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림 하나 설탕 둘 - (6) 그녀의 사촌
준후를 남겨 놓고, 집으로 먼저 들어온 민지는 그가 늦도록 집으로 들어 오지 않자 걱정이 되었다.
12시-
핸드폰 알림 메세지가 열두시를 막 알려 주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들고 수없이 그에게 전화를 하려다 그만두길 반복했다. 그때 요란한 벨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이주사댁의 집 넓이가 워낙에 커서 벨소리 조차 크게 울렸다. 준후는 워낙에 업무상에 늦는 일이 많아 따로 집안 키를 가지고 다니는데 도데체 누구인지 참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며 부리나케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다행이 아무도 벨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녀가 나갈줄 알았는지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기전 누구인지 확인 차 물었다.
"네, 저 준후 친굽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몹시 힘들거든요... "
친구란 사람이 정말 힘들어 하는 목소리에 더이상 확인할 새도 없이 그녀는 급하게 문을 열었다.
태환의 눈앞에 나타난 그녀 분홍색앙고라 스웨터를 입은 그녀를 보는 순간 태환은 일순 술이 깨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저, 준후가 술을 좀 많이 먹어서요. "
그렇게 말하는 태환도 몸과 입안가득 술 냄새가 진동하긴 마찬가지 였다.
"네.. 저 미안해서 그러는데 들어와서 차 한잔 드실래요?"
정말 이건 정말 예의상 하는 말이였다. 그런데 방실 거리며(태환의 착각) 태환을 붙잡는 그녀의 미소가 그를 결국 성큼 성큼 안으로 들어 가게 만들었다. 대리운전기사를 돌려보내며 그녀의 뒤를 놓칠세라 무거운 준후를 들쳐엎듯 하곤,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 갔다. 준후를 방에 누여놓고는 그녀가 준비한 차를 마시기 위해 작으마한 테이블로 다가 갔다. 그녀는 마치 준후의 처인것 처럼 자연스레 차를 만들어 그의 앞에 내밀었다.
"저...."
"이건 모과차 인데요. 저희 큰어머님이 만드신 거랍니다. 맛보시면..... 하~ 이거 처음뵙는 분한테.. 전 그럼 이만,"
천사같은 그녀가 웃으며 태환의 눈앞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다. 무의식에 가까운 그가 본능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하하 밤늦께 찾아와서 폐만 끼치네요. 음, 솜씨는 여전하시네."
올때마다 마시던 이주사댁 모과차를 그는 아주 좋아 했다. 그의 앞에 나타난 그녀처럼 특별한 맛을 느낄수 있어서 더 좋았다.
'제발 하느님 더이상 여자 울리는 일 안할테니까 제 앞에 나타난 천사가 준후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상관없는 여자이게 해주세요...'
하지만 하나님은 더이상 그의 손을 들어 주길 거부하는 것 같았다.
"아뇨, 강검사님을 모시고 오셔서 오히려 고맙습니다."
"하하 별 말씀을. 참 여기좀 앉으세요. 그런데 성함이......"
태환은 1시간전 준후로 부터 들은 그녀의 이름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이름 모를 천사와 같지 안길 간절히 바랬다.
"아네. 전 오민지 라고 합니다. "
"에? 민지? 오민지라구요?"
설마라는 게 얼마나 사람을 기겁하게 만드는지 또한번 느끼는 순간이였다.
"네, 왜요?"
"아 아닙니다. 전 김태환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따뜻하고 달콤한 모과차를 마시면서도 입안이 까끄럽고, 쓰쓸한 기분마져 들었다.
"아~ 태환 이름이 참 멋지네요."
준후의 방----
준후는 자신의 방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차츰 정신이 또렷해 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니 그것도 자신에게 대한는 그런 쌀쌀 맞은 목소리가 아닌 상냥함이 한껏 베인 목소리로 자신의 친구인 태환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거의 초죽음이 되어 들어온 그가 나왔다. 그녀는 눈을 마주치기가 겁이 났다. 슬며시 일어나 그를 위해 모과차를 만들고 그가 앉기를 기다리며 돌아 섰다. 그런데 언제부터 자신의 뒤에 있었는지 민지는 돌아서다 그와 부디쳐 그만 그의 발을 밣고 말았다.
"어머, 미 미안해요. "
"그거 나 줄려고 탄거야?"
".. 에.. 네.."
