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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그 남자 - (16) 그에게 필요한 사람(2)

아랑 |2005.03.24 18:08
조회 1,549 |추천 0

앞집 그 남자 (16) 그에게 필요한 사람(2)

 

 

 

 

어젯밤 자동차 극장에서 고백을 해서 그런지 아침에 자신을 출근시켜 주겠다던 주엽을 볼 수 없어 그가 오기전 아침도 먹지 않고 부랴 부랴 대문을 나섰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을 먼저 눈치챈 주엽이 유유히 열쇠를 흔들며,  그녀의 집앞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  "

 

"뭐가 아?  야!   아침 인사로 너무 짧은거 아냐?  이왕 짧게 하려면 여기다 뽀뽀나 해주던지!!"

 

아침부터 그녀의 볼을 붉게 만드는 주엽은 그녀가 멍하게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게 서있자 그녀를 자신의 차에 태웠다.  여전히 그녀쪽 안전벨는 그의 손에서 잠금이 되었다.

 

찰칵.

 

경쾌한 안전벨트의 잠김 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돌아 오게 했다.

 

"아침일찍 뭐하는 거예요?"

 

그녀의 시계는 6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런 넌........  왜 도망가려는 것 처럼 보이지?"

 

히죽 웃으며, 그가 차를 출발 시켰다. 갑자기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는 주엽의 차가 도로를 유유자적하게 움직였다. 마치 도로는 주엽을 위해 차선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한산했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는 기분으로 그는 즐겁게 운전에 몰두 했다.

 

"나,  그러니까 흠..  저   "

 

"말해."

 

또 다시 히죽 웃으며 그가 그녀의 당황하면 더듬거리는 말버릇을 끊었다.

 

"난 도망가려든게 아니라구요.  아침 일찍 현장에 가봐야 해서 단지 그것 뿐이라구요."

 

절대 변명하려던게 아닌데 왠지 히죽히죽 웃는 주엽을 보니 자꾸만 자신이 큰 잘못을 해서 용서를 비는 초등학생처럼 느껴 졌다.

 

"젠장..  그래요.  도망은 아니구,  그냥 당신 얼굴 보기 좀 그래서  다른때 보다 조금 일찍 출근 하려 했던 거라구요."

 

속시원히 말하고 나니 그가 더 크게 웃어 버렸다.

 

"하하하하  누가 뭐래?  그러게 왜 도망  아니 일찍 출근하라 그랬냐?  덕분에 난 꼭두새벽부터 네방에 켜진 불빛보고 서둘러 준비하느라 밥도 못먹었다구."

 

주엽은 운전에 열중하면서 그녀를 향해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듯 계속 웃어 댔다.

 

"몰라요.  그  그러게 누가 기다리래요?  일찍 갔나 부다 생각하지... 뭐하러."

 

"너니까..  너니까 그러고 싶다고,  딴놈들보다 내가 더 너 좋아 하니까..."

 

딴놈들 다른 사람 그러니까 남자들이 언제부터 그에게 딴놈들이 된건지..  풋 ..  그의 말에 그녀의 기분이 덩달아 좋아 졌다.

 

"어...어?  나 농담 아닌데...  난 평생 너하고만 이렇게 하고 싶다고,"

 

그는 어느새 그녀의 회사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쪽 소리나게  맞추고는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수연아,  이따가  몇시에 데리려 올까? "

 

"아뇨,  오늘은 현장에서 퇴근할꺼에요."

 

주엽이 시계를 들여다 보며,  그녀에게 현장으로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어?  오지 마요.  "

 

"왜?"

 

그가 삐딱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냥,  오늘 CCJ라고 큰화사 리모델링 해주러 가야 하는데 첫 시공이라서 좀 오래 걸려요.  그리고  주엽씨도 볼일 봐야 하잖아요.  은미씨랑..."

 

은미의 이름을 거론할때마다 수연의 위장은 뒤틀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녀를  적으로 대할수 없다는걸 알기에 그녀는 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야 했다.

 

"은미씨 말야 신경 쓰지마.  그냥 일때문에."

 

"알아요.  나도.  하하하  아침이라 그런지 좀 춥네요.  어서 차에 타요.  나도 들어가게 참,  그리고 우리집에서 아침 먹어요.  아마 지금 가면 엄마가 무척 좋아 하시겠다 그쵸?"

 

그녀는 손을 흔들며 주엽에게서 돌아서 회사로 빠르게 들어 왔다.  주엽은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때 까지 회사 정문에 있다가 그녀가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자 이네 차를 출발시켰다.

 

 

수연은 그의 차가 출발 하는걸 지켜보며,  씁씁한 기분을 떨쳐 내야 했다.  은미와 같이 일을 한다는 사실이 왠지 꺼림직하게 느껴 졌기 때문이다.  12층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 가면서도 마음을 추스리기에 바빴다. 

 

"어이,  좋은 아침 오대리."

 

평소보다 일찍 나온 김부장이 그녀를 반겼다.  그러고 보니 7시 20분에 김부장이 출근한건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네.  김부장님도 일찍 나오셨네요?"

