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여 제 네이트 .. 아이디가없어서 남친 아이디를 빌려씁니다^^
NO, 8027
이름 : 이선아
2004/12/01 08:02
여자는 소나 말이 아니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보내고 받을 수 있는 동물 혹은 물건이 아니라 존엄한 인격체를 지닌 인간이다. 여자가 결혼했다고 해서 호적에서 지우고 남자집 호적에 등재하는 것, 여자의 본적이 한 번도 가 본 적도 없는 남자의 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사실 여자에 대한 인권침해다. 여자라는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와 그 여자를 둘러싼 그 여자의 가족이라는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이다. 호주제가 달리 유엔인권회의의 삭제 권고를 받았을까. 문제는 이런 야만적인 생각이 지금도 우리나라 사회의 주류를 이루며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된 시집살이를 했던 시어머니는 적어도 그 반은 며느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시집에서 온갖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시누이는 친정에 와서 자신의 올케가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자는 제도적으로 남의 집에서 봉사할 것을 강요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아들을 낳으려고 한다. 세상의 어느 누가 다 자라면 남의 집 부모를 섬기게 될 자식을 낳고 싶어하겠는가? 다 자라 자기 친부모를 섬기게 될 자식, 즉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심사가 아니겠는가. 여아낙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건 결국 이런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무심결에 행하는 이런 대리효도 사상의 악순환이 결국엔 누군가의 뱃속에 있는 여아를 죽이는 칼날이 되고 있다. 지금의 이 가족제도로는 시부모님도, 아들도, 며느리도, 딸도, 친정부모도 모두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시부모님들은 억지로 억지로 남의 집 딸에게 효도를 받아내느라 속을 썩고, 남의 집 딸들은 자기 부모에게 행해야 할 효를 타인의 부모에게 행해야 한다는 강요에 속을 썩는다. 모든 이들이 이 불합리한 가족제도 안에서 속을 앓고 서로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보면 우리나라의 가족제도가 급속하게 무너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는 오래 묵은 대리효도 사상을 깨뜨려야 한다. 여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호주제는 마땅히 폐지해야 하며 효도는 아들, 딸에게서 직접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야 한다. 며느리를 딸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사위처럼 대해야 한다. 사위란 어떤 존재인가. 남의 집 아들이며 자기 고유의 생활과 사고방식이 있는, 존중해줘야 한는 타인이 아닌가. 며느리도 마찬가지다. 며느리는 집안에 들어온 대리딸 같은 존재가 결코 아니다. 남의 집 딸이며 자기 고유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타인인 것이다. 딸이 당당하게 자신의 부모에게 우선 효를 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가정교육을 잘 받은 처자라면 명절 때마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천금같은 내 친부모님을 보러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자에게 이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조차 행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이제 그만 걷어치우자. 이 지독한 대리효도의 악순환을.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내부모와 내 아들, 딸의 자리를 찾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