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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0년지기 친구에게 - 어느새 강산이 세번이나 변하였네요...

친구같은 부부 |2005.03.14 23:52
조회 3,204 |추천 0

 

"사랑합니다. 혜숙씨"

그 한마디의 프로포즈가 당신과 나를 부부의 연으로 맺어주었지.
너무 뜨거워진 얼굴이 창피해서.. 고개도 들고있지 못하고.. 꽃만 내밀던 나의 손을..

당신이 잡아주었던.. 그날 부터 말이야.

 

결혼전에는..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약속을 했던지..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주겠다, 매년 당신의 생일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

그런 약속들..
그 많은 약속중에 내가 지켰던 유일한 약속은..

"평생 당신만을 사랑하겠다.." 이 약속 하나뿐인 것 같아.

 

그 당시까지만 해도 "아들" 이 참 중요했던 때라..
당신 참.. 어머니에게 구박도 많이 당했었고.. 시집살이도 혹독하게 했었지.

중간에서 어찌할바를 몰라.. 내가 당신편을 들때면.. 당신은 내 옆구리를 쎄게 꼬집으며,

눈짓으로 그만두라고.. 그렇게 말하곤했었지.
그때, 당신 참 고왔었는데..
큼지막한 눈망울에 눈물이 고여있는데도.. 코끝이 빨개졌는데도..
애써 웃는척 눈짓하는 그 얼굴이 참 곱고 예뻤었는데..

그렇게.. 당신을 구박하고, 시집살이 시키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당신 참 많이 울었었지.
어쩌면 나보다도 당신이 슬퍼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참 많이 울었었지.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서울로 올라와..

당신과 내가 처음 식당을 차리던날.. 4개뿐인 테이블이 고작인 작은 식당을 차리던날..
당신은 나한테 이렇게 말했었지.

"여보, 당신은 아무 걱정하지마. 내가 열심히 할께.. 

 내 음식솜씨 알지??"

라며.. 애써 밝은척 얘기 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큰 상실감에 빠져.. 자포자기하고 있던 내게..
당신이 했던 그말은.. 다시 내게 용기를 주었어.
다시한번.. 우리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용기를..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해야하나.. 처음에는 파리만 날리던 식당이..
어느새 당신의 음식솜씨가 소문이 났는지.. 손님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고..
시작한지 5년만에.. 식당을 2배로 늘리게 됐으니 말야..

 

그후에는 시간이 참 빨리갔지.. 아이들 키우느라.. 바쁜 식당일 하느라..
그 사이 당신의 고왔던 얼굴에는.. 하나 둘 씩 주름이 생기고..
새치가 났다며 걱정하던 당신의 머리카락은..
이제는 뽑지도 못할만큼 많은.. 흰머리가 나있고..
나역시.. 60살이 넘은 '할아버지' 가 됐으니 말이야.

우리 세 딸 들은 어느덧.. 자라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자식들도 하나둘씩 곁을 떠나고.. 어느덧.. 황혼에 나이가 되니..
요즘은 참 마음이 많이 약해져. 아픈 내 몸때문인지.. 허전함 때문인지..
그래서.. 당신한테는 미안한 마음만 자꾸 생겨.

얼마전, 우리가 결혼한지 30年이 되던날이었는데..
내가 병원에 입원을 해서.. 기념일도.. 놓쳐버렸지.
30주년 기념으로 자식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가지도 못하고..
당신, 그날 참 많이 서운했을텐데..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내색도 하지 않았었지.
여행같은거 귀찮기만 하다면서.. 애써 웃으면서 말야.

예전의.. 고왔던 당신의 얼굴이.. 이제는 고운 마음으로 나타나나봐.

 

항상 착한 나의 당신. 얼마나 남았을지 알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대로.. 남아있는 날까지 당신만을 사랑할께..
당신과 나의 우정을.. 그리고 사랑을 지켜가면서..
우리.. 친구처럼.. 오누이처럼 살자.

 

그리고, 늦었지만 .. 근사한 여행은 못 갔지만..
예전에.. 내가 당신에게.. 고백했던..
얼굴 빨개지며 했던 프로포즈를 다시하려고 해.

쑥쓰러운 고백이지만.. 그때처럼 지금 나는 홍당무가 되어 있을테지만..

오랜만에 불러보는 나의 '혜숙'씨.
 " 사랑합니다. 다시 한번 나의 프로포즈를 받아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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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우와|2005.04.06 13:08
멋지다 이거 읽고 괜히 눈물 나네요 진짜 멋지다.. 최고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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