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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색경고(赤色警告) 001

미리별 |2005.03.16 19:45
조회 410 |추천 0

 

 

 

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어둠이 어두컴컴 내리깔린 집으로 가는 스산한 골목길도

이제는 어느정도 몸에 베어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 눈은 여전히 무서웠다.

주위는 온통 앞이 안 보일정도로 캄캄한데 번뜩이는 고양이의 눈이야말로 참된 공포였다.

 

 

“…으.”

 

 

입으로 터져나오는 공포의 신음을 간신히 집어 삼키나 했더니

이내 입밖으로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오늘따라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건지…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공포가 고조되면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하였다.

지금 그녀가 딱 그짝이었다.

분명 골목길엔 아무도 없이 혼자뿐인데 누군가가 뒤따라오는 듯한 불안감이 온몸을 매섭게 뒤덮었다.

하지만 점점 집으로 가까워져옴으로써 최고조에 달하던 긴장감

역시 슬슬 하나둘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급하고, 다급했던 걸음은 점차 제속도를 찾고 있었고,

긴장감에 바짝 감돌던 얼굴도 점점 제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윽!”

 

 

이제 집앞을 채 1미터도 남겨놓지 않은 거리에서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긴장감을 바짝 세우고 종종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차에,

두사람 들어가기엔 조금은 비좁아 보이는 골목안에서 예고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손이 그녀의 손목을 강한 힘으로 휘어잡고 골목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녀는 너무나도 갑작스런 일에 아무런 행동도, 말도 못하고

그저 눈을 커다랗게만 뜨곤 그 골목안에서 불쑥 튀어나온 나온 손에

이끌려 골목안으로 쓱 자취를 감추었다.


그녀가 잠시 후 두려움에 질끈 감았던 두 눈을 떳을때에는

이미 몸을 까닥할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으으….”


“………”

 

 

그녀의 손목을 움켜쥔 손은 아까전보다 좀 더 강한 힘으로

그녀를 벽으로 몰아부친 후였다.


바로 코 앞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에 그녀는 당황한듯

숨 조차 커다랗게 쉬이 내쉬지 못하고,

눈만 말똥말똥 뜨곤 지금 이 순간이 그냥 잠시, 그냥 한낱 꿈이길 바랄 뿐이였다.


몇분으론 넘쳐나고, 몇초로는 부족한 그 시간동안 그에 숨소리만 그녀의 코끝으로 느껴져왔고,

그 좁은 골목길에선 분명 두 사람이 있음에도 아무런 기척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아주 옅고 옅은 숨소리만 잔잔히 허공을 울렸다.

 

 

“…네가 김한경이냐?”

 

 

일분도 되지 않았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소 느끼기엔 한시간 정도의

가느다랗고 위태로운 침묵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입술을 열었다.


한경의 손목을 압박하는 힘을 청각으로 느낄수 있는

낮은 보이스의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한경에겐 그 목소리는 그저 공포를 일러오는 목소리일뿐이었다.


그는 한경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손목을 쥐고있던 힘을 좀 더 가했다.

그러자 한경은 급하게 공포어린 눈으로 고개를 두어번 재빠르게 끄덕였다.

 

 

“그럼 네가 내 동생 보기좋게 거절한 년이냐?”

 

 

한경의 급한 고개짓이 끝나자마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고요하고 아무런 느낌이 없어보이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분명 화가 충분히 날대로 난듯한 고요속 분노의 뉘앙스를 풍겼다.


그의 말에 한경은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쳐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이 깔려 그런지 자세한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희미하게나마 이쪽으로 쏟아내려오는 가로등 불빛에 의해

그가 야구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무……슨…말씀이세요?”


“기억을 못하는 거냐, 아님 시치미를 떼는거냐?”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한경은 얼른 고개를

다시 바닥에 박으며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한경의 물음에 그는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바닥으로 점점 숙여지는 한경의 턱을 남은 한 손으로 쥐어잡아 올렸다.

 

 

“…으으.”


“모른다면 내가 천천히 설명해줘야 겠지. 모르고 당하면 좀 억울할테니까.”

 

 

한경은 턱으로부터 느껴져오는 고통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그는 그것따윈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여전 자조적인 웃음을 잃지 않고

하나하나 말을 내뱉어내려는 듯 짐짓 준비를 했다.


뭐 준비래봤자,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한경이 듣기엔 괴기한 소리와 함께 침을 뱉는 것이였다.

 

 

“어제 내 동생새끼가 존나 울면서 들어오는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왜 남자답지 못하게 질질 쳐우냐고, 그랬더니 그 걔가 나한테 하는 말이

오늘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고백을 했는데 차였대. 참 뭐같지 않냐?”

 

 

한경은 그의 말 따윈 들리지 않았다.

말을 하나하나 내뱉을때마다 손에 힘을 쥐는 그의 손아귀 힘에

한경은 지금 턱으로부터 오는 고통만 느껴질뿐 다른건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는 한경을 웃는얼굴로, 자조적이지만 입가에

잔뜩 웃음을 머금고 한경을 같잖다는 듯 내리깔아보았다.

 

 

“기대해라. 내 동생 차버린 여자인데 답례는 톡톡히 해줘야지.”


“으으….”

 

 

한경은 이젠 눈물이 눈 앞을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힘도 힘이지만, 무슨말인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섬뜩하게 공포를 자아내며 귓전을 울리는 목소리도 그 한 몫을 단단하게 해내었다.


다시 한번 손에 힘을 준 그로 인해 한경은 신음소리를 토해내었다.

 

 

“잔인하게 답례해줄께. 니가 이 세상따윈 살기 싫다는 말과 함께 내 다리 물고늘어지게끔.

그리고 또 잔인하게 사랑해줄께. 이 세상 사랑따윈 절대 필요없다고 소리치게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볍게 먼지 떨궈내듯 한경을 바닥으로 내팽겨쳤고,

한경은 그의 힘에 아무런 저항없이 바닥으로 내쳐졌다.

지금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처럼 아무생각이 나질 않았고,

그저 점점 멀어져가는 검은 그의 뒷모습이 한경의 눈 앞을 메웠다.

 

검은 미소, 검은 뒷모습, 검은 그림자, 검은 속마음

그는 도저히 정화할수 없는 검은 색이였다.

아무리 하이얀 흰색을 더한다해도 탁한 회색밖에 되질 않는

그는 돌이킬수 없는 검은 색이었다.

 

 

 

미리별 (d_dmino_o@hanmail.net)

비오는날의고양이 (cafe.daum.net/rainN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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