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2)인연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신애는 기계적으로 눈을 들어올렸다. 손을 뻗어 자명종을 들어올려 시간을 확인했다. 정확히 6시 30분이었다. 초침이 12를 지나자 자명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관심을 끌려 하고 있었다. 신애는 자명종을 끄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졸리지는 않았다. 다만 기운이 빠져 일어날 수 없었을 뿐이었다. 5분간 그대로 있던 신애는 다시 일어나 출근준비를 시작했다. 2일간의 연차가 끝난 날이었다. 우현과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올 요량으로 낸 연차가 그와의 이별의 기간이 되어버렸다. 신애는 옷장을 열어 단정해 보이는 남색 유니폼을 들었다. 그녀가 근무하는 은행은 여기서 10분정도의 거리이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를 나가 횡단보도만 건너면 그녀가 근무하는 은행이기에 따로 옷을 챙기지 않는 그녀였다. 그녀는 남색 유니폼을 챙겨 입고 긴 생머리를 하나로 단정하게 묶었다. 스타킹을 신고, 대충 화장을 하면서도 신애는 자신이 나사가 하나 빠져버린 로봇 같다고 느꼈다. 우현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치 아직도 사귀고 있어서 자신이 전화를 해 주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뿐이었다. 사실 몇 번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었다. 신애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은행에 가지고 갔다가는 분명 자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우현에게 전화를 걸게 분명했다. 신애는 침대위에 놓인 핸드폰 전원을 꺼 버린 뒤 출근길에 나섰다.
“안녕하세요!”
항상 유쾌해 보이는 진아가 웃으며 그녀를 맞았다. 그녀 보다 5살 어린 한참 좋은 25살인 진아는 인상이 서글해 동생 같아 보이는 아이었다. 신애는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준 뒤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직 근무시간까지는 10분정도가 남아있었다. 신애는 자판기 커피를 두잔 뽑아 하나는 진아를 향해 건넸다.
“연차 잘 쉬셨어요?”
“그럭저럭.”
“저도 한 며칠 쉬면서 남자친구랑 여행가고 싶어요.”
며칠동안 신애가 여행 잡지를 뒤지는 것을 본 진아가 말했다. 진아는 신애가 여행을 다녀왔다고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괜히 태클을 걸 생각은 없었다. 신애는 그냥 진아가 모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으로써는 다른 사람의 관심이 썩 좋지 않을 때였다. 9시 30분 정각 은행 문을 열자마자 매일 오시는 근처 24시간 하는 김밥집 사장님이 돈이 들었을 것이 뻔한 검은색 봉지를 들고는 신애의 앞에 왔다.
“신애씨 오랜만이네. 그동안 신애씨가 없어서 얼마나 서운했다고!”
능글맞은 40대 남사장의 농담에 신애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은행 근무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방법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김밥집 사장의 농담에 진아가 옆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어? 사장님! 그럼 저는요!”
“우리 진아씨도 안보이면 보고 싶지!”
진아의 콧소리에 기분이 좋은 듯 남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남사장의 하루 입금을 시작으로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한달의 끝이여서 그런지 각종 공과금과 세금들로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간간히 신애는 무언가 허전한 듯 핸드폰을 찾았지만, 이내 단념을 했다. 어둑 저녁이 되서야 신애는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힘든 일은 아니지만, 우현으로 인한 신경 때문에 몸마저 지쳐버린 그녀였다. 하루 동안 수백, 수만 번도 그를 잊어야지 다짐했던 그녀지만, 쓸쓸히 가는 퇴근길 어딘가 우현이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신애는 침대위에 놓여있던 핸드폰 전원을 켰다. 골키퍼를 해 놓아 전화를 꺼 놓은 상태여도 전화알림이 올 것인데도 그녀의 핸드폰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래도 전화 한통 문자 한통을 기대했던 신애였다. 하지만, 역시 우현은 그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신애는 한숨을 내 쉬며 시계를 보았다. 우현이 100일 기념으로 사주었던, 그의 유일한 선물이며 마지막 선물인 벽시계가 7시를 향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지만 신애는 유니폼 차림 그대로 침대에 쓰려져 누웠다. 설핏 잠이 들었을 즈음, 날카로운 초인종 소리가 신애의 신경을 건드렸다. 딩동-딩동- 연달아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신애는 부스스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구멍 사이로 누군가의 가슴팍이 보였다. 키가 상당히 큰 사람 같았다. 신애는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세요.”
