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과의 원나잇 스탠드.[제15화]
자신을 존재를 알아보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들을 뒤로 하고,
그가 단번에 들어간 곳은 '사장실'이란 팻말이 써있는 방 이었다.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어제낀 그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장실 안의 그 사람을 보자 "휴~"하며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다행이야,있어서."
"태후야. 연락이라도 하고오지.지금 막 나가려던 참 이었어."
얼굴에 묻어난 땀이 태후가 급하게 뛰어왔음을 말해줬고,그는 시원한 냉수를
비서에게 부탁하며 태후를 자리에 앉혔다.
"무슨일인데 이렇게 뛰어왔어?
잘 오지도 않더니만..급한 일이 있는거니?"
"형,이것좀 들어봐.그리고 해석좀 부탁해."
태후가 가방안에서 워크맨을 꺼내어 이어폰을 그의 형에게 꽂아주었다.
그둘의 대화가 궁금했고,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태후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바로 자신의 형이 사장으로 앉아있는 골프장으로 찾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은 것 이었기에..
다 들었을법한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앞에 앉은 그의 형은 한동안 아무말
없이 계속해서 그것을 여러번 되풀이 해 들었다.
태후의 양쪽 미간이 살짝 구겨진다.
"뭐야?해석해줘."
"너하고 어떤관계니?좋아하는 여자니?
이 남자는 누구고,넌 왜 이런걸.."
"남자는 선생이고,여자는 학생이야.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여자애지."
뜸을 들이는 형으로 인해 답답한듯 태후는 그의 말을 자르고 알기쉽게
설명을 했다.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그의 형은 살풋이 미소를 지으며 이어폰을
빼내었다.
"난감한 관계네.단순한 사제간이 아닌데
태후가 낄 틈이 없어 보이는걸."
"둘이 뭐라고 지껄인거야?"
"8시 그날밤 만났던 그곳 스카이라운지 에서 보자.그때 대답하지.
남자 선생의 마지막 말이야."
"정확한 장소에 대해선 말없고?
그날밤 만났던 스카이라운지가 다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갖고 물어오는 태후의 질문에 그의 형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태후는 축 늘어지는 기분과 함께 오만가지 인상을 썻다.
"형 그럼 나 그만 가볼께.
참, 련이 누나는 잘 있지?안부좀 전해줘
오늘 고맙고 나중에 또 봐."
그의 형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태후는 문을 쾅 닫고 재빠르게 나와 버렸다.
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안 태후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발걸음을 승하의 집 앞으로 옮겼다.
* * * * *
기나긴 신호음 끝에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승하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네,권승하씨 핸드폰 입니다.]
"권승하씨 바꿔줘요."
[실례지만,어디시죠?]
"실례되는 질문 받지 않아.
권승하씨 바꿔줘요."
[전 승하씨 약혼녀에요.적어도 전화를 걸었으면
자신이 누군지 밝히는게 예의 아닌가요?]
"그런예의 약혼녀께서 많이 차리고 바꿔요."
[지금 많이 취해서 전화 받을 수 없어요.]
"거기 어디에요?"
그의 위치를 파악한 나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왔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하며 기다린 것이 어느덧 10시를 훌쩍 넘어 버렸다.
호텔밖은 몰아치는 비 바람으로 인해 초여름 임에도 쌀쌀함을 감돌게 했다.
세차게 내리치고,굵게 떨어진 빗줄기는 따갑고 아팠다.
앞이 보이지 않게 마구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헤치고 그 사이로
택시 한대가 미끄러져 들어와 섰다.
내가 그것을 타고 또 내려서 들어선 곳은 승하가 취해있다는 칵테일Bar였다.
두리번 거릴 필요도 없이 쉽게 내 눈에 그가 들어왔다.
먼저 호텔에서 봤던 그 여자-좀전에 나와 통화를 한 약혼녀-어깨에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고 있었고,약혼녀라는 그 여자는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승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취해 있던거죠?"
내 등장에 그의 약혼녀가 놀란눈으로 날 쳐다봤고,낯익은 내 모습에
기억을 더듬는 그녀의 모습이 쉽사리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이제 생각 나네요.우리 만난적 있죠?"
"만난적은 있는데,당신과 나를 '우리'에 섞지
말아요.그건 이사람과 나의 것 이니까..."
