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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고 있다 - 미스틱 리버

백승권 |2005.02.22 01:32
조회 702 |추천 0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감추고 싶은, 아픈 기억


없다면 행복하겠지만

결국 인간의 행복이란 고통의 그늘을 지나고 나서야 한줌정도 얻어지는 것일게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하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희망의 동물들, 어쩔 수 없는 몸부림들, 억지웃음들.

피할 수 없는 마당에 즐기기까지 하라니 눈앞의 공포가 당장이라도 심장을 뜯어먹을 듯이

시커멓게 달려들고 있는데 그 앞에서 춤이라도 추라 이건가.





인간은 약하다. 특히나 과거의 악몽에 대해선 더욱.

소년기에 겪었던 지옥은 불행하게도 구제의 길이 너무 멀다.

성인이 될 때까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이웃을 사귀고

그때까지도 식인개미떼처럼 머릿속을 갉아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겪었다면 어땠을까. 너희도 역시 마찬가지야

지금처럼 아이들 손을 붙잡고 여유로운 웃음은 지을 수 없었을테지.

현재의 지옥이 과거의 악몽과 맞물린다면 희생은 필연적으로 닥쳐온다.


가족을 잃었다. 이미 죽은 아내가 주고간 마지막 선물인데. 지난밤 들어 오지

않은 딸아이가 깊은 속 구덩이에서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도대체.. 대체

누구의 짓이란 말이냐. 경찰은 필요 없다. 직접 찾아내어 사지를 찢어 죽일

거다. 기필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 열아홉인데. 그 어린나이에,

그 아까운 생을, 내 뼈와 살을 다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아이인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험하게 살아왔어도 이건 아니다. 착한 아내와 귀여운 딸들과 그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을 뿐이데.





딸을 잃은 장면에서 숀펜은 자식을 잃은 아비의 슬픔을 뼈가 아리다는 표현이 약할

정도로 보여주었다, 그것은 분노를 넘어선 울분의 정점이었고 아직 부모의 입장에

서지 않은 나로선 상상력과 기대치로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아우라였다.

그는 눈물과 절규뿐이 아닌 온몸으로 슬픔을 토해냈고 그것은 그가 후에 저지르는

악행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이해의 빌미를 줄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것이다.


희생, 누가 희생되어야 하지. 난 죽이지 않았어, 날 의심하는 거야? 그날 밤 내가 죽인건

그애가 아니라고 내가 정신이 이상하다고 의심한다면 아니야 그건 아니야. 날 범인으로

지목하는건 실수야 제발 그 칼을 거둬줘 제발..


그때 차에 탔던 그녀석은 사흘만에 폐인이 되어 돌아왔지,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어 그는 아직도 악몽을 휩싸여 사는 것 같아. 그때 그녀석이 아닌 우리가 차를 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거와 오해의 사슬은 악연이 되어 현실의 약자를 묶어버린다. 그는 그저 피해자일뿐인데

어린날의 상처에서 일생을 저당 잡힌 불쌍한 사람일뿐인데.

그럴 리가 없어. 의심하지마. 아냐 아냐.. 복부는 피로 물들고 오해의 총구는 또 하나의

시체를 만들어 강물에 던지우게 한다. 과거 그를 죽였던 것처럼 그렇게 검푸른 빛으로

흘러가는 미스틱 리버, 강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갈 뿐 우리가 조용히

침묵하는 것처럼 악을 덮어두고 무지를 희생시키는 것을 묵과하며..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어디 있을까. 현실과 지난날의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 속에서 엉키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들로 살고 있을 뿐. 저지르지 않았어도 침묵했다면 범죄자는 따로

있는게 아니야.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집단. 웃음 뒤에 숨겨진 검은 두려움. 되돌아오는 총구.

결국은 이 모든게 인과율의 법칙 안에 묶여 있어. 화살은 반드시 뒤통수를 향해 날아온다고.

아무리 눈앞 저 멀리로 당겼다 하더라도.


침묵하며 또 하루가 지날테지. 알면서도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는 비겁함으로 얼룩진 나와 또

다를 바 없는 너희들의 시간들.

과거의 무덤에 숨기려 해도 결국 좀비처럼 어느날 벌떡 일어설지도 모를.

그렇게 사는 거야.

이게 남겨진 자들의 몫이야.

너를 죽이고 살고 있는 댓가로 숨쉬고 있는.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도 몰라야 하는 거짓된 입술들

사람.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mystic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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