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후 3시입니다.
방학이 아니라면 한창 일할 시간이겠지요.
이러한 여유가 좋습니다. 충전되는 기분이에요.
정말 충분히 푹 자고 일어나니 10시 30분이더군요.
제 신체리듬엔 정말 딱이네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려면 괴롭습니다. 이렇게 느지막히 일어나서, 11시에 하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봤습니다.
어제 남은 김치찌개를 끓여서 아침을 먹고요.
인터넷 뉴스를 뒤지고 놀다가, 다이어리를 폈습니다. 아! 1월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더라구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게으른 오후..
이런 때면 꼭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내일 우리 집에 올 거에요 원래는 월요일에 오기로 했는데 일정이 바뀌었답니다. 저는 괜찮다고 했지만, 실은 엄청 기대하고 기다렸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이런 제 속마음을 틀어진 모습으로 삐지고, 화내며 표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젠 나이도 먹었고.. 그러지 않습니다. 그 친구가 오지 않은 건 서운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죠. 잠시 서운하지만, 그건 그 때 뿐입니다. 그 친구에 대한 믿음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가끔.. 믿었던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곤 했죠.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중학생 때 날 좋아해주던 친구가 갑자기 변했을 때, 고등학생 때 믿었던 선생님께서 내 고민을 듣자 날 멀리했을 때.. 그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받은 상처는 아주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대신 저는 그 때 이후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나의 100%를 털어놓는 것도 앞으로는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잔인하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대학교 3학년 단기선교를 통해서 회복된 것 같습니다. 그 때 처음보고 함께한 다른 학교의 한 살 어린 자매와 늘 붙어 다녔습니다. 물론 저도 그 자매를 좋아했지만, 그 자매도 저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누군가가 나를 따라 주는 것이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잠시 이야기가 딴 길로 샜네요..후후
여튼, 오늘 이야기 하려는 사람과 단기 선교 자매님이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마도 저에 대해서 꽤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가족처럼 말이죠. 이 사람은 처음부터 제가 좋아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함께 지내온 사람들과는 외형부터가 너무 달랐습니다. 친구 중에 이렇게 큰 사람이 없었거든요. 이 친구는 키가 무척 큽니다. 움.. 키로 모든 외형을 대신하게 됐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아마도 99%정도 보여준 것 같습니다. 1%는 신비감을 위해..후후후...
사람이 사람을 이정도로 알게 되면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줄 때가 있습니다. 말 실수로 그 사람의 약점을 공격하게 될 수도 있구요.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드는데, 어쩌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공격하는 사람에게는 저는 마음을 닫습니다. 그 사람을 보고 웃어도, 이야기를 잘 해도 아마 그들은 느낄 겁니다. 그게 저의 단점이거든요. 이제 그들 이야기는 그만 하겠습니다. 생각만해도 고마운 그 친구 이야기를 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거든요.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목사님께서 관중과 포숙아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새롭게 들렸습니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는 생각이 드니 정말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지음’이라는 고사성어를 처음 배운 것은 중학교 때였습니다. 그 때는 머리로만 알았는데, 이 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가슴으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 이게 지음이구나.’
그 친구는 절대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것을 모르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정말 그것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다른 사람이 몰랐으면 하는 저의 약점이지요. 그 친구는 마치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야기했는데도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인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릅니다. 내가 왜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 결과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인 것 같습니다. 나에 대해 그 친구는 좋은 점만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주거든요. 아마 생각도 그렇게 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나도 그 친구의 생각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해야겠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보면, 아이를 교육할 때 혼나야 할 것은 모르는 척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 말을 이해하겠습니다. 잘못한 것에 반응하지 말고, 잘 한 것에 반응하라는 거지요.
이제 끝을 맺어야 겠네요. 그런데 정말, 정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