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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10) 나란히 앉아서

온단테 |2005.05.06 08:22
조회 115 |추천 0

10. 나란히 앉아서


평소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긴장과 불안을 경험한 나는 그녀가 괜찮다는 것을 알고 나서 온몸에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며 의자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입술이 매말랐고,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지만 급하게 찬물을 벌컥 마시면 탈이 날 것 같아서 따뜻한 녹차를 조금씩 마시며 숨을 돌렸습니다. 그녀는 당황한 나의 얼굴을 물끄럼히 바라보며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습니다.

“많이 놀랬어요?”

“휴…… 말도 말요. 내가 얼마나 놀랬는데요.”

“헤헤, 미안해요.”
그녀는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거에요?”
나는 다시 그녀에게 재확인을 받고 싶었습니다.

“고마워요. 많이 좋아졌어요.”
그녀는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였습니다. 나는 입에서 “도대체 어떤 병이에요?”라는 말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꾹참고 목구멍으로 집어 삼켰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조심해요. 나라도 있었느니까 망정이지……. 아참, 나도 꽤 늦게 발견했으니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책읽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녀가 쓰러진 것 조차 알아차라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난 미안함음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난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창백하게 잿빛으로 변한 뺨에서 분홍빛이 감돌았습니다.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그리고 아직 어린 순수함으로 투명한 그녀의 뺨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정말 아름답구나 하는 감탄이 점점 커졌습니다. 난 자신의 감정에 깜짝 놀라며 이내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는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난 서둘러 할말을 찾았습니다.

“그……그게 도대체…...뭐에요? 쓰러질때도 꼭 손에 쥐고 있던데.”

난 그녀의 오른손에 여전히 들려이쓴 검은색 다이어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이거요? 후후후 비밀이에요.”

그녀는 다이어리를 가슴에 품어 안으며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비밀? 그냥 뭐 일기나 그런 것 아니에요?”

“후후후”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사실은 여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아저씨에게 가르쳐 주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비밀이 아니게 되니깐 가르쳐 줄 수가 없네요.”

그녀의 행동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사소한 일들을 크게 과정해서 자랑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난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거짓 동조를 해주었습니다.
“피이, 믿지 않아도 좋아요. 굉장한 비밀인데.”

나와 그녀가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느긋한 오후의 티타임을 갖는 것도 잠깐. 편의점의 문이 열리고 남자 손님 한분이 들어오셨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해갔습니다.

“혹시 모르니 다시 병원에 가서 진찰 한번 받아봐요.”

난 그녀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습니다.

“아니에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아저씨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돌아가요!”

“아저씨 안녕!”

난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뒷 모습이 안녕한지 그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날 저녁 6시에 근무를 끝내고 교대를 할 때 난 낮에 있었던 사건을 떠올리면서 ‘오늘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날이구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녀와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에서 이어가기 시작했지만 난 오늘은 이 정도로 되었어 하고 생각을 멈추고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였습니다. 교대자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난 앞치마를 벗어서 한곳에 접어 놓고 편의점 밖으로 향하였습니다. 태양이 점점 옅은 빛을 내면서 오렌지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난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때를 잠시 눈을 감고 음미하였습니다. 사람들의 걸음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낮과 밤이 교차대면서 불어오는 저녁의 바람들. 이 모든 것이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습니다.

“아저씨 뭐해요?”

나는 짧은 명상을 끝내고 눈을 떴습니다. 그러자 나의 옆자리에는 유진이가 나와 나란히 서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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