“나야. 문 열어.”
남자의 목소리였다. 남자는 당당하게 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야.’라는 지칭은 우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밖에 있는 남자는 우현이 아니었다. 우현의 신경질 적인 목소리와는 달리 현관문 밖의 남자의 목소리는 달콤한 캐러멜 향이 나는 듯 했다. 신애는 다시 말했다.
“누구신데요.”
“어? 이거 서운한데? 생명의 은인 목소리도 못 알아듣고.”
그제야 밖에 서있는 키 큰 남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신애는 아무리 한 강이지만 두 번이나 그를 집안으로 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애써 찾아온 그를 매정히 보낸다는 것도 도리에 어긋난 짓이 아닌가? 신애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 신애를 안다는 듯 한 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 열어. 그렇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 아니니깐.”
마치 자신의 속에서 나온듯한 말투였다. 신애는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조금 열자마자 한 강이 현관문을 확 잡아당기며, 자신의 집인 양 안으로 침범했다.
“잤어?”
“조금요.”
“잔돈 줘야지!”
한 강의 말에 신애는 그날 저녁 들었던 핸드백을 장롱에서 꺼내었다. 신애가 돈을 찾고 있는 동안 한 강이 의아한 듯 말했다.
“돈 많이 못 벌어?”
“먹고 쓸 정도는 벌어요.”
“근데 핸드백은 왜 그렇게 낡았어? 백만 년은 된 것 같다.”
과장된 한 강의 말이었지만, 핸드백이 낡은 것은 사실이었다. 자신이 대학 입학가고 산 것을 아직도 들고 다니는 것이니 햇수로는 10년이 된 물건이었다. 신애가 돈을 못 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애 주변의 액세서리들이 다 낡은 것은 다 우현 때문이었다. 자신의 것 보다는 우현의 것을 먼저 골랐던 신애였기에 정작 자신을 돌볼 새가 없었던 것이었다. 신애는 따로 빼 놓은 것으로 보이는 돈을 넘겨주었다.
“헤아려보세요.”
“설마 삥땅 쳤겠어.”
“그래도…….”
“뭐야? 말투가 꼭 은행원 같네!”
신애는 웃으며 말하는 한강의 말투에 입을 꼭 다물었다. 신기한 남자였다.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말하지를 않나, 자신의 직업을 유측 하나로 정확히 맞추지를 않나 신기한 남자였다. 한 강은 돈을 받아 면바지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선 신애의 침대에 앉았다. 한 강이 주머니에 마구 돈을 구겨 넣은 것을 보고 훈계의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온 신애는 애꿎은 침만 꿀꺽 삼켰다. 그 말을 하면 또다시 은행원 같다는 말을 듣을 것 같아서 애써 말을 참았다. 한참 자신의 집인양 두리번대며 이리 저리 돌아다니던 한 강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집에 가겠다며 신애의 집을 나섰다. 신애가 미처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한 강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정말 알 수 없는 남자네.”
예전의 자신 같았으면,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온다고 개념 없는 남자라 욕했을 테지만, 한 강에게 만큼은 그런 욕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신애는 온 집안에 다 켜져 있는 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집에 들어와 불도 켜지 않고 누웠던 그녀였다. 분명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한 강이 켰음에 분명했다. 심지어 화장실 불까지 켜놓은 그 남자의 정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어둠 속에 혼자 우두커니 있는 것 보다는 그래도 빛이나마 있는 곳에 누워 있는 것이 한결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신애는 침대에 다시 털썩 누웠다. 침대에 누워 주방에 있는 조그마한 이인용 탁자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미처 보지 못한 고동색 가방이 놓여있었다. 서류가방처럼 생긴 옆가방은 분명 한 강이 들어올 때 그의 어깨에 걸려있던 것이었다.
“칠칠치 못한 남자네. 아무데나 자기 물건을 놓고가고.”