"그럼 됐어. 난 차가 필요한게 아니라 이게 필요해 지금"
그는 그녀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그리며 그녀에게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친구가 있는 앞에서 그녀를 모욕하는 것 같은 말투는 아니라도 그녀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었다.
"미쳤... 어요? 당신 아저. 강검사님 취했군요. 이거나 마셔요."
그에게 모과찻잔을 내밀자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평소보다 몇배는 지쳐보이는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졌다.
그바람에 그녀는 들고 있던 찾잔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의 옷이 젖고 그녀의 입술이 술 향기가 맴도는 그의 입술로 부터 달콤하고 위험한 유혹을 받고 말았다.
"흠흠.. 거 너무하는거 아니냐?"
태환의 헛기침에 놀란 민지는 준후를 있는 힘껏 밀어 냈고, 그는 떨어지기 싫었지만, 그녀를 놓아 주었다. 그녀는 그들에게서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아마도 태환이 집에 가기 전까지는 안들어올 모양이다.
"그만 가라... 그리고 너 내가 경고 하는데 민지 한테 관심꺼."
"하~ 이거야원 내가 뭐 민지씨 잡아 먹냐? 알았다. 난 남이 특히 친구거에는 취미가 없네요."
"거 짓 말.."
"뭐가? 야!! 그럼 내가 민지씨ㅣ 한테 뽕갓을 까봐서. 에이 날 어떻게 보고, 하여튼 차는 잘마시고 간다. 니 덕분에 취하고, 술도 잘께고 간다. 새끼 음흉하긴 마찬가지구만.. 난 이게 필요해? 하여튼 넌 너무 느끼 맬로다.. 나간다 배웅이나 좀 해라."
"갈필요 없어. 임마 오늘은 자고 내일 나랑 한판 하러 가자""
"왜 그세 마음이 바뀌었어. 가랄땐 언제고,"
"그건, 하여튼 너 계속 거실서 서성이면 아마 우리 민지 얼어 죽을 지도 모르니까 어서 내방으로 들어가기나 해 어서"
"그래 알았다. 우와 하여튼 남자란 놈들이 더해요. 친구 배신하는거..."
"하하하 그래 난 여자가 더좋다."
"우히히 암튼 그건 그렇다 나도 여자가 더 좋으니까.. 하하하하"
태환은 조금전 준후를 눞히고 나온 방으로 들어서며, 준후가 내민 츄리닝을 받아 들고 준후의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 가 버렸다.
준후는 민지가 아직도 들어 오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었다. 밖에서 밤새도록 있을 것 같아 문을 열고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마당 한귀퉁이의 연못을 내려다 보며 방금전부터 오기시작한 눈을 맞고 있었다.
"저러다 감기 걸리면어쩌려고, 내원참!"
준후는 그녀의 방에서 그녀가 평소 입고 다니는 따뜻한 잠바를 가져다 그녀에게 걸쳐 주고 싶었다. 뒤로 살며시 다가가 그녀의 옷을 걸쳐주며 그녀를 끌어 안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를줄 알았던 그녀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여전히 연못속 물고기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리곤 이내 그녀의 눈물이 연못속으로 퐁 떨어져 버렸다.
"왜 그래? 내가 태환이 앞에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던 그녀가 벌떡 일어 났다. 그리고 같이 따라 일어난 준후의 가슴을 향해 소리없이 울며 주먹질을 해댔다.
"미안,... 미안해 "
"싫어요. 당신 정말 싫어 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데 안그래도 나 힘든거 아는 사람이.. 으흐흡... "
"그래 난 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네가 날 미워하지 않으면 힘들일 하나도 없는거 너도 알잖아."
주먹질을 하던 그녀가 잠시 주춤하더니 그를 있는 힘껏 밀며 별채로 들어 가 버렸다. 그녀를 재빨리 따라 잡은 준후는 그녀를 안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길속에서 키스를 해왔다.
"가슴이 아파.. 너무 아프다구요. "
준후의 따뜻한 키스때문일까 그녀의 말투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향해 준후는 그녀가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어 준다는 희망이 보였다.
"그래 나때문이야. 그런데 나도 여기가 아파 너 때문에..."
준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그녀를 향해 그는 따뜻한 입술을 내려 왔다. 당장에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를 너무도 좋아 하게 만들기 전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그에게 다가 오길 간절히 바랬다.