또 한번 그녀의 눈이 커지고,금새 눈물이라도 흘려 버릴것 같은
연약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안절부절 몸둘바를 몰라했고,그 와중에도 자고있는 승하의
고개는 꼭 감싸고 있었다.
난,카운터에 있는 웨이터를 불러 승하를 주차장에 있는 차안으로
옮겨줄것을 권유했고,내 말에 웨이터는 흔쾌히 승하를 엎어 그의 차
안으로 그를 눕혀 주었다.
웨이터에게 약간의 돈을 쥐어주고 돌아섰는데,운전석으로 향하는 그녀를
내가 저지 시키고 그녀의 손에 쥐어진 차 키를 뺏어들고 운전석에 올랐다.
"여지껏 당신과 함께 있었으니,
이제부턴 내가 데리고 있을거에요."
".........?"
"그리고,같은 여자로써 충고하는데 앞으로는
다른여자 한테 자기남자 뺏기지 말아요.
그것도 이렇게 눈앞에서 쉽게 양보하지
말라고요.세상에서 제일 멍청해 보이니까."
명목상 충고지, 사실 그녀를 향한 내 비웃음 이었다.
그렇게 비아냥 거리며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었다.
나는 차 창문을 반쯤 열어 그녀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고
승하의 차를 몰고 당황한 그녀를 뒤로한채 그곳을 빠져 나왔다.
즐비하게 내리치는 빗줄기로 인해 속력을 낼 수 없었다.
조수석에 누워있는 승하에게서 알싸한 알콤냄새가 풍겨져 왔고,
나는 승하의 목에 감겨있는 넥타이를 느슨히 풀어 주었다.
서행으로 한참을 달리던 나는 인적이 드문 외곽순환도로 로 빠져
일산 쪽으로 향하다가 몰아치는 빗줄기로 인해 잠시 차를 세워 두었다.
차창밖을 통해 내다본 세상은 온통 암흑 이었다.
차분히 자연의 정적에 취해보고 싶은 마음은 내리치는 비로 인해 무산이
되고 말았다.
싸한 기분에 음악을 틀으려는 내 행동을 잡을건 어느새 뒤척 거리다 깨어난
승하였다.
그는 눈을 감았다 다시 뜨기를 여러번 반복하더니,믿을 수 없다는 듯
손등으로 눈 언저리를 여러번 비벼본다.
"새삼스럽게 놀라는 건가?"
나는 고즈넉이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 했다.
승하가 자세를 바로 잡고, 안전벨트를 푸른뒤 내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 밀었다.
"너가 어떻게? 혜원인 어떻게 하고?"
"2시간넘게 기다린 나보다 그 여자 안부가
더 궁금한거야? 약속을 깬 이유부터 들어야겠어."
내 말에 승하가 자신의 머리를 한번 헝클고,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후 다시 고개를 든 그는 무언가 결심 이라도 한 듯 두 눈을
힘주어 뜨고는 날 바라 보았다.
"이 준희. 잘 들어
너와 내가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고 해서
우리 둘의 관계가 바뀌지는 않아.다시는 내 앞에서
꼬리치지 마라.그 날밤 잘못은 나에게만 있는게 아니니까
원인제공은 너였지 난 순리대로 따라줬을 뿐이고,
네 신분이 학생인걸 알았다면 그런 우를 범하진 않았을지도..
선생과 학생이 아닌 만남은 이제 내가 거부해."
"..........."
"날 더이상 우습게 만들지마.
행여라도 내게 마음이 있었다면 접어.
너에게 줄 내 마음은 없으니까 돈이 필요하면 말해.
원하면 다른곳으로 전학을 시켜 줄 수도 있어.
복수라도 할 마음이 생긴다면 그건 기대해보지."
예상치 못한 승하의 행동에 난 순간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승하는 차에서 내렸다.
내가 생각지 못한 그의 모습에 잠시 당황한 사이 어느새 운전석 문을
열어 제꼇다.
그로인해 빗줄기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함께 차안으로 들이쳤다.
"내 려."
매몰차게 내 팔목을 잡아끄는 그의 억센힘에 의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이미 그와 나는 내리는 비로 인해 흠뻑 젖어 있었고,승하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내가 앉았던 그곳에 자신의 몸을 묻고,어두컴컴한 그곳에 나를 홀로
버려두고 그의 잘빠진 은색 스포츠카와 함께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
.
.
.
.
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