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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고 간 도시락을 까먹으며...........

∽§ EJ §∽ |2005.04.28 12:03
조회 962 |추천 0
혼자 도시락을 까먹었다. 도시락이란 모름지기, 오전에 열심히 일을 하고 남은 시간의 재충전을 위해 먹는 것일진대, 일없이 아침부터 먹었으니 까먹었다고 할 수밖에...... 새벽같이 일어나 싼 도시락, 단단히 삐-진 그는 기어코 그냥 출근해버렸다. 식탁에 앉지도 않고...... 홀로 남은 도시락에서, 무언의 말들이 톡톡 쏘며 내 가슴을 후비고 귓가를 때린다. 한마디 말도 않고 간 주인 심정 왈왈 대변이라도 하듯. 오늘 완벽한 도시락 준비, 정 넘치는 식탁을 차렸것만 ..... 그는 통쾌하게 내게 역습을 가한 것이다. 일전에 어느 회식자리에서, 항상 밥을 참 맛있게 먹는 모 선생님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 "性慾은 참을 수 있어도 식욕은 못 참는다...." 곁에 앉은 우리들은 수저를 놓고 똘똘 구르며 웃었다. 패전의 아픔과 감정의 골이 깊어, 무슨 욕구가 일어 밥 먹나 싶었지만, 놓고 간 도시락, 분노의 포도를 똑똑 따 먹듯이 다 비웠다. 역시 난 식욕을 못 참는가 ! 실실 웃지만 소화가 잘 될 리 없다. 명치 끝이 살살 아파온다. 이토록 역습을 받고도, 든든하게 속 채운것은 뭐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닌것 같다. 승리는 누가 했던~ *^^* 어머니가 정성껏 싸 준 도시락을, 책상아래 넣어 놓고 4교시까지 지키고 있기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때.냄새는 솔솔 나고, 반찬은 뭘까 궁금해 뱃 속 친구들의 성화는 대단했고, 점심 시간은 아득하기만 하였으니, 선생님 몰래 손을 넣어 야금야금 꺼내 먹었던 그 도시락. 이는 나의 추억이고, 밴또를 향한 아스라한 추억이 있는데.... .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속을 풀어 본다. 난 胃라도 든든하지만, 굶은 사람 맘은 오죽할까 싶은 게, 좁혀졌던 마음도 슬글슬금 트이는것 같다. 차라도 한 잔 마시면 좋겠지~ 찻물을 올려놓고 앉아 詩 하나 읽어보면, ** 찻물 끓이기(하정심) ** 가끔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외로워지는 날엔 찻물을 끓이자 그 소리 방울방울 몸을 일으켜 솨 솨 솔바람 소리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 소리 자그락자그락 자갈길 걷는 소리 가만! 내 마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전자 속 맑은 소리들이 내 마음속 미움을 다 가져가 버렸구나 하얀 김을 내뿜으며 용서만 남겨놓고. 퇴근해 오면 어떤 얼굴을 하고 도시락 주인을 맞을까 ! 그대 앞에서는 작아지고, 그대 등뒤에서 눈물 나는 여자면 될까 ? 찻물 끓는 소리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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