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도시락을 까먹었다.
도시락이란 모름지기,
오전에 열심히 일을 하고 남은 시간의 재충전을 위해 먹는 것일진대,
일없이 아침부터 먹었으니 까먹었다고 할 수밖에......
새벽같이 일어나 싼 도시락,
단단히 삐-진 그는 기어코 그냥 출근해버렸다.
식탁에 앉지도 않고......
홀로 남은 도시락에서,
무언의 말들이 톡톡 쏘며 내 가슴을 후비고 귓가를 때린다.
한마디 말도 않고 간 주인 심정 왈왈 대변이라도 하듯.
오늘 완벽한 도시락 준비, 정 넘치는 식탁을 차렸것만 .....
그는 통쾌하게 내게 역습을 가한 것이다.
일전에 어느 회식자리에서,
항상 밥을 참 맛있게 먹는 모 선생님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
"性慾은 참을 수 있어도 식욕은 못 참는다...."
곁에 앉은 우리들은 수저를 놓고 똘똘 구르며 웃었다.
패전의 아픔과 감정의 골이 깊어,
무슨 욕구가 일어 밥 먹나 싶었지만,
놓고 간 도시락,
분노의 포도를 똑똑 따 먹듯이 다 비웠다.
역시 난 식욕을 못 참는가 !
실실 웃지만 소화가 잘 될 리 없다.
명치 끝이 살살 아파온다.
이토록 역습을 받고도,
든든하게 속 채운것은 뭐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닌것 같다.
승리는 누가 했던~ *^^*
어머니가 정성껏 싸 준 도시락을,
책상아래 넣어 놓고 4교시까지 지키고 있기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때.냄새는 솔솔 나고,
반찬은 뭘까 궁금해 뱃 속 친구들의 성화는 대단했고,
점심 시간은 아득하기만 하였으니,
선생님 몰래 손을 넣어 야금야금 꺼내 먹었던 그 도시락.
이는 나의 추억이고,
밴또를 향한 아스라한 추억이 있는데.... .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속을 풀어 본다.
난 胃라도 든든하지만,
굶은 사람 맘은 오죽할까 싶은 게,
좁혀졌던 마음도 슬글슬금 트이는것 같다.
차라도 한 잔 마시면 좋겠지~
찻물을 올려놓고 앉아 詩 하나 읽어보면,
** 찻물 끓이기(하정심) **
가끔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외로워지는 날엔 찻물을 끓이자
그 소리 방울방울 몸을 일으켜 솨 솨 솔바람 소리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 소리 자그락자그락 자갈길 걷는 소리
가만! 내 마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전자 속 맑은 소리들이 내 마음속 미움을 다 가져가 버렸구나
하얀 김을 내뿜으며 용서만 남겨놓고.
퇴근해 오면 어떤 얼굴을 하고 도시락 주인을 맞을까 !
그대 앞에서는 작아지고, 그대 등뒤에서 눈물 나는 여자면 될까 ?
찻물 끓는 소리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