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왜 매번 그 자리에서만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그의 면상에 깜장 선글라스가 난 장님이라 옴짝달싹 못하오~ 라고 말하는듯 하지만 그의 지팡이가 그 자리가 너무도 익숙한 탓일게다.
짬을 내어 찾은 그 자리에는 듬성듬성 구경꾼 사이에서 뭘 그리는지 뵈지두 않는 눈으로 얼마나 그렸을까. 손가락길이 만한 연필한자루로 열심히 스케치 하는걸 보고 주위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어찌 보면 뵈지 않는 그를 조롱하는듯 싶고, 혹! 개중 저와 같이 눈먼자가 그림에 조예가 깊다 하여 감탄함 일지도 모를 우스운 일이다.
다가가서 보니 역시......
얼핏보면 도심속에서 거친파도가 치는 바다를 그려 놓은듯 하지만, 좀더 보면 코흘리개 꼬마들이 동네벽을 따라 선을 주~욱 그리며 분필로 낙서한 수준. 그정도 그이상도 아닌 그이하 정도 딱 그정도 이다.
잠시후 구경꾼들은 자신의 짬을 낸 점심시간만큼. 그만큼만 굶줄여든 배를 잡고 가는지, 너무 우스워서 배가 아플 지경이라 배를 움켜쥐고 가는지 설레설레 자리를 뜨고, 그의 그림에 대한 궁금증은 식사전 애피타이저처럼 이미 먹어치우고 소화시킨 상태라 달려있는 주댕이로 웃어가며 트림을 한다.
순간.그의 손에쥔 연필심이 뚝! 부러졌고 오른쪽발 밑에 놓인 검정가방안 몽당연필들 속에서 연필깍을 칼을 꺼내는데,뵈지 않는 그에게 너무 익숙한 상황 인듯싶고, 이런 상황이 익숙할 정도인 그의 열정 만큼은 높이 산다.
노크하듯 그의 등을 두드리자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데 이상황은 익숙치 않은 모양이라, 안스러운 그의 그림을 보며 나 또한 조롱하듯이 물었다.
"뭘 그리시는 거죠"
그제서야 내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연필을 깍으며 웃음을 짓는데, 더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그 또한 자신이 그리는게 뭔지는 모르나 행복한 미소를 짓는걸 보니 그것만으로 만족하는듯 싶고,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듯 하였다.어찌보면 나의 육신이 멀쩡한 탓에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에 마음으로 볼수 없어서 오히려 그의 그림을 못알아 볼수도 있다 싶어 다시 말했다.
"훌륭 하십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하하 감사 합니다"
그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깍던 연필을 상의 주머니에 넣고는 왜소한 자신의 몸뚱이 만한 그림을 내게 주는데 왜 이 그림을 주는지 이유가 궁금하여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그에게 다시 묻자 그가 말했다.
"난 보다시피 장님이라 뵈질 않소. 그래서 볼줄아는 당신에게 준것이오"
그렇게 그는 익숙한 지팡이로 길바닥을 더듬으며 그자리를 날래게 사라졌다. 멍하니 묘한 기분과 웃음이 나오는데 그가 날 조롱한듯 싶기도 하고, 높이 평가한듯 하기도 한것이...
만약!
날 조롱했다면 그 또한 그의 가방에든 몽당연필처럼 실리 없는 지나친 열정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날 높이 평가 했다면 말 그대로 기분 드럽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