신애는 지친 몸을 일으켜 그 가방을 집어 올렸다.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애는 호기심을 누르며, 판도라의 상자 같은 가방을 장롱 속에 넣었다. 신애는 대충 유니폼을 벗어 속옷만 걸친 채 잠이 들었다. 씻는 것도 귀찮을 만큼 그녀의 정신은 피폐해져 있었다. 정신이 사막 같아 몸은 거의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그렇게 지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애는 은행 창구 앞에 앉아있었다. 바쁠 시간이 지나서인지 은행 안은 한가해져있었다. 뒤에 앉은 33살 유대리가 스포츠 신문의 낱말을 맞추고 있었고, 옆에 앉은 진아는 화장을 고치며 메신저를 하고 있었다. 신애는 멍하니 창문 밖을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다들 인생이 행복하고 즐거울까? 문득 걸어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신애는 하얀 연습장에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한줄 두 줄 세줄 그렇게 하얀 연습장이 까만 볼펜의 선으로 가득 찰 때까지 자신의 일 인양 그렇게 그리고 또 그리고 있었다. 어딘가에 집중을 하고 있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한참 그렇게 집중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든 신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엔 한강이 서있었다. 처음 온 듯 그는 벙찐 표정으로 신애를 향해 걸어왔다.
“뭐야? 진짜 은행원이었어?”
“번호표 뽑아오세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한 강의 표정과 누구냐는 듯 표정으로 물어오는 진아의 표정이 부담스러워 신애는 최대한 쌀쌀 맞게 한 강에게 말했다. 그러자 한 강이 웃으며 말했다.
“이봐. 여기 있는 사람 나밖에 없어. 근데 번호표 뽑아야 해?”
“아니요! 안 뽑으셔도 되요!”
신애가 말하기도 전에 진아가 낼름 그의 말에 대답했다. 진아의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는 웃으며 신애를 향해 신분증과 도장, 그리고 100만 원짜리 수표를 건네며 말했다.
“통장 하나 만들어 줘.”
신애는 기계적으로 통장을 만들 서류를 그의 앞에 내 밀었다. 그는 옆에 놓은 볼펜으로 하나하나 종이를 적어나가더니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진짜 신기하네. 사실 그동안, 술집에서 돈 대신 내고 온 거랑, 가방 놓고온 건 내가 일부러 그런 것 맞는데 이렇게 또 만날 줄이야…….”
“...............”
“우연히 반복되면 필연인거 알아?”
“그동안의 우연은 만들어 낸 거잖아요.”
“이봐. 이번엔 정말 우연이라고!”
피식 웃으며 말하는 한 강의 중얼거림에 신애는 쌀쌀 맞은 태도로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묘하게 한 강의 말에 ‘혹시 저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럴 리 없다고 단념했다. 저런 괜찮은 사람이 진부하고, 고루한 자신에게 빠질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어 냈든 아니든 어쨌든 우연은 우연이니깐. 여기서 만든 김밥이랑 저기서 만든 김밥이랑 맛만 좋으면 된 거 아니겠어?”
어딘가 어색한 비유법이지만 그의 변명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가 건넨 신분증에는 정말 한 강이라는 이름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본명이었다. 주민등록증을 보던 신애는 주민번호에 눈이 멈추어 졌다. 어려 보이던 그는 신애와 동갑이었다. 거기에 생일까지 똑같았다. 한참 신애가 쳐다보니 진아가 힐끔 신애의 자리로 와 그의 주민등록증을 넘겨보았다. 그러더니 ‘어머.’라며 감탄사를 내 뱉었다. 미처 신애가 말리기도 전에 그녀는 한 강을 향해 말했다.
“진짜 생일이 12월 24일이예요?”
“네!”
“진짜예요?”
“네! 왜요? 뭔가 잘못 됐나요?”
“아니요. 신애언니도 그날이 생일이거든요.”
진아의 말에 신애는 멋쩍어져 열심히 통장을 만드는 척을 했다. 진아의 말에 한 강은 피식 웃으며 신애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거봐. 이래도 필연이 아니라고 우길 텐가?”
“우연이랬지, 필연이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고 몇 번을 말해야 겠어?”
한 강의 말에 신애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더 이상 말해봤자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애는 신속하고도 기계적으로 사무를 처리했다. 최대한 빨리 저 사람을 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시선이 신애의 얼굴에 맴돌자 얼굴에 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신애는 새로 만든 통장과 도장, 그리고 그의 신분증을 내밀었다.
“다 되었습니다. 손님.”
“너무 기계적이다. 왜 그런 것 있잖아. 현금지급기에서 흘러나오는 일률적인 여자 목소리. 감정 하나도 없고, 느낌 하나도 없는 그런 목소리 같아.”
