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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래 나 차였다.

지영이꺼 |2005.05.09 20:16
조회 647 |추천 1

처음엔 사실 내 감정이 어떤건지 나도 잘 몰랐다.
그냥 단지 외국 나와서 들뜬 기분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외모여서 단지 단순한 호감정도인줄 알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게 하나 있다.
우리 지영이 단지 외모만 귀엽다. 외모만...
사귀고나서 지영이 귀엽게 생긴 입에서 툭툭~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말과 공격적 어투는 베짱 좋기로 우리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하던 나 조차 가끔 움찔움찔 쫄았다. 한마디로 속았다. ㅡ.ㅡ
어째든 내 철저한 계획하에 첫만남을 가진 이후로 우린 자주 전화 통화를 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자꾸 '애 내 스타일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영이의 출국날은 불과 1달 정도를 남겨놓은 상태였다.
1달 뒤에 헤어지면 1년정도는 있어야 볼 수 있는데 계속가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명쾌한 해답이 머릿 속을 스쳤다.
'너 미쳤냐? 혼자 생쇼를 해라. 지영이가 너 좋다냐? 너 혼자 좋아하고 너 혼자 그만하고 생쇼를 하는구나.' 그랬다. ㅡ.ㅡ 난 지영이의 맘을 몰랐던 것이었다. ㅋㅋㅋ
지영이랑 얘기하는게 좋았고 지영이의 웃는 모습을 보는게 좋았다. 그냥 같지 있을 수 있는 1달 동안이라도 최대한 좋은 추억 만들자는 생각을했다.
지영이는 이제 출국날이 얼마 안 남아서 학교도 끝나고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태여서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는 전형적인 백수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랑 늦게까지 전화통화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지만 난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ㅡ.ㅡ
보통 새벽2~3시까지 전화통화하고 7시에 일어나서 머리 뽀개지게 학교 수업하고 학교 끝나고 지영이랑 만나서 데이트하고 체력딸려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보름 정도를 만나다가 지영이가 출국하기 2주 정도를 남겨두고 과감하고 학교에 브레이크를 신청했다.
이제 정말 맘이 조급하고 다급해질때로 다급해진 상태라 ㅡ.ㅡ 솔직히 그 당시에는 학교고 지랄이고 지영이만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를 지영이 출국전까지 쉬기로 했다.
그때까지 지영이에게 우리 사귀자. 내가 너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지영이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나에겐 시간이 없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무지하게 일찍 만나서 무진장 돌아다녔다. ㅡ.ㅡ 역시 체력전인었다. 한 예로 벤쿠버 다운타운 근처에 스탠리파크라고 있는데 자전거로 1시간 반이나 도는 아주 큰 공원이었다. 한번은 이 공원에가서 2인용 자전거를 빌려서 지영이에게 말했다.
"너 페달에 발도 대지마."
"왜?"
"너 힘든거 안 시켜. 앞으로 힘든건 내가 다 할꺼니까. 나랑 같지 있을땐 넌 아무것도 하지마."
아~ 졸라 유치하고 느끼하며 고전적인 멘크가 아닐 수 없다. 근데 이 말 생각하고 멘크 날린게 아니라 정말 그 때 기분이 그랬다. 우리 지영이에게는 정말 다 해주고 싶었다.
"치~ 그래도 힘들텐데..."
"괜찮아~ 내가 잘생긴 얼굴하고 명석한 머리랑 빵빵한 집안이랑 힘빼면 뭐가 남겠냐? "
"ㅡ.ㅡ..."
어째든 신난게 공원을 자전거 타고 돌았다.
이쁜 풍경이 보이면 같지 사진도 찍고 참 즐거웠다. ^^
그리고 나 그 다음 날 몸살났다.
ㅡ.ㅡ 사랑은 체력전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2월 15일 지영이 출국날이 점점 다가왔다.
일분 일초가 너무나 행복하고 달콤한 시간들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아쉬운 순간들이었다.
그런던 어느 날 ㅡ.ㅡ 아참 어느 날 아니다. 2월 9일이다.
2월 9일...우린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극정엘 갔다.
제목은 하이드엔 시크(숨박꼭질...한국에도 개봉했나 모르겠다.)...ㅡ.ㅡ 공포 영화였다. 그림 나오지 않는가?! 등치 남산(?)만한 내가 쬐끄만한 우리 지영이가 무서워서 꺄~하고 소리치면 따뜻하게 안아주는...ㅋㅋㅋ ㅡ.ㅡ 근데 생각보다 무섭더라. 내가 우리 지영이 품에 숨은 기억만나네. 어째든 우리 이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고 우린 이 영화관에서 첫키스를 했다. 뻘쭘~
영화화면을 그 큰눈으로 똘망똘망 쳐다보고 있는 지영이가 너무 너무 귀여워서 내가 확~ 해버렸다. 사실 확~ 터프하게한건 아니고 살짝 살짝 꼼지락 꼼지락 눈치보다가 살짝했다. ^^
우리 지영이 어찌나 부끄러워하던지...ㅡ.ㅡ 근데 알고보니 그거 설정이었단다. 또 속았다.
우리 그렇게 첫키스를 했고 "이제 우리 사귀는거다."란 내 말에 아무 말 없이 손을 꼭 잡아주던 지영이...^^ 벤쿠버 바닥이 다 내꺼 같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제 정말 딱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었다.
하루 하루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리고 2월 14일이 되었다.
발렌타이데이 날...그리고 우리 지영이 출국 전날...
여기는 화이트데이 없는 대신 발렌타이데이에 남녀가 선물를 함께 교환하는게 문화라고했다.
그래서 지영이 몰래 메트로타운이라는 벤쿠버 쇼핑몰에 가서 ㅡ.ㅡ 안되는 영어 써가면서 혼자 선물사고 지영이를 만나러갔다.
이제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하니 기분이 너무 다운되고 우울했지만 지영이 앞에서 절대 내색하지는 않았다.
저녁을 먹고 촛불 켜고 작은 케익에 초를 꽂아 불을 켜고 함께 불을 껐다.
"자~ 초코렛 받아."
"고마워...^^"
"나도 선물 있어. 목 대봐."
"뭐...왜?"
"너 내 목에 있는 목걸이 누가 왜 해줬는지 알지? 이 십자가 목걸이가 나한테는 참 특별한거 알지?"
"응! 막내매형이 준거라구..."
"이거랑 똑같은거 찾아볼라고 했는데 최대한 비슷한거 찾은거야. 내가 없는 동안 이 목걸이가 네 곁에 항상 있을거야. 내가 12월에 한국가면 이것보다 훨씬 더 좋은걸로 해줄께. 그때까지 절대 빼면 안돼."
"응 고...마...워. 오빠~"
그렇게 벤쿠버에서의 마지막 날은 다가오고 있었다.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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