이주사의 방---------
유난히 시끄러운 초인종 소리에 곤히 자던 잠이 깨버린 이주사는 나가보지도 않고 누가 왔는지 알기에 기침도 하지 않았다. 50평생 자신의 손발이 되어준 며느리에게 그나마 자유로운 잠자는 시간마저 빼앗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에 잠귀가 밝은 이주사인지라 조용해 진 틈을 타 밖으로 나오려다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자신의 딸을 너무도 빼다 밖은 외손녀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다. 무얼하는지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얇디 얇은 티만을 입은채 연못속으로 빨려 들듯 응시하고 있는 손녀에게 말이나 걸어볼 량으로 다가 섰다. 그런데 그가 다가 가기도전 손녀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는 준후의 모습에 당황해 뒤로 주춤 거리며 안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창밖을 조심스레 내다보니 손녀는 준후를 향해 주먹질을 해대고 있었고, 그런 것도 아랑것 하지 않고, 준후는 그녀를 끓어 안으며 그녀를 달래는 모습이 결국 이주사에게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허허 저런 고얀것들 아무리 요즘 것들이라지만, 감히 내집에서... 하하 애미야 니 딸은 어찌도 널 그렇게 많이 닮은 게냐.... 하하흐흐"
종가댁의 아침---------
밤새 내린 눈이 앞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요란한 자동차의 움직임에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커다란 초인종 소리에 이주사댁의 아침이 분주해 졌다.
"누구냐?"
큰며느리가 문을 열어 주는 모습에 이주사는 아침부터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했다.
"네, 아버님 동서랑 영주가 왔네요."
"허허,, 벌써 온게야. 흠,"
이주사는 작은 며느리를 별로 탐탁찬게 생각했다. 그것을 평소 잘아는 큰며느리는 그러나 누구보다 자신의 자손을 위하는 이주사를 좋아했다.
"그러게요. 연수중이라고 들었는데..."
"어머 형님~ 또 뵙네요."
"그러게 어서 와라 영주야."
"안녕하셨어요. 큰엄마!!!!"
"그래, 아휴 여윈거야 날씬해 진거야. 참, 할아버지한테 인사 드리고, 다같이 밥먹자구나"
"네, 할아버지~ 영주 왔어요"
"응석받이 영주가 벌써 저렇게 크다니 참 세월이 좋아."
"아휴 형님도 언제적 이야기를 참 근데 애는 왜 안보여요.?"
"어, 조금전에 고모 산소에 올라 갔어."
"쳇, 여지껏 지 엄마 산소에 찾아 오지도 않아 놓고는 뒤늦게 .. 하여튼.."
동서의 말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에 종가댁 큰며느리는 인상을 그으며 그녀를 주방으로 끌어 당겼다.
"동서 내가 전에도 말하려다 말았는데.. 민지한테 너무하는거 아냐?"
평소에 말없이 조신한 맏며느리 역할만 하던 순한 동서가 갑작스레 그것도 민지일로 자신을 나무라니 조금화가 나기 시작했다.
"형님도 제가 뭘요. 걔가 좀 싸가지가 없어서."
"동서도 생각있음 그럼 안돼 민지가 계모 밑에서 얼마나 힘들게 컷는지 잘아는 사람이 그럼돼? 그리고 동서도 딸자식 키우잖아 민지 좀 안됐다 생각하고 이뻐해주면 될것을 그런게 어른 아냐?"
구구절절 오른 말을 하는 동서지만 왠지 오늘은 민지 편을 드는 맞동서가 미웠다.
"네. 알았어요."
드르륵~
"어? 오셨어요?"
조금전 맏동서에게 혼이 나고서도 여전히 미워 보이는 민지를 그냥 나눌 영주 어미가 아니였다.
"애 넌 어른한테 그게 뭐냐? 어가 아휴~! 넌 어쩜 이쁘게 봐줄래도 바줄수가 없구나."
"동서!!!!!!"
"네? 아.. 네..."
"민지야 신경쓰지 마라. 그리고 너오늘 처음 보겠구나 영주"
"네? 영 주요? 그게 누구에요?"
그녀가 궁금해 하기도전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그녀를 안방으로 불러 들였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전주로 내려온 뒤로 제일먼저 하는 일이 이주사에게 문안 인사를 하는 것이였다.
"그래 그런데 넌 얼굴이 까칠 하구나. 거기 앉거라."
