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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차려주는 남편

에바페론 |2005.02.27 23:35
조회 1,134 |추천 0

아마 제 이야길 들으신다면 아마도. 대부분

 

- 신혼때나 그렇지 좀 지나봐라~

 

이러시겠지요..ㅎㅎ

 

그렇지만 사실. 신혼때 잠시만이라고 해도. 저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아마 신혼때 잠시라 해도. 두고두고 - 신혼때 이사람은 아침밥도 차려주었어~ 하고 자랑하고 다닐테지요.

 

저와 신랑은 맞벌이지요.

저는 전문직으로 늘 피곤한 일을 하고있고. 신랑또한 전문직으로 작은 외주프로덕션을 하나 운영하고 있답니다. 덕분에 신랑은 편한시간에 출근할 수있다는 잇점이 있지만. 늘 늦은 귀가를 하지요.

 

결혼하고 처음 두달간은 제가 일을 쉬었었어요.

신혼여행으로 오랫동안 벼르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거든요.

한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어요. 게다가 저에겐 엄마가 안계시기에 결혼준비하는데 힘이 든것도 있었지만요.

 

결혼하고 두달간 아침밥상은 늘 푸짐했었답니다.

둘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제가 전라도 여자라 음식을 좀 한답니다. 이건 시어머님이 인정하신 부분이지요..ㅎㅎ) 밥을 앉히고 국을 끓이고 생선도 굽고, 달콤한 반찬한개에 자질구레한 밑반찬까지. 신혼초에 신랑은 아침밥 잘 얻어먹고 다닌다고 자랑하고 다녔지요.

 

그러던중에 제가 다시 취직을 했어요. 들어가자 마자 바쁜업무에 늘 피곤에 절어 늦은 귀가를 하는바람에 집안일을 돌볼틈이 없었지요. 뭐 둘이사는 신혼살림이라 힘들게 뭐 있으랴만. 그래도 사람사는데 조금만 신경안쓰면 먼지며, 빨래며, 해야할일들은 늘 있었지요.

 

출근하는 첫날 신랑이 벌떡일어나 밥하고 국끓이는걸 보고. 어찌나 흐뭇하던지.. 웃기기도 하고.

된장찌개에 계란후라이에..가끔은 버섯볶음같은 뜨끈한 반찬까지. 솔직히 얼마나 가랴 했어요.

결혼전에 밥을 해주겠다 장담한것도 아니고.

 

한달반이 지난 지금..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밥을 차려준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전날 밤샘작업을 한 다음날과, 그전날 회식을 한 제가 밤늦게 귀가해 꼬장을 부려 화가 무지무지난 다음날을 빼곤 늘 아침에 일어난답니다. 괴로워하며..ㅎㅎ

 

아마도...

 

시어머님이 아시면..기절하시겠지요..ㅎㅎ

그래서 시댁에 가면, 신랑이나 저나 집안일은 제가 다하는것처럼 이야기 하곤 한답니다. 반신반의 하시긴 하시지만..ㅎㅎ.

그대신 주말엔 풀서비스로 제가 보답하려고 노력하지만. 귀찮으니 대충먹고 뒹굴거리잡니다.

 

위로는 아름다운 35살의 처녀상사를 모시고, 아래로는 꽃다운 25살의 처녀를 두고 직장생활을 하지만. 위로는 '신혼이니까 그렇지~좀 지나봐~' 하는 시샘섞인 핀잔도 듣고, 아래로는 '넘 부러워여~ 아 시집가고 싶어라' 하는말도 듣고.

 

내가 무슨복이 있어 이런 호강을 하나 싶기도 하고. 어느날부터 '나 안해~!'라는 파업선언을 듣고 느낄 소정의 서운함에 대한 각오도 하고 살지만. 여하튼 우리신랑 넘 예쁘지 않나요?

 

연애때부터 사랑한다는말 들어본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무뚝뚝하고 어색한거 싫어하는 신랑은 저를 많이 힘들게 했지요. 각종 기념일이며, 무슨무슨데이 어쩌고 하는것따위 싫어하고..저는 유난스럽고 욕심도 많고 하고싶은말은 꼭 하는사람이라. 이해할수도 없고 말할수 없이 고민하기도 했지요.

 

이제는 사랑한다는말 듣지않아도, 그러려니 합니다.

 

함께 살아간다는건. 입으로 내뱉는 말 말고도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더군요.

대화의 범주엔 같이 살아가며 오고가는 공기도 포함되지 않겠어요?

하루하루 사랑한다는말을 주고받고 사는것 같네요. 그러려고 결혼을 하나봅니다.

신랑 만나기 전엔 내 인생에 결혼따윈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서방 부려먹고 사니 좋냐? 어쩌구 하는 악플이 달릴지도 모르겠군요. ㅎㅎ

 

저는 대종갓집 맏며느리 입니다. 신랑은 대종손입죠.

시부모님들이 세련된 분들이라 그닥 시달리진 않지만. 할도리가 한두개는 아니지요~.

예쁜짓 하고 사니 그다지 뭐라 하지 마세요.

 

근데..나같은 마누라도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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