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부산에 홀로 계시는 어머님이 모처럼 서울로 오셨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제사를 서울로 모셔오곤 첨으로 발걸음 하셨지요.
나이가 먹어도 움직여야 안아프시다며 비닐하우스안에서 상치따는일이며, 가을이면 고추도 따러다니시고 늘 일손을 놓지 않으셨지요. 어떤날은 하동의 차잎을 따러가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자식된 도리로 어머님께 너무 죄송하고 속상해서 다음날 남편과 저는 무작정 경남 하동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고생을 왜 사서 하실까, 돌아가신 아버님이 고생하는 어머님을 보시면 아마도 아들 며느리인 우리에게 많이 서운해 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지요.
지리산을 지나 하동으로 들어서자 어머님이 일하고 계시는 어느 녹차밭을 찾았습니다
머리엔 수건을 두르고 허리엔 커다란 주머니 자루에 쉬지 않고 차잎을 따서 담는 어머님이 멀리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달음에 어머님께 달려갔지요. 어머님, 산속에서 머하시냐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시느냐구. 어머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지요.. 걱정은 뭐하러 하느냐구요. 산좋고 물좋은곳에서 녹차도 마시고 신선놀음하고 있는데. 아무걱정할 필요 없다며 멀리서 어떻게 왔느냐며 오히려 저희를 걱정하셨지요. 생각과는 달리 정말 그때는 어머님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일순간 마음이 놓이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뵙는 어머님 얼굴이 그새 많이 야위어 있었습니다.
설연휴 다음날 어머님을 모시고 24시간 찜질방을 갔습니다.
탈의실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어머님을 보자 갑자기 아아... 나도모르게 신음과 함께 두팔 두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가슴이 미어지는게 이게 아닌가 싶은것이 어머님은 온몸이 앙상한 나무가지 처럼 건드리면 뚜욱 부러질것처럼 뼈만 남아있었습니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으며 어머님 손을 잡고 탕안으로 들어갔지요 부산에 내려갈때면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님과 목욕탕엘 가끔 가기도 했고 아버님 생전 어머님과 온천에도 가곤했는데 그때와는 너무 다르게 마른 체구는 내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습니다. 탕 둘레에 걸터앉아 돌아선 어머님 등줄기에 물을 뿌려 비누거품으로 조심조심 닦았습니다. 손을 들어 겨드랑이며 가슴팍 구석구석 거품타올로 씻고 물도 뿌렸습니다 그때마다 잡히는건 앙상한 뼈밖에 없었습니다. 자꾸 어머님 등 뒤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탕안에서 딸아이가 본 모양입니다. 엄마를 보더니 "왜 그래 엄마?" 하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난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무일도 아니란 듯이. 나도 나이가 들어 늙어지면 이럴까?
요즘 체중이 자꾸 느는지 몸이 둔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까지도 어머님께는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입니다.. 말끔히 씻고서 유니폼을 갈아입으신 어머님..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린 휴게실로 가서는
남탕에서 나오는 남편과 아들을 만나 쉴 빈공간을 잡고 앉았습니다.
어머님도 개운하신 모양입니다. 집에서 싸가지고 온 떡과 과일을 꺼내 나눠먹기도 하고 아이들은 시원한 식혜음료를 사가지고 와서는 할머니에게 드립니다.
찜질방이 각자 기호에 맞게 여러곳이 있는걸 보고 어머님은 서울에는 별별것도 다 있다며 신기해 하십니다. 다음날은 무역센타에 있는 아쿠아리움 관람을 했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어렸을때 같이왔던 기억이 납니다만 이번엔 어머님께 꼬옥 보여드리고 싶어서 다시찾게 되었습니다. 5인가족 입장료만 6만원정도 입니다. 좀 과용한거 같지만 그래도 기쁜마음으로 어머님손을 잡고 수족관 관람을 하면서 열심히 설명도 해드리는 내가 더 신이나고 즐겁습니다.
해저터널을 지나며 머리위로 커다란 거북이며 상어,물고기들이 지나갈때는 너무너무 신기해 하는 어머님의 모습이 내게는 더 큰 즐거움입니다.
설연휴가 끝나고 월요일은 친정어머님과 시어머님 을 모시고 남편과 저는 여의도 kbs신관 공개홀을 찾아 나이드신분들이 좋아하는 프로 가요무대 녹화공연을 갔습니다.
미리 예약했던 좌석표를 받아들고 공개홀안으로 들어서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좌석을 메우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허설이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자 사회자가 나오더니 능숙한 말솜씨로 인사말을 합니다. 김부자 하춘화 현철 현숙 송대관 내노라하는 대형트롯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부를때마다 박수치며 즐거워 하는 어머님과 친정엄마, 남편과 난 마주보며 더많이 즐거워 했습니다.
가수들이 노래하는 사이 사회자가 우리가 앉아있는곳과 가까운곳에 자리하고 있을때 남편의 나지막한 말소리 (싸인펜 있으면 줘바바) 싸인펜을 꺼내들자 슬그머니 사회자옆으로 다가가서는 싸인을 부탁합니다. 그러자 흔쾌히 싸인을 해 줍니다. "행복하세요 전인석 " 싸인한장을 전해들고 어린애 마냥 신나하는 남편,, 주변사람들이 갑자기 모여듭니다. 너도 나도 싸인공세에 사회자는 열심히 싸인을 해줍니다.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공연이 끝이 납니다.
오늘 공연에 어른들을 모시고 온것에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으로 오는길에 맛있는 저녁도 같이 먹었습니다. 돌솥밥에 설렁탕, 하나도 남기지 않고 드신걸 보니 배가 많이 고프셨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 된것같아 덩달아 저희도 즐거웠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