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친구라는 이름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사이로 빼꼼이 들어와서야 희경과 진석은 서로 껴안고 잤던 자세를 바로 잡고,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없애기 위해서 자신의 옷을 들고 진석이가 먼저 욕실로 향하고 희경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어제 자신들의 행동이 다분히 우발적이긴 하지만, 서로가 합의하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머리에 물기를 떨며 진석이가 욕실에서 나왔고 희경이도 욕실에 들어가서 몸도 마음도 깨끗이 씻고 심기일전 할 때라고 생각했다.
큰 숨을 푸우 내뱉고 나와 보니, 진석이가 어느틈에 나갔다 왔는지 샌드위치와 커피를 탁자에 올려놓고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놨다.
“희경아, 속은 괜찮니? 속을 좀 풀어야 하는데 먼저 간단히 요기나 하고 대화 좀 하고 여기서 나가자.”
“어? 그래...”
“먼저 내가 네게 사과하고 싶다. 내가 감정이 앞선행동을 한 것 같아서.......”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결과적으로 나도 내 행동에 동조한거니까!”
“그래,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너와 내 관계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귀어 보는 건 어떠니?”
“글쎄....... 난 솔직히 어제 서영이를 잊고 내 감정에 충실했지만, 너를 사귀면서 계속해서 내 감정에 충실하고 싶지는 않아.”
“..........................”
“진석이, 넌 단지 순서가 바뀌었다고 표현했지만, 어제 우린 서로의 감정에 충실했을 따름이야. 어제 이전에 서로의 감정은 우정이었어.”
“....................”
“그러니까 억지로 연인이라는 관계로 책임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예전처럼 우정이라는 감정이 더 편해.”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솔직히 난 좀 홀가분해진 느낌이야. 내 주위에 친구들보면 우정에서 사랑으로 전환 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
“...................”
“괜히 너랑 더 어색하고 계속 얼굴 볼 수 없는 관계가 될까봐 좀 걱정했거든.”
“그래, 난 솔직히 서영이와 너가 잘 맺어지길 바랬는데....... 내가 결정적으로 훼방꾼이 되서 난 씁쓸하다.”
“서영이에게는 너와 나 둘 다 죄지은 거다.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아냐, 당연한 말인데 뭐........ 배고프다 샌드위치는 아무래도 속에서 잘 안받는 것 같고, 해장하러 가자!”
“그래,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서는 네가 나를 불러서 나온걸 알고 계시니까 네가 모임문제로 소집했다고 할께. 나중에 말이나 잘 맞춰죠?”
“그래, 알았다.”
그 후 일주일정도 남은 방학기간동안은 서로 붙어 다니며 연인처럼 교재도 같이 사러 다니고 영화도 같이 보며 더 가깝게 지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고 나서는 예전처럼 방학 때나 잠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희경은 함께 보낸 며칠 동안 자신의 결정을 조금 후회했다.
진석이 같이 다정한 남자와 사귀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만큼 진석이가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진석이와 함께 있는 순간에는 서영이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여자에게 하룻밤은 육체만이 아니라 더 많은 의미와 감정을 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경도 졸업준비와 임용고시 공부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냈고, 의도적이든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서영이와는 만날 수가 없었다.
서영이도 직장생활을 해서 벌은 돈으로 재수를 시작했고, 너무 활기차고 바빠 보였다.
하지만 희경은 자꾸만 외면할수록 더 많은 죄책감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증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는 방학이 됐어도 진석이를 보기는 힘들었다.
진석이가 이사를 갔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진석이는 나란 존재를 이젠 친구가 아닌 부담스러운 존재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부담을 억지로 떠안기기 싫어서 내가 피하게 되었다.
개학 이후에 내 욕심 때문에 진석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생전 안하던 전화를 진석이 기숙사로 연락을 했다.
하지만 방학동안 함께 보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저편에서 들려오는 진석이는 방어벽을 철저하게 치고 있었고, 어색하게 굴었다.
내심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나기도 했지만 이미 떠난 버스라는 생각이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더욱더 마음만 무겁고 누군가와 나눠갖고 싶다는 생각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아주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일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때 일을 서영이에게 털어놓았다.
서영이는 그제서야 왜 진석이가 그해 방학에 연락을 한다고 하고 안했는지
왜 희경이가 생전안하던 술과 담배를 배우게 됐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영에게는 희경의 순결을 진석에게 받쳤고, 진석이가 무책임하게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못쓸 놈으로 표현했다.
자신이 우정을 배반하긴 했지만 자신도 인과응보로 받을 벌을 어느정도 받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맨 처음 서영은 서로에게 이제는 신뢰도 우정도 아무것도 안 남았고, ‘각자 살자’라는 말을 하고 냉정하게 일어났고
희경은 자신이 서영에게 용서받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서영에게 자신에게 벌을 주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연락하고 찾아가며 비굴 할 정도로 용서를 빌었다.
서영에게는 20대를 넘기면서 겪는 아픔치고는 너무 아리고 모든 것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꾸는 일 들이였지만,
내 친구 희경의 순결에 책임지지 않는 남자, 진석 또한 용서하기 힘들었다.
이제는 먼저 연락도 할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더 슬픈 건 혼자 마음속 깊이 짝사랑조차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서영의 6년 짝사랑은 가슴고이 접어 놨다.
* 8장에서 최대의 반전과 사건이 전개 됩니다.
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