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 향이 코끝을 감싼다.
갓 구어진 토스트를 한입 크게 베어물고 커피 한잔을 따랐다.
아홉시 이십분
그녀가 오려면 아직 넉넉한 시간이다.
이른 아침의 사람들의 풍경은 이제 막 물감이 닿기 시작한 수채화 같다.
한점 한점 캔바스위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찍히기 시작한다.
커피 한잔을 더 주문하고 난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을 만끽하고 있다.
그녀가 어느새 내 가슴속으로 다가왔다.
사랑에 지쳐 사람에 지쳐 이제는 열릴것 같지 않는 나의 가슴 속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왔다.
아직 모른다. 그녀 자신은...
내 빗장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그녀 자신이란걸...
난 조금씩 다가서려 한다.
아주 천천히....
[여기에요.]
[벌써 영화표 끊은 거에요. 아침은 먹었어요?]
[늘 그렇죠. 오늘은 주말이라 너무 여유를 부렸나봐요.]
[그럴줄 알고 샌드위치 하나 사왔어요. 영화 보면서 먹어요.]
[영화 보면서 뭘 잘 안먹는데... 그래도 지금은 아사 직전이에요. 잘 먹을께요. 고마워요. ^^]
어디선가 와인 향기가 났다.
[사이드웨이 관람하면서 와인 한잔 드세요.]
영화사에서 하는 홍보성 이벤트 같았다.
[와인 한잔 할래요?]
[좋죠. 화이트? 레드?]
[화이트로 가져다 주세요.]
극장안을 들어서자 수천개의 포도방울들의 경쾌한 알콜향이 내 코끝을 간지럽힌다.
[영화보기전에 향에 먼저 취하겠는데요?]
[그렇죠..^^ 와인 향 너무 좋다.]
[와인 좋아해요?]
[그럼요. 요즘엔 직접 와인을 만들고 있어요.]
[와인을 직접 만들어요?]
[그럼요. 실은 이거 와인동호회에서 하는 시사회 표 나왔길래..^^;; 저 요즘에 와인 만드는 재미에 빠져서... 이번주에 딸기로 와인 만드는데 같이 만드실래요?]
[점점 제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인데요. 영화가 끝난 후 그 이야기 좀 더 해주실래요?]
기분좋은 그녀의 향기가 나에게 전해온다.
[덕분에 영화 잘 봤어요. 대신 점심은 내가 대접할께요.]
[좋죠.]
[음.... 이 근처에 선지 해장국집은 없으니까...]
[하하하.... 제가 맨날 선지 해장국만 먹나...]
[점심은 스파게티 어때요?]
[제가 면 종류는 다 좋아해요. ^^ ]
리아노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영화가 참 잔잔하게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죠? 근데 남자들은 결혼하기전에 다 그런가..^^]
[그런 남자도 있고 아닌 남자도 있죠. 영화 속 두 남자처럼 말이에요.]
[참, 아까하던 이야기 해봐요. 와인을 직접 만든다는 이야기...]
[아... 그 이야기요. 저 요즘에 와인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서... 우연히 인터넷 서핑하다가 새로운 동호회를 알았지 뭐에요. 직접 내 손으로 와인을 만든다는 그 매력에 끌려서... 작년에 머루포도로 레드와인을 담궈 놓았죠. 이제 병입만 기다리고 있어요. 직접 내 손으로 포도를 으깨고 발효시키고 걸러주고... 병에 담고 코르크를 막아서 멋진 라벨링 까지... 제가 한병 선물로 드리죠.]
[정말 흥미로운데요. 나도 끼워줘요.]
[참 안그래도 담주에 딸기 와인을 만들어요. 거기 같이 가요.]
[딸기도 와인을 만들어요?]
[그럼요. 당도가 있는 모든 과일은 와인으로 만들어요. ]
[그럼 약속한거에요. 나중에 딴말 없기에요...]
[그럼요...]
자연스럽게 데이트 약속을 또 정했다.
그녀가 느끼지 못하게 아주 조금씩 다가설 예정이다.
언제쯤 그녀가 내 마음을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