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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뒤지시는 어머니

김경호 |2005.04.13 13:30
조회 69,828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의경으로 대전에서 군복무 중입니다.

이번 달만 해도 벌써 3번째 외박을 나옵니다.
3박 4일 특박, 4박 5일 정기외박, 또 2박 3일 특박.....

이번 외박에는 집에서 그냥 푹쉬다가 들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집에서 짐정리하고, 인터넷이나 글적글적 거리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 모습에 어머니가 의아해 하면서 물으시더군요.
"경호야 이번에는 나가서 안놀아? 왜 집에만 있어?" 라고 말이죠.
그도 그럴것이 외박 나오면 매일 같이 친구들이니, 선배들이니 후배니하면서 새벽까지 놀다들어 오던 녀석이 꼼짝않고 집에만 있으니 이상도 하겠지요.
저는 그냥 "돈도 없기도하고 그냥 우리 어머니랑 함께 시간 보낼려고요. 왜 어머니 나 있으니깐 싫어요?" 그랬습니다.

새벽 쯤 자고 있는데 기척소리 잠시 깨어났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제 가방을 부시럭 부시럭 뒤지고 있길래 뭐 찾는가보다 싶어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라면이나 사먹을 생각에 지갑을 열어 보았더니 빳빳한 만원짜리 세장이 들어있더군요. 분명히 제 지갑에는 대전에서 차비를 하고 남은 천원짜리 몇장 밖에 없을텐데.....
'아차!' 어제 저녁에 어머니가 넣어 놓셨구나....
이제 알았습니다. 외박나오고 휴가 나올때 이상하게 지갑에 돈이 더 있었던것 같은 이유를....
아마도 어제 "돈도 없기도하고..."라는 말이 못내 어머니 마음에 걸리셨던가 봅니다.
잔주름 하나없이 지갑에 넣어 있는 만원짜리를 보니 왠지 가슴이 저밀어 옵니다.
어제 아무 의미 없이 한 말에 후회가 됩니다. 그냥 저는 집에서 쉴려고 했을 뿐인데....
다음날 저녁에 어머니가 저녁을 차리고 있는 동안 어머니 지갑에 다시 돈을 넣어 드릴려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지갑에는 천원짜리 두장만 덩그라니 있더군요. 가슴이 매어 왔습니다.
내 주변 친구들 다 졸업해 직장다니면서 오히려 부모님들께 용돈을 드리고 하는데 이 못난 자식 놈은 이렇듯 이 나이까지 어머니께 용돈을 받고 있으니 말이죠.
우리 어머니 아들녀석 자존심 떨어질까 직접 주기도 않고 몰래 지갑에 넣고 가셨던 모양입니다.
자신은 달랑 2천원을 들고 다니면서도......

3만원을 다시금 지갑에 넣으려 할때 쯤 밥먹으라며 저를 찾더군요.
지갑을 만지고 있는 저를 보며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저는 "어머니 저 통장에 돈 있어요. 그냥 귀찮아서 안 뽑은건데.."
어머니는 "남자는 어딜 다니든 집에만 있던 지갑에 어느정도 돈이 있어야 자신감도 생기고 그래...그러니 가져가"라며 "나중에 졸업해서 직장다니고 하면 그 곱절로 갚아 알았지?"라고 말하시고는 후다닥 지갑에 넣은 3만원을 꺼내어 다시 제 지갑에 넣고는 밥먹으라며 저를 떠밀며 식탁으로 가십니다.그

그날 저녁 이 3만원이 그 어떤 돈보다 소중히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돈이 너무 지저분하다 지저분하다 해도 이 돈은 정말 아름다운 돈이었습니다.
정말 쓰기가 아까워 책속에 넣어 놓고는 잠을 잤습니다.

오늘 아침이 되어 일어나 눈을 떠보니 집에 아무도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일나가신 것 같습니다.
다시금 지갑에는 원래 가지고 있던 천원짜리 몇장과 또 다시 들어 있는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한장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 비상금인 모양입니다. 어제 또 제방에 들어와 지갑을 뒤지시고는 3만원을 다 쓴줄 알고 또 넣어 논 모양입니다.
눈망울에는 벌써 물이 잔득 고인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죄송합니다.
이 돈이야.. 나중에 벌어 어떻게 갚으면 되지만 어머니께서 주신 사랑을 다 갚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죄송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저를 위해 애쓰시고, 누구보다 더 저를 사랑하실 것을 알기에... 당신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어 머 니

 

 

http://www.cyworld.com/FRW <-좋은글도 몇개 있고, 어머니 사진도 있으니 구경들 하세요. ^^

 

  남편의 출근길 인사 '에잇X! 에잇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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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닉네임|2005.04.14 09:50
왜 나는 눈물이 나는거야... 이 글을 읽으니 난 정말 못된 딸이구나라는 생각밖에...... 부모님께 잘해드려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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