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들입니다. 두 분의 생각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바람도리 님의 생각과 비슷할 것입니다.
외국에서 사시는 분들의 가장 큰 실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국을 무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종의 엘리트 의식, 자아도취에 젖어서 고국에 있는 자들보다 높은 위치에 자신을 올려놓고 그 기분을 만끽하는 것이죠. 그러나 전 그것을 나무라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고국에 대한 일종의 우월감은 스스로가 미국에서 적응하며 백인들에게 겪는 열등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외국에 나가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장학금 혜택, 복지제도 등의 서비스에 행복해 하는 것도 잠시, 그들의 사회에는 “한국인은 저만치 아래로 내려다 보고, 최종적인 순간에는 이방인을 철저히 배척하는 이중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일일이 글로 표현할 수 없는 - 외국에서 산 자들만이 아는 - 말 못하는 설움 같은 게 있습니다. None 님도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major급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고작 minor급 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뜯어 고칠 수 없는, 한국인이라서 당할 수 밖에 없는 차별을.. 유학, 이민 떠난 사람들이 비로소 나라를 버리고 나서야 애국자가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외국에서 고이 키운 자식이 나중에 영어를 유창하게 못하는 부모를 무시하고, 친구들 앞에서 창피해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들 합니다.
군대 가산점..저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으로서 많이 속상한 부분입니다. 동기들은 군대에 가므로 저는 3년 위인 선배들과 경쟁을 했습니다. 물론 선배들에게는 15%라는 가산점도 있었고, 월급도 저보다 많았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들이 훈련받는 동안 편히 쉴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고마움, 죄책감을 느끼니까요. 감히 마쵸들의 광란, 가산점 폐지 등을 외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군대”라는 곳에서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복종하며, “남성우월주의”의 세계에 익숙해진 남자들은 평생 “독수리 오형제”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자를 우습게 알며 기득권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인맥과 술로 승부하는 사회”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도 남성들만이 여자들은 결코 끼워주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 = 밤의 세계”를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죠. 학벌주의, 파벌주의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남자들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만든 산물이 아닐까요?
결국 군대라는 조직으로 인해서 3년이라는 기간보다 훨씬 더 많이 피해를 보는 쪽은 남성이 아닌 여성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여자들은 처음부터 군대에 징집되는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으니까요. 군대란 대한민국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선택권”조차 안 주어진 unfair play라는 것입니다. 이쯤해서 “미친x, 그렇게 아쉬우면 여군 지원하면 될 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리시는 남자분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이십대 초반의 젊은 처자가 군대 입대한다고 하면 가정이 파탄 나고, 부모님 드러눕고, 애인 떠나가고, 성격이상자 취급받고..진짜로 미친x 취급 받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군대란 남자들이 가는 것” 등으로 이미 굳어져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제는 슬슬 바뀌어야 합니다. 시대가 많이 변하여 여자들이 더 이상 “남자들의 등만 쳐먹고 살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외동 아들이 많아서 갈수록 너도나도 군대가기 싫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해결되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므로 “직업 군인제”나 “여성들의 징집”을 고려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들도 가산제 폐지를 원한다면, 진정한 남녀평등을 원하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군대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가 기관에서라도 봉사할 기회가 주어져야 대한민국 여성들은 비로소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남자분들이 “대한민국 군인이 아무리 부족해도 여자들은 필요 없다”라고 비웃으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남자들만 군대 복무 계속하십시오. 그러나 그 이후에 고생에 대한 댓가를 바라며 징징거리는 모습, 자기 자식은 이런 고생 안 시킨다며 몰래 빼돌리는 모습은 더 이상 지겹습니다. 직장에서 여자가 인정 받고 승진할 것 같으면 “군대도 안 간 주제에..이익은 다 챙긴다”는 주제로 벌어지는 휘황찬란한 남자들만의 술자리는 제발 삼가하십시오. 비겁합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미국이 돈 들여서 인재를 키워주는 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거기 이왕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더 포함된다면 더 없는 영광이겠죠. 그러나 그렇게 선발된 한국인이 부디 고국을 무시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들이 당신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길 바란다면 말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분 한분 고국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물론 none 님도 그렇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하는 30대 한국 아줌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