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다.
긴 시간을 여행삼아 시댁에 간다.
형님 내외와 이십대 중, 후반인 장성한 조카가 우릴 맞는다
꾸벅 인사하고 유니폼(:일할태세 갖춘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서로 예의상 오가는 인사말을 나눈다.
형님댁 우리보다 사는게 어렵다.
말 조심해야한다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 자존심은 곧 삐짐 내지는 갈굼으로 통한다.
이거 부쳐라. 저거 다듬어라. 저것 닦아라. 그렇게 하면 안된다 등
네,네,네 하며 진종일 띠댕긴다
남편 티비에 눈 붙었다.
엉덩이는 거실바닥에 붙어버렸다
아후 지겨워.
하루일과 간신히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
형님내외와 조카들 방에 다 옥돌매트 깔렸다.
우리 가족은 안방에서 틀어주어야 하는 보일러
안틀어주니 발발 떨며 꼭 껴안고 디비잤다.
새벽에 남편 발가락으로 날 톡톡 친다
빨리 일어나 일하라 이거지.
정신없이 차례지내고 한 상 물리니 고모들(시누) 들이닥친다.
막내 동생 얼굴이 핼쓱해 보인다는 둥(살쪄서 미치겠음)
자네는 신수가 훤해졌다는 둥,
집안에 행사가 많으니 돈 낼 준비들 하라는 둥.
네,네,네 알겠습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
궁디를 살짜기 띠며 남편을 친정 가자며 꼬집었다
눈치없는 우리 남편 그 많은 시누 앞에서 "왜 꼬집어?"(-->죽이고 싶다.)
흰봉투에 빳빳한 신권
명절 준비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멘트와함께 공손히 드리고 나온다
형님 우리 갈때 암것도 안싸주신다.
오는 길 내내 남편에게 궁시렁거린다.
벌써 십년 내내 같은 모양새다.
나도 날 갈구어도 좋으니 시어머니가 계셨음 좋겠다.
손주라고 따듯하게 안아주실 분도 안계시고
바리바리 이것저것 싸주시는 손길도 내겐 없다.
나는 지청구를 들어도 남편은 자식이니 이쁘시겠지.
빨리 간다고 섭섭해 하룻밤 더자고 가라 할 얄미운 시어머니 한분 계셨음 좋겠다.
아....명절.
돈드리고 인사하고 뼈빠지게 일하고..
수고햇다 엉덩이 톡톡 쳐주실 그런 말 해줄 시어머니 계셨음.
아이고 어머니. 왜 일찍 돌아가셨수?
그렇게 생전에 이뻐했다던 늦둥이 막내
장가갔는데 그 며느리 얼굴 함 보고 가시지.
걱정마셔요.
지겨워도 갈거구
싫어도 갈거구
해마다 제사랑 명절 모실테니 지켜보셔요.
그리고 제가 쪼매라도 이뿌면
오늘 밤 우리 남편 꿈에 나타나셔설랑
숫자 여섯개만 일러주시고 가세요.
꿈 중에 조상님 꿈이 가장 좋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