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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쓰는 편지 두번째 이야기.

철망앞에서 |2005.03.08 07:18
조회 283 |추천 0

   해마다 명절이면 자산동 외가에 꼭 가곤했다. 그때마다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외가 앞 지하 오락실을 갔다. 그곳엔 교복을 입고 오락을 하던 은경이 너의 잔상이 항상 남아 있음을 느낀다.

가끔 널 배웅하던 마산역 대합실...

아직도 함안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는 9시30분 언저리에 마산역을 가로 지를까?

   우리가 언제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는지는 나의 기억을 통해서라기 보단 너의 기억을 통해서란 것이 정확할 것이다. 마산고등학교 편집실..나는 약간의 술을 마셨었고, 넌 내 친구의 친구였지..물론 지금은 더이상 만나는 일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그많은 초록교복의 여학생중에서 은경이라는 아이를 알게 해준 내 친구 J군에게....

  99년 겨울인지 00년 겨울인지 정확히 생각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울먹이는 목소리의 전화에 너의집으로 달려갔던 날을 기억한다. 남에게 상담이란걸 해줄만큼 많은 삶의 경험이 있는것도 아니였고, 너의 고민과 문제를 물어줄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였을 터인데 나는 무슨 생각으로 너의 집앞으로 달려갔고 또, 긴 시간의 대화를 하는 베짱을 가졌었을까?!....
그것은 무엇이였을까.....

그러나 확실한것 하나는 우린 그 날 이후 좀 더 두터운 신뢰의 옷을 입게 되었다는 거다.

  가끔  널 만날때 마다 넌 내게 술을 사주었던것 같다. 내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올 때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가끔씩 만나게 되는 때마다....마치 친 오빠에게 해주는것 처럼..물론 나는 너와 가깝게 된 후 한순간도 우리가 그저 알고지내는 오빠, 동생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의남매라고 하면 우습겠지만, 나는.. 우리는 한 핏줄은 아니지만 그것과 비슷한 끈끈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넉넉하게 사는건 아니였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은경이 널 만날 무렵이면 지갑이 가벼워지는 약간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자주였다. 돈이 많아서 멋지게 밥값이나 술값을 내는게 자존심을 살리는거라 딱히 말할수는 없지만, 아직은 한국남자들은 그것이 자존심과 멋의 큰 부분이라 생각하고, 한 살이라도 많은 연장자의 당연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때마다 넌 항상 기분이 나쁘지않을 만큼의 적당한 핀잔과 함께 내가 얼큰하게 취할 정도의 술값을 서스럼없이 내곤 했다.

넌 내가 사람 중 정을 아는 멋진 여자다.

니가 진주로 간 후, 너의 남자친구 진호에 관한 애기들을 귀가 닳도록 많이 들었다. 때론 아파했고 때론 부러울만큼 행복해하는 이야기들.. 몇해전 어느 술집에서 처음 진호를 만난 날, 두사람이 참 잘 어울린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멋진 진호가 믿음직 스러웠다. 암튼 처음 만났지만 낯설지 않았음이 좋았다. 그리고 지금 5년이란 시간동안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는 너와 진호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 함께 할 오랜시간을 사랑에 찌들고 찌들어서 행복에 겨워 죽어가라고....

은경아!
니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던지 나는 널 내 친동생과 같이 생각한단다. 그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 몰라도 내가 너라는 아이를 알고 지내오는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느껴왔고, 앞으로 살아갈 동안에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느낄것이다. 비록 나는 미국이란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겠지만 항상 너를 생각하고 그리워할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한국으로 가게되는 기회가 올 때마다, 내 동생 은경이와 진호가 함께사는 집에서 소주한잔 부담없이 할수 있었음 좋겠다.


2005년 3월 한밤에쓰는 두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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