 

"어.. 오늘 CCJ실무자와  상의 할께 있어서 말이야.  어제 그쪽에서 약간 수정해야 하는 게 있다면서 오늘 일찍 보자고 하더라고,  아마 지금쯤 올때가 됐는데....."

 

"실례합니다."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들에게 다가 왔다.  유재황  그가 기분나쁜 미소를 가득 담고 그녀와 김부장이 있는 곳으로 다가 왔다.

 

"CCJ 유재황 입니다."

 

명함과 함께 김부장과 악수를 하는 그는 더할 나이 없이 여유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를 향해 돌아 서는 그는 섬뜩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아침 일찍 출근 하는군.."

 

"그러는 당신 아니 재황씨도 너무 일찍 온거 아닌가요?"

 

재황은 그녀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김부장이 권하는 회의실로 들어가면서 뒤따라 들어온 그녀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는 너처럼 한가하지 않거든...."

 

"자자...  두분다 잘아는 사이라고 했으니까..  우선 차나한잔."

 

"네,  오대리님이 타주는 커피를 먹어볼수 있는지..."

 

그는 일부러 그녀를 골탕 먹이려고,  그녀의 회사로 찾아 온게 틀림없다.

 

"그러죠."

 

그녀는 일부러 최대한 뜨겁게 커피를 타서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음....  감정 제대로 실렸군.  좋아   아주 좋아 나도 바라던 바니까......"

 

김부장이 잠시 자릴 비운사이 뜨거운 커피를 목으로 넘기며, 그가 그녀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이봐요.  유재황씨 당신이 나한테 어떤 안좋은 감정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여긴 회사라구요.  그것도 엄연한 내 일터라구요. 무례한 행동은 삼가하시죠."

 

 

그녀도 지지않고 응수 했다.

 

 

"무례한 행동?  하~  하하하하  "

 

김부장이 회의실로 들어오다 말고, 재황의 웃음에 머뭇거리며 말을 했다.

 

"지금 바로  CCJ리모델링 현장으로 가보시겠습니까?"

 

"네,  오대리님이 같이 동행하신다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재황은 오전11시경 5분타임의 쇼준비를 위해 회사로 어차피 들어 가야 했다. 그의 말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김부장이 시키는 데로 해야 하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면과 각종 자료가 입력된 노트북을 들고 그녀가 앞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 갔다.  그는 유유히 그녀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여전하군.  여전해."

 

".......... 쓸데없는 말 삼가하시죠."

 

엘리베이터 앞만 주시하면서 그녀가 그의 말을 잘랐다.

 

"어제 내가 말했지?  내 눈에 띄이면 그 다음은 책임 못진다고?"

 

소름끼칠정도로 낮게 웅얼 거리는 그의 말을 그녀는 일부러 못들은척 했다.  음산한 그의 분위기가 그녀를 위축시켰지만, 결코 내색하기 싫었다.

 

 

그의 행동 하나 하나에  신경을 곤두 세울수 없기에 그와 같이 그의차에 타면서도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되려 했다.

 

"그만좀 하지 그래?"

 

"네?"

 

그의 말에 화들짝 놀라 소릴 지르듯 말이 나와 버렸다.

 

"다른 남자랑 있을때  그렇게 있지 않으면서 왜 나랑 있으면 그렇게 기분 나쁘게 굴지?  혹시  내가 너한테 이러지 않아서 그러는 건 아닐테고 말야."

 

그는 그녀가 다르게 대처할 수 없도록 그녀의 몸을 덮쳐서  빠르게 입술을 부벼왔다.  그녀는  재황의 말도 안돼는 태도에 화가나 공수도의 실력으로 그의 발을 밟아 주었다.

 

"큭.....  하하하하   진짜 여전하군......  훗."

 

그는 그녀의 발길질에 놀라거나 당황해 하지 않고, 이내 평정을 찾은 것처럼 운전에 열중했다. 두사람 CCJ호쇼핑 본관에 도착해서 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앞만 보면서 왔다.

 

"내리지.."

 

CCJ 홈쇼핑 앞에 그의 차가 서기 무섭게 그가 그녀에게 내리라고 했다. 그녀는 기분 나빠 하며 그를 처다보았다.

 

"왜?  나도 너의 그 남자처럼 문을 열어 줘야 하나?"

 

그는 도데체 뭘 보았길래 오랜 만에 본 그녀에게 이토록 이를 앙다물고 악담을 하는지 몰랐다.

 

"필요 없어요."

 

그녀는 그의 말에 일일이 대꾸하기 싫어 냉큼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가 뭐라 그러든 CCJ 홈쇼핑 공사 장으로 향했다.  재황은 앞서 가는 그녀를 바라 보며,  담배를 피웠다.

 

 

.

.

.

