떠야지..’
하고 다짐하고 있는데...
갑자기..촉촉한 무언가가..내 입술위로 다가와서는...살며시 입술을 쓰다듬고 멀어져갔다.
‘이것이 머시여?’
“안되겠네..이러다간 밤새겠다..언능 집에 가야지.”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는 서진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눈을 뜰수도 몸을 뒤척일수도 없어서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정말 순간이었지만..나의 입술을 그렇게 훔쳐버린 저 선배라는 이름의
늑대녀석이 엄청나게 미워지려는 순간이었다.
혼자서 부들부들..이 일을 어찌 해결할지 고민을 마구 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고...곧
나는 나도 모르게...일정한 자동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긴체 잠들어 버렸다..
“우우욱~~”
아주 기분좋게 자고 있던 나는...나도 모르게 내 입을 막으며 깨어났다..
갑자기 위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과 입안 가득 올라오는 사랑스러운 고기들을 차마 감당할수 없어서
내 입을 마구 틀어막으며 눈을 뜨니..조금 더 가면 우리집 골목 입구 쯤 와있었다.
“진서야 왜그래? 속이 안좋아?”
내가 갑자기 욱욱 대며 일어나자..당황한 서진 선배...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차를 급정거 했다..
온 몸의 힘을 다해 문을 열자마자..나는...피자 한판..빈대떡 두 판을 구우며...온 동네에
순돌이 순자 곤히 자던 고양이까지 다 깨웠다.
“우웩..우웩 우에에에엑”
내 소리를 내가 들으며 너무 끔찍해서 더..더 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모든 것을 다 끄집어 내고 나자...정신이 혼미해지고..손발이 차가워지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걱정스럽게 등을 두들기던 서진 선배가 휴지로 내 입가를 닦아 주고 하던 기억이외에는 깜깜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