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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어머니의 손을 꼭 붙들고 싶습니다.

최병문 |2005.02.05 09:19
조회 17,779 |추천 0

오늘, 먼지가 수북이 덮인 앨범에서 사진을 꺼내 접사로 추억을 다시 담았습니다. 옛 사진의 정겨운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다시 찍어 약간의 보정을 한 후 크게 인화하려고 한 일인데, 아련히 떠오르는 옛 추억에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저희 어머니께서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 그 시절에 어머니께서는 연극배우셨답니다. 비록 작은 극단의 무명배우였지만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꿈을 위해 젊은 한때를 열정으로 사셨다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계십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반해서, 한눈에 반해버려서 도저히 자신을 주체 할 수 없었던 나머지 공연 중이던 연극무대에 뛰어들어 어머니께 프러포즈하셨답니다. 비록 아버지와의 사랑으로 인해 어머니께서는 다 꽃피지도 못한 꿈을 접으셔야했지만.


배우였을 정도로 어머니는 미인입니다. 세상의 어떤 아들도 자신의 어머니가 못 생겼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객관적으로 볼 때 정말 미인입니다. 그럼 어머니가 미인이라서 좋겠다고요? 아닙니다. 절대 좋지 않습니다. 얼굴만큼 마음도 소녀 그대로이기 때문에 가끔은 어머니께서 저를 키우는 건지 아니면 제가 딸을 하나 키우는 건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조금 전, 제가 방에서 사진을 작업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들어오시더니 한마디 하시더군요.


“이 사진 어디서 찾았어? 이때가 크리스마스였는데. 요기 귀여운 아가가 너잖아. 엄마 예쁘지. 예쁘지? 그래도 처녀였을 때는 얼굴은 동그랗고 허리는 잘록하고, 엄마가 가슴은 원래 크잖...”


제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추억을 담고 있는 옛 사진이 모니터에 있는 것을 보고 흥분하신 나머지 여기까지 말씀하시고는 당신께서도 민망하셨던지 서둘러 나가시더군요. 얼굴도 조금 발그레해지셔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소녀랍니다. 얼굴도 마음도 그리고 옷차림마저도 소녀랍니다. 제가 그렇게 나이가 많은 건 아닌데 어머니께서는 저도 모르는 젊은 아니 어린 친구들이 입고 다니는 옷 브랜드를 줄줄 꾀고 다니십니다. 그래서 명절 때만 되면 종종 친척어른들께 꾸지람을 듣기도 한답니다.


제 눈에는 빛바랜 사진 속 어머니의 모습이 조금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저런 얼굴이 미인이었지 않나 조심스럽게 추축해봅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절대로 예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 그 아이에게도 예쁘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제 성격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소녀 같은 어머니께서 요즘 날이 갈수 록 공주병 증상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해지는 것 같아 절대 예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답니다. 대신 저는 가끔 어머니를 ‘돼지아줌마’라고만 부른답니다. 그러면 어찌나 귀엽게 삐지시는지. 놀리는 맛이 있다고나할까요.


하지만 요즘 들어 어머니의 얼굴에 근심만큼이나 많은 주름이 점점 늘어가고 있어 속으로 무척 안타깝습니다. 저랑 20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친구 같은 어머니이신지라 언제까지나 변치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일 줄만 알았는데 시간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나봅니다.


얼마 전, '뇌정맥기형'이라는 낯선 병으로 쓰러지셨던 아버지, 아직도 학생인 철없는 아들 녀석, 설상가상으로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는 집안 형편. 그런 근심들이 어머니의 아름다운 얼굴을 자꾸만 헤치는 것 같아 너무나 속상합니다.


어머니께서는 몇 해 전부터 그 좋아하시던, 식사보다 더 좋아하시던 뮤지컬을 보시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버지께서 쓰러지신 다음부터 급격히 기운 집안 형편, 그로인해 뒤늦게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던 어머니.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유난히도 자존심이 강한 어머니께서는 주위에 아쉬운 소리 한마디 못하고 요즘은 일 아니면 집에만 계신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속으로만 안타까워 할 수만은 없겠지요. 평생 당신께서는 언제나 사진 속 모습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이제는 제 차례겠지요. 어머니께서 제게 하셨듯이 지금부터는 제가 웃는 얼굴로 어머니를 힘껏 들어 올려 당신 최고의 보물을 평생 동안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1년에 아니 6개월에 한번 그 것도 길다고 하면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우리 어머니 예쁘다고 갈 수 록 더 아름다워지신다고 이제는 말해야겠습니다.


저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그해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모른 채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함께 보았던 뮤지컬. 그때 느꼈던, 비록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잘 몰랐지만 그때의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어머니와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금 어머니의 손을 꼭 붙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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