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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사기 당하다

김소연 |2005.01.25 00:09
조회 301 |추천 0

2003년 2월, 난 대학 입학을 앞둔 두근거리는 20살이었다.

하지만 늦은 합격으로 남들 다가는 OT를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합격했다는 반가움은 뒤로한채 입학해서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악몽까지 꾸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과 03학번 카페가 생겼고 그곳에 가입하는 것으로 불안한 마음이 약간이나마 줄어들었다. 하지만 늘 자신감이 없던 나로선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그 카페에 글을 남긴다는 것은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망설이며 며칠이 흘렀다. 그 날도 어김없이 카페에서 다른 애들이 남긴 글을 보며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작은 창이 하나 뜨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대답에 응했다.

나에게 말을 건 상대는 나와 같은 학번 남자애였고 그도 OT를 가지 못했다 했다. OT를 안 갔다고 하니 더 반가웠다. 난 그와 정말 즐겁게 얘기를 하며 00야~라며 이름까지 불러가며 친해지고 있었다. 헌데 나이를 조회해보니 23살이었다. 순간 허걱 하며 물었다.

"근데 왜 나이가 23살이야?"

"이거 형 아이디야."

"아..그렇구나."

순진한 난 그 말을 믿어버렸다. 자기 학번 카페 가입하는데 누가 형제 이름으로 하겠는가. 순진했던건지 바보였던건지. 암튼 23살이건 20살이건 상관하지 않고 함께 오티를 안간 반가움에 앞으로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했다.

"우린 아는 사람 없으니까 나중에 밥 같이 먹자."

"그래그래~이렇게 친한 사람이 생겨서 너무 좋다."

그 순간까지도 난 내가 이 사람한테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불안감에 보이는 게 없었던 것 같다.

"근데 나 한가지 고백할게 있는데..말해도 될까?"

"응? 뭔데?"

"나 사실은...00학번이야. 그러니까 네 선배라는 거지."

허걱~! 정말 허걱 하고 말았다. 순간 자판을 치는 것 조차 잊고 멍한 얼굴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백배 사죄를 했지만 자판을 제대로 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선배한테 이자식, 저자식 했으니..난 이제 죽었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는 아직 군 복무 중인데 휴가 나와서 카페에 들어왔다가 내가 있어서 장난 친거라 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라는 속담을 실감시켜준 사기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난 그 선배랑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동기들과도 미리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어쨌든 그에게 황당한 사기를 당했지만 얻은 게 많았기에, 그리고 지금 늘 내 옆을 지켜주는 나의 연인이기에 소중한 추억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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