민지가 앉은 곳 맞은 편에는 아마 큰숙모가 말한 영주임직한 미인인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인사해라 서로 영주야 여긴 너의 고모 딸 그러니까 너한테는 아마 언니가 되겠구나."
"안녕 난 이영주야 언니 참 이쁘게 생겼다."
작은 숙모완 다른게 사근 사근한게 그녀도 맘에 들었다.
"어?.. 어 그래 만나서 반가워 난 오민지야."
"그래 그래 이렇게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니 나도 좋구나. 애미야 밥은 먹고 내려 온게냐?"
"아뇨, 형님이 해주시는 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그리고 영주가 어찌나 할아버지를 빨리 뵙고 싶어 하는지.."
"아이구 우리 영주가 아직도 어린가 보구나 이 늙은 할애비는 뭐가 좋다구 찾누... 허허허"
민지는 모처럼 아니 처음 으로 할아버지의 소탈한 웃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왜 자신은 할아버지에게 아니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밝은 모습을 보여 주지못했는지 아쉬웠다.
"영주야 니가 좋아 하는 간장 게장이다. 여기 오이지도 있네.."
"어머 큰엄마 저 이제 인런거 안먹는데.. 그냥 우유나 한잔 마심 안될까요?"
"아니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아침부터 우유만 먹어."
"괜찮아요. 안그럼 이런옷도 못입고 다니는 걸요."
우유를 따라 마시며, 앙증맞은 허리를 이리 저리 돌려 보인다.
"하여튼 요즘 애들은 손가락 부을까봐도 밥을 안먹는다니깐요. 하하하 안그래요 형님 "
"어 그래 ... 그런데 영주 좀 말라 보인다.."
큰숙모는 여전히 영주의 가늘어 빠진 허리가 안쓰러운지 밥도 먹는둥 마는둥 그녀를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 보았다.
"애미야 강검사는 어제 안들어 왔냐?"
이주사의 말에 조용히 밥을 먹던 민지는 가슴이 쿵소리와 함께 떨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뇨, 늦게 벨소리가 나길래 나가다 보니 좀 과음 했는지 친구랑 같이 왔더라구요. 왜 태환이라는 전주지청 검사요."
"어허, 그렇구나, 난 또 너무 늦께 까지 안들어 오길래 ... 그럼 밥은 안먹고 뭐하누."
"태환이라는 친구랑 같이 운동하고 온다고 하더라구요. "
"그래 그럼 내방으로 오라그래 들어 오면, 어흠 "
"왜요 아버님 그만 드시게요?"
"그래 날씨가 쌀쌀하니 입맛이 없구나. 차나한잔 다오..."
"네.."
"할아버지 요즘도 바둑 두세요."
영주는 안방으로 들어서는 이주사의 팔에 다정스레 팔짱을 끼우며 그의 관심사를 돌려 놓았다.
"고럼 욘석아 왜 너 바둑 배운게냐?"
"아히~ 할아버지도 전 그렇게 심오한건 못한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호호호"
볼수록 영주는 애교도 많고, 그녀의 할아버지가 무척 좋아 하게끔 만들어 주는 여자였다.
"어때 이쁘지?"
밥을 먹은후 할아버지에게 차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 부지런히 설거지를 했다.
""네, 참 이뻐요 그리고 성격이 밝아서 좋아요."
"그래 영주는 밝지 성격이 하지만 난 너도 참 이쁘단다."
"숙모......."
외숙모의 따뜻한 말에 그녀의 눈가가 붉어 지려했다.
"아휴~ 이런 눈물이 많으면 안돼는데... 자 과일은 내가 준비 했으니 물 끊고 있으니까 어서 차 가져다 드리렴."
이주사의 큰며느리는 벌써 차를 세잔이나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만들고 과일접시를 쟁반에 담아 이주사와 영주의 방으로 들어 갔다.
"어머, 언니 고마워요. 음 역시 큰엄마 모과차 솜씨는 여전하셔..."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시집 가기 전에 여기 있는 니ㅣ 언니처럼 살림좀 배웠다가 가."
이주사의 말에 영주의 눈이 일순 차가워지더니 민지를 매섭게 바라 봤다. 그러나 그건 민지의 착각이였을까 영주는 이주사에게 낭랑하게 말했다.