신애는 부담스러웠다. 저렇게 누군가 자신에게 호의를 한껏 내보이며 관심을 두는 일 따위에는 익숙치 않았다. 어색하고, 곤욕스러웠다. 신애는 문득 유대리와 진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졌다. 저들이 자신과 앞에 서 있는 한 강과의 사이를 오해할 것 같아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색해 하는 신애의 표정을 읽었는지 한 강은 빙그레 웃으며 사라졌다. 마치 그 웃음이 지금 신애의 마음을 안다는 듯 한 묘한 웃음이여서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신애의 시선은 그를 향해 머물렀다. 그가 사라지자 누구냐며 묻는 진아의 종알거림도 귓가에서 앵앵대기만 했다. 대신 아까 전 필연일 것이라던 한 강 특유의 캐러멜향 목소리만 맴돌았다.
“필연이라고?”
신애는 혼잣말로 그가 한말을 다시 읊조렸다. 필연. 필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신호가 연신 머릿속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신애는 무서웠다. 저렇게 자신을 향해 갑작스레 다가오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가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에게 빠져버리면 어쩌나, 머릿속이 잔뜩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져 오는 그녀였다. 신애는 다른 날 보다 이른 퇴근을 했다. 성격상 일을 미뤄놓는 일은 드물지만, 정신이 너무 지쳐 몸이 따라와 주지를 않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는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 표시를 보니 우현이었다. 순간 신애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받을지 말지 고민스러웠다. 신애는 주변에 한가해 보이는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핸드폰 플립을 열자마자 우현 특유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뭘 하느라 이제 전화 받아!]
“그, 그게.......”
[전화해!]
툭- 그의 전화가 끊겨버렸다. 아니다. 그가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이다. 신애는 끊어진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더 이상 자신은 그에게 비굴해질 필요나 한 없이 그에게 미안해 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미안하단 소리를 할뻔 했다.
“쓸데없는 버릇이라고…….”
신애는 그러면서도 익숙하다 못해 손가락이 외워버린 그 번호를 눌렀다. 항상 신애에게는 무엇이든 아까워하던 그였다. 10여년을 사귀어 오면서 자신의 돈을 쓴 적이라고는 신애를 만나고, 100일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신애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던 그 순간부터, 아니 정확하게 따지면 신애가 그에게 사랑한다고 조그마하게 읊조리던 그 순간부터 그는 변했다. 그의 모든 물건 및 그 주변에 모든 것들에 대한 부담은 모두 신애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신애는 한번도 우현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라도 더 해주지 못해 아쉬워했다. 그가 명품 신발을 가지고 싶다고 툭 말 한마디 던졌을 때도 쉬이 사주지 못하는 자신의 형편이 원망스러웠으며, 그가 용돈이 적다고 투덜댈 때도 더 주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그녀였다. 지금 전화도 그랬다. 항상 친구들에겐 우현이 먼저 전화를 하면서도 신애에게는 ‘전화해’ 한 마디가 다였다. 전화비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였다. 우현의 변명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애는 속으로만 앓았다. 하지만 신애에게는 우현에게 말할 주변이 못되었다. 그녀가 무어라 말하려 하면 그는 신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별을 빌미로 그녀를 농락했다. 그녀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헤집으면서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쉬운 것은 그녀라는 듯, 그런 그의 행동에 아파하면서도 신애는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놓아주기엔 신애 자신이 너무나 우현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한때는 자신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버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현에 관해서는 맹목적으로 덤비던 그녀였다. 지금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몸이 든 버릇은 정신으로도 어떻게 되지를 않고 있었다. 신애는 익숙하다 못해 손이 외어버린 번호를 눌렀다.
[어디야?]
우현은 대뜸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신애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분명 무슨 아쉬운 것이 있으니 자신에게 전화했을꺼라고, 머릿속에서는 ‘박신애, 여기서도 넘어가면 넌 바보 천치다.’ 라는 경고 등이 켜지면서도 신애는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집에 가는 길이야.”
[나 지금 타임리스에 와 있으니깐 여기로 와!]
그녀가 왜냐고 이유를 묻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신애는 한숨을 내 쉬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고 싶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우현이었다. 사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혹시나 그가 다시 자신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기대마저 되었다. 신애는 집으로 엎어질 듯 뛰어 들어가 샤워를 하고, 말끔한 옷으로 차려입었다. 그리곤 그와 자주 만나던 타임리스 커피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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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라서 조금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네요.
완성 짓지 못한 글이 몇 개 있어서, 당분간 완성지을 자신 없이는 글을 쓰지 말아야지 하고 있었거든요.
연재하던 반대가 끌리는 이유는 조만간 수정보고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그러니깐 조금만 기다려 주시구요.
30개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많이 사랑해 주세요.
오늘도 날씨가 좋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