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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의 모든 것이 싫습니다.... 너무 싫습니다.

허접공대생 |2005.03.18 12:06
조회 988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의 지방에 소재한 국립대학 공대생입니다.

 

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컴플렉스의 소유자입니다.

이 컴플렉스 때문에 자살까지 하려한.... 바보 같은 사람이죠.

누가 들으면 욕을 실컨 할 수 도 있겠죠... 배가 불렀다는 둥 말이죠....

 

우선 컴플렉스에 대해 말하자면

저의 어린시적은 공포와 압박과 불안의 연속이었습니다.

말로 하자면 끝이 없기에

간단히 말하자면 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과 폭언...

그리고 어머니의 무관심속에서 유년기를 보냈고요....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하죠....)

맘 편하게 살아본 적도, 잘 먹어본적도 없습니다. 잘 자본적도 없습니다.

키도 안크더군요....

 

집이 지독하게 가난한 탓에 이사도 자주했고 전학도 자주해서

이사도 이사지만 저는 초등학교를 3곳이나 다녔습니다.

학창시절도 정상적이 아니었죠.

 

성격은 이미 내성적이고 조용해졌습니다.

이런 성격은 대인관계에 큰 컴플렉스가 되었습니다.

 

제가  중3이 될때....

아버지의 주사와 폭언폭행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저의 몸과 마음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고등학교...

아버지는 실업계 가면 졸업 후 바로 돈을 벌 수 있다며 공고를 가라고 했습니다.

저에겐 아무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때는 시키는 데로 할 수 밖에 없었죠.

 

제가 원해서 간곳은 아니었지만....

그곳에 가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아니... 열심히 한게 아니라..

교우관계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학생이 할게 뭐가 있겠습니까?

공부라도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나름대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수능도 치고

지방의 4년제 사립대학을 갈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난 뒤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대학 진학을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형이 있는데.. 형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우리 형도 불쌍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집에서 형만큼은 팍팍 밀어주더군요....

 

그런데.. 전 아니었습니다.

안된다더군요.

대학이 뭐가 중요하냐며 일을 하러 가라고 욕 정말 많이 얻어 먹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대학을 가고 싶다고 울고 불고 그랬는데..

결국 결론은....

제가 직장을 가져서 벌어서 가라는 것과

공납금이 저렴한 국립대를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98년도면 IMF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국립대로 다 몰리는 시기였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어 본적은...

없었죠....

 

공장 생산직에 나갔습니다.

대학을 꼭 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미친듯이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4년제 사립 대학의 공대 야간 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입학금과 공납금은 합쳐서 너무도 큰 돈이었습니다.

 

모아놓은것은 다 바닥나고

학교를 다니기 위해 모든것을 다 아껴야 했습니다.

몸이 혹사되도... 잠을 잘때 온몸에 쥐가 나고 수업을 들을때 꾸벅 꾸벅 졸고..

돈아낀다고 책값 밥값도 아끼고.... 공학용계산기도 중고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지금 생각해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신없고 바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감당하기 힘이 들어... 1학년 2학기 휴학을 하고

돈에 한이 맺혀... 군대도 하사관으로 가서 벌었구요...

4년 4개월 복무후... 공납금과 생활비를 벌어왔습니다....

전역한 그날....

 

전 그 모든것에 대한 압박으로 해방되었습니다.

이제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일을 할 필요도.....

돈 안낀다고 굶고 다닐 이유도....

돈이 비싸 전공서적도 못사고...

아버지의 술주정... 폭력과 폭언도 사라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그 옛날 제가 진학하고 싶었던

인근 국립대학 편입학 전형에도 합격했고...

날 괴롭히던 모든 것들은 한순간의 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 보니..

그 전에는 미쳐 생각할 겨를 도 없던 저의 컴플렉스들이

외모, 작은 키, 대인관계, 별로 안좋은 몸상태, 병든 정신 등.....

저를 괴롭히기 시작하더군요....

인생 무상의 허무함과 우울함이 몰려왔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배고프고 서러울때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을 쳤었는데.....

 

사실.. 편입학 전형에 합격하기전.....

1학년 2학기 부터 2학년 2학기까지... 전 살아있는 송장이었습니다.

숨을 쉬고 움직이고는 있지만 사는 사는게 아니었죠.....

사실... 이렇게 살바에는 죽어버리는게 낳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제가 죽는다고 슬퍼할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어떻게 마감을 하는게 아름다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하철 혹은 버스에 몸을 던진다던지..

높은곳 혹은 옥상에서 투신..

혹은 바다에 들어간다던지....

목을 멘다던지...

그런데.. 죽더라도 너무 추하게 죽는건 싫었습니다.

수면제나, 과로 과음사 이런게 조금 아름답게 죽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곰곰히 하고 있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편입학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경쟁률이 워낙 높아 붙을거라 꿈에도 생각도 못했었는데....

어떻든 그 합격이 저의 생명을 연장 시킬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합격자 예비 소집일.

같이 합격해서 들어온 한 여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

그녀는 회계학과에서 학사편입으로 들어왔고 저는 일반편입으로 들어왔었죠.

 

여자가 공대에... 더군다나 회계학과 출신이 공대에 들어왔다는건 대단한 일이었죠.

아무튼... 그녀는 어설픈 공대 여자가 되었습니다...

 

같은 편입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를 알게 되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또 저를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편입생활... 해보신 분은 알지만.. 상당히 서럽습니다....

기존 현역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도 여러모로 불편한점이 많은데.....

저는 대인관계가 잘 안되니.... 괴로울 수 밖에요....

 

그녀랑 밥도 같이 먹고 그럽니다...

물론 저야 좋지만... 그녀에게는 상당히 안좋은 일입니다....

그녀가 아직 어설픈 공대 여자이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저랑 친하게 지낸다는건 기존 학생들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자기가 여자란 것을 잊고 여기저기 끼어서 밥도 같이 먹고....

학생회 간부하고도 어울리고 대인관계도 넓혀가면 좋을 텐데...

 

저랑 같이 다니니 폐쇄적으로 변할 수 밖에요.

물론 기존학생들이 그녀에게 참 잘대해줍니다. 같이 밥 먹자 하기도 하고

독서실 좌석, 사물함, 여러가지로 배려를 상당히 해주더군요.

 

저와 그녀는 친구나 애인같은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그냥 편입 동기 같은 관계죠.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그녀를 모른척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후회가 밀려 옵니다.

엠티날... 제가 엠티를 가지 않는다 하니까.....

그녀도 안갈려 하더군요.

사람을 사귀어야 하니 반드시 가라 했습니다.

저는 산업기사 실기 준비를 핑계로.. (핑계 될게 없으니 말이죠...)

못간다구.. 너는 꼭 가서 좋은 사람 많이 사귀라구요....

 

요즘 일부러 그녀를 피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저의 최선책 이니까요....

그녀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는 학생회 그룹과 친하게 지내게 하려구 말이죠...

(제가 가끔 같이 밥을 못먹어주면 그녀를 그쪽 그룹에서 챙겨주더군요.)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 인생 무상에 대한 허무로 살았왔습니다만....

최근 저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소 웃기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1년만 더 살아보자는....

내 자신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자는 것이죠.....

내가 나에게 기회를 준다....? 재미있는 발상이죠...

 

올해 27살....

지금도 저의 열악한 모든 것이 싫지만....

조금 더 살아 볼 용기를 가져 봅니다...

 

답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말 못할.... 제 속마음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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