"어머 어머 할아버지 요즘 세상에 무슨 살림은 전 아주 귀부인처럼 살거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할아버지도 그만 큰엄마 편하게좀 해주세요."
"아이 요놈이 내가 니 큰엄마 부려 먹는 것 같구나."
"그럼 아닌가요.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만한 살림 사는 분 아마 전국에서 우리 큰엄마 밖에 없을것 같아요. "
"하하하 니가 그렇게 큰엄마를 생각하는 놈이 왜 명절때는 줄행랑만 치는 게냐?"
"어머머 할아버지 제가 워낙 바쁘니까 그렇죠. 그리고 이젠 저 없어도 언니가 있으니까 됐네요."
그렇게 말하는 영주의 말의 뉘앙스는 마치 식모하나 있네란 말같이 민지의 귀에 들려 왔다.
"니언니는 곳 시집 갈 사람이야. 참 너도 시집 가고 싶냐?"
"네? 벌써요? 아이 할아버지는 부끄럽게.."
"하하하 안간다는 소린 안하는거 하곤."
도란 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영주와 이영감 사이에서 그녀는 더이상 화재의 대상이 아님을 알았다. 어색해 하던 그녀의 귀에 이주사의 말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언닌 사귀는 사람이 있었어요? 어제 엄마 말로는 아무도 없다그러던데.."
"허허 없으면 할애비가 만들어 주면 되지 걱정은 그런 넌 있는게냐?"
영주의 관심을 민지에게서 돌리려 이주사는 영주에게 물었다.
"아뇨, 저도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세요. 그럼 아무소리 않고 시집갈께요."
"오냐, 아무나는 안돼고, 어디보자..."
정말 그럴 생각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주사는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휴~ 할아버지 성격도 급하셔 제 나이가 몇이라고 벌써 시집을 보내시려고 하세요."
"니나이가 어때서 니언닌 25섯이지만 늦었다."
도대체 이주사는 결혼 정령기를 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25살 밖에 안된 나를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한테 떠넘기려하다니.. 슬슬 짜증이 나려 했다.
"애 민지야 바둑이나 한판 두자꾸나."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던 이주사는 그녀가 슬그며니 나가려는걸 붙잡아 앉혔다. 이주사의 말에 어정쩡하게 서있던 민지는 다시 앉으며 바둑알을 챙겼다.
"어머 언니 바둑도 둘줄 알아?"
"어? 어.. 쬐금 "
"우와 할아버지 좋으시겠네 나랑은 맨날 오목만 두셨는데..."
"예끼 욘석아 그게 어디 바둑이냐... 장난이지 .."
"어머 섭섭하여라 할아버지랑 같이 동거 동락 하면서 놀아 드린 쇤네는 그냥 물러 날래요."
"하하하 영주야 그럼 너도 바둑좀 배워서."
"싫어요. 그딴거. 그대신 저랑 오복 두시면 할아버지한테 섭섭한거 잊어 버릴수 있는데..."
버릇없이 말하는 손녀를 그녀를 사랑하는 이주사는 민지의 눈치를 한번더 본후에 민지가 아무렇지도 않은듯 고개를 끄덕이자 냉큼 민지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버리는 자신의 친손녀와 모처럼 웃으며 오목에 열중을 하였다.
할아버지와 영주의 웃음 소리가 앞마당까지 울릴 무렵 두남자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대문밖에서 들렸다. 이윽고 두남자가 산듯한 캐주얼 바람으로 그녀 앞으로 서서히 다가 왔다.
하하하하하하 울리며 퍼지는 웃음 소리...
"누구 왔어?"
"하~ 보나 마나 너의 추종자이신 이영주양이 행차 하셨나 보네.."
보지도 않고, 태환이 단박에 영주가 온거라고 확정지었다.
"맞아?"
"네. 안그래도 할아버지께서 찾으세요."
"왜?"
"왜는 임마 뻔하구만,"
눈을 찡긋 거리며 별채로 들어가 버리는 태환을 바라보며, 영문을 몰라 하긴 민지도 준후도 마찬가지 였다.
"뭐가 뭐가 뻔해?"
"몰라 뭍냐? 그게 너랑 영주....."
태환은 황급히 말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물끄러미 그들의 뒤에서 궁금증을 풀 준비를 하고 있는 민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갈등이 시작 되었다. 그 준후 그리고 민지 그리고 그녀의 사촌인 여우 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