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괴레메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게, 여행자라곤 그 호텔에 나 하나밖에 없어
다른 호텔 손님들고 함쳐서도 투어가 이루어 질 지 안될지 몰라 호텔에다 점심 싸
달라고 부탁해 가방에 넣고 혼자 겁도 없이 밸리로 들어 갔는데, 하필이면 내가 들어선
길이 멍청한 관광객들이 한번씩 길 잃고 헤메다가 터키 농부들에게 돈 주고 구조 되는
바로 그곳이었다…. 허긴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괴레메는 화산작용과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진 기괴한 사암으로 이루어진 멋진 밸리들이
많은데, 옛날기독교가 탄압 받던 시대엔 기독교인들이 무른 사암기둥에 구멍을 뚫고 집을
만들어 살았다고 하고, 이후엔 사람들이 비료를 얻기 위해 사암에 비둘기 집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밸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면 거대한 사암 기둥이 앞을 가로막고
서는데, 섣불리 기어 오르다간 나처럼 손이며 팔이며 다 까지게 된다… 거기서 포기 하고
돌아 오는 것 도 만만찮은게, 죄다 그 기둥이 그 기둥처럼 생겨 어느 길로 왔었는지….
거의 미로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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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우연히 어떤 떠돌이 개가 날 보더니 내 가방에 애처롭게 매달리는데, 아마도 내 도시락
냄새를 맡았나 싶어 하나를 꺼내 조금 잘라 주니까 이 녀석, 앞으로 뛰어 가더니 갈림길이 나올 때
마다 앉아서 날 기다려 준다.
난 첨에 안내견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 녀석은 그냥 떠돌이 개여서 관광객들이 주는 음식으로
연명하고 산단다. 덕분에 좀 덜 헤메고 가긴 했는데, 정상에 가까울수록 사암이 너무 미끄럽고
내가 택한 길이 무지 위험한 코스여서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올라가냐?” 하고 묻고는
이리 저리 헤메다가 기냥 내려 왔다. 내려올 때 잠깐 내가 한눈을 팔다 멍멍이를 노쳤는데, 그때는
어떻게 길을 찾았냐 하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따라 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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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터키엔 쓰레기가 길거리게 꽤 방치 되 있는데, 쓰레기 천지 까지는 아니고…. 솔직히,
길가에 마구 굴러 댕기는 애들은 내가 좀 집어서 쓰레기통에 넣고 싶은데, 요즘 불량주부에 나오는
유민 취급 받을까봐 꾸욱 참았다…
여기까진 기특한 멍멍이들 얘기고, 난 무서운 멍멍이들 덕분에 도우베야짓에서 아주 즐거운
모험을 하게 됬다.
많은 사람들이 무시무시 하다고 하는 동부엔 쿠르드인들의 마을인 도우베야짓이란 작은 도시가
있다. 이 작은 도시가 유명한 이유는 아름다운 이삭퍄샤 궁전과, 노아의 방주가 발견 됐다는
(그러나 누구도 확실한 건 모름) 아라랏 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 도우베야짓은 거의 해발 2500m 인가? 3000m 인가? 고 지대에 있는 마을인데, 내 주제에
아라랏 산 등정은 꿈도 못 꾸고… 이 아라랏 산을 등반 하려면 자격증 있는 산악인의 인솔을
받아 장비를 갖추고 떠나야 할 만큼 험한 길 인데, 가끔 겁 없이 장비도 안 갖추고 올라가다
조난 당하는 관광객 들이 있다고 들었다…
넘 멀기도 하고 가기 어렵긴 하지만 이삭퍄샤 하나만 봐도 그 먼 도우베야짓까지 간 보람이
있을 정도라고 해서 열씨미 가긴 했는데, 여기에 가장 큰 복병이 바로 “들개”님들 되신다.
산 중턱에 걸려 있는 이삭파샤 궁전을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과 택시를 타는 방법,
걸어 올라가는 방법이 있는데, 버스는 일주일에 한 3-4번 있다나 ? 거의 시간 맞추기 불가능
하겠지 ? 택시는 여러 명이 같이 한대를 타고 올라가면 그리 비싼 건 아니지만, 그날 그 시간에
이삭파샤 가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이니 할 수 없이 함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삭퍄샤까지는 굽이진 길을 걸어 40-50분 정도 올라가면 되는데, 왜 다들 택시를 타고
올라 갈까 ? 걷기 싫어서 ? 땡 ! 바로 들개와 양치기 개 들 때문이다. 어떤 아가씨가
이삭파샤를 걸어 올라갈 때 “꼭” 필요한 준비물을 이렇게 써 놓았다. "지도, 물, 모자, 몽둥이,
적어도 3명 이상의 일행, 그 중 하나는 반드시 남자여야 함"
이삭파샤 근방엔 쿠르드인들이 양을 많이 치는데, 양치기 개 들은 외부인이 나타나면 양들을
지키기 위해 무섭게 짖으며 공격을 해 온다. 그나마 양치기 개는 양치기가 소리 지르면 공격을
멈춘다. 그러나 들개 들은… 뭐 사람이 공격 하면 어떻게 알아듣게 말로 설득을 하거나 돈 줘서
보내면 되지만, 들개들은 말도 안 통하지, 돈 안 받지…. 정말 대책이 없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몽둥이다. 공격 하려는 개는 몽둥이로 때려야 겁을 먹고 도망 간단다. 아니면 길가에
보이는 짱돌을 사정없이 던지면 맞지 않아도 겁을 먹고 물러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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