 

1년전  그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분명히 자신을 좋아하는것 같았기에 많은 여자들처럼 대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도 그에게 마음을 열어 주었다. 처음엔 다 친구로 대하던 여자들이 재황의 멋진 매너앞에서 다들 그가 연인이 되어 줄것을 바랬다.  하지만 자신의 착각은 그녀에게는 안통했다.

 

재황의  눈에 유난히 이쁜 천사처럼 보이던 수연에게 프로포즈랍시고 키스를 했던 그날밤 그녀에게 (공수도 실력이 상당함) 얻어 맞고,  그녀에게 차이기 까지 했다.

 

그날 후로 그는 여자들을 쉽게 믿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전 CCJ  기업의 조카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서 그는 막강한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을수 있었다.  당연히 수연이 일하는 건설회사에 입김을 넣어 그녀를 자신앞에 보내달라고 했다. JJC 홈쇼핑 리모델링건으로  물론 그의 수작에 불과하지만,  결코 그녀는 모를 것이다.

 

1년전 참담하게 그녀를 잊었다고 생각한 재황은 그녀가 다른 남자랑 다정하게 그것도 키스까지 하는 것을 보고 꼭지가 돌아 미치는줄 알았다.  CCJ기업의 조카와 사귀기는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1년전 차인 수연에게 가 있는걸 알고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분노했었다.

 

"오수연  니가 나한테 한것 처럼 내가 너한테 할꺼다 꼭...  "

 

 

정오가 다되도록 재황은 다행이도 모습을 들어 내지 않았다.  아마도 방송일 때문에 바쁜 모양이였다.  리모델링 작업에 열중하던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띠룽~

 

[수연씨 저좀 볼까요?]

 

메세지 란에 하은미라고 찍혀 있었다.

 

"여보세요?"

 

수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끄러운 기계  소음에 못이겨 밖으로 나와 전화를 했다.

 

"네.  수연씨  저 지금 CCJ 홈쇼핑 건너편에 제제하우스 라는 커피숍에 있어요."

 

은미는 수연의 대답도 들어 보지 않고 멋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요즘 사라들 전화 예의 너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기요."

 

수연이 들어서자 마자 은미가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정오라 그런지 카페안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왜 보자고 했죠?"

 

시원한 음료수를 두잔 주문한 두사람 앞에  음료를 놓아 두고 사라지는 웨이터의 모습을 바라보며 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급하시군요,  다름이 아니라  주엽씨 때문에 보자고 했어요."

 

"네?  주엽씨한테 무슨일 있나요?"

 

갑작스럽게 찾아와 주엽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 수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느낌을 받았다.

 

"호호  아니요.  이제부터 별일이 생길것 같아서요."

 

"네?  그게 무슨?"

 

"주엽씨 오늘 부터 제가 메니저 하기로 한거 아시죠?"

 

은미의 물음에 고개만 끄덕였다.

 

"주엽씨  음반 작업 하면서 앞으로 유명해 질꺼예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직 주엽씨 나이가 젊으니까  20~30대 층에서  반응이 좋을거구요."

 

"그래서요?"

 

"음...  기분나쁘라고 하는말 아닌데요..  주엽씨 한테 당분간 전화나 연락 그리고 만나거나 하는거 없었음 해서요. 아무래도 여자는 저 빼고, 주엽씨 한테 당분간 무리라서.."

 

철렁!!!!!!!!!!

 

은미의 말이 그녀의 가슴을 옥죄어 왔다.  기대이상의 실망감이 그녀를 아프게 했다.

 

"하하  그게 잘 될지 모르겠네요.  우린 서로 앞집에 살거든요."

 

수연도 은미에게 지지않고 말해 버렸다.

 

'이제 지가 어떻할꺼야..   한집은 아니지만 앞집산다는데..  그래도 못보게 할꺼야???  엉?'

 

그녀의  생각만큼 은미는 요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보며 웃기까지 한다.

 

"그거야 당분간 오피스텔에서 지내면되고요.  그럼 수연씨도 주엽씨 도와 주는거에 승낙하는거죠?"

 

얄미운 미소로 수연의 동의를 구하는 은미를 그녀는 멍하게 바라 보아야 했다. 결국 고개를 주억이며,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힘없이 커피숍을 나와야 했다.

 

"저 그리고 주엽씨는  우리가 만나서 한 이야기 모르는게 좋겠는데...  설마 주엽씨 한테 말하거나 하는거 아니겠죠?"

 

 

하늘을 바라보며, 은미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하늘이 무색할 정도록 맑아 있었다.  오랜 만에 올려다본 하늘 탓인지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흐.  뭐냐?  오수연  너  왜 말못했어.  주엽씨는 그런거 상관없다고,   너도 그렇고...  흐흐흑..."

 

 

앞으로 그와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 아니  만들지 말아야 할것 같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 멋대로 나오는 눈물을 그대로 흘려 버렸다.

 

 

지금 이순간 그에게 너무도 필요한건 내가 아니라 하은미가 분명하니까......

 

그녀에게 당분간 마껴놓는 거니까............

 

그런데 왜 자꾸만 눈물이 그녀의 허락 없이 차오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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