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이브, 구린 아담
이야기 하나
그러니까 그때가 언제더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던 거 같습니다. 장마가 한창이던 어느 비오는 날, 옆집 사는 홍식이가 제 손을 붙들고 난생 처음으로 교회라는 곳을 데려갔습니다.
저희 집은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버지도, 엄마도 모두 절을 다니시기 때문에 그때까지 한 번도 교회를 가본 적이 없었기에 솔직히 겁도 났었죠.
왜냐고요? 절에 한번쯤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사찰입구에 보면 사천왕상이라고 가뜩이나 무섭게 생긴 양반들이 눈을 부릅뜨고 계시거든요. 왠지 부모님 몰래 교회를 가면 어린 마음에 그 사천왕들이 찾아와 벌을 줄 것 만 같았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홍식이 말로는 아무리 무서운 사천왕이라도 교회 안에서는 어쩔 수 없다나요. 그런 걸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라고 하던가? 뭐 어쨌거나 저는 그렇게 교회를 처음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여름 성경학교라는 것이 있었는데 아주 예쁜 대학생 누나가 우리를 가르치는 담당교사였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교회를 정말 열심히 다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초코파이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앞서 말했듯이 우리를 가르치는 누나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죠. 어린 녀석이 너무 밝힌다고요? 그게 아니죠.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심미안을 빨리 터득한 거죠. 네? 꿈보다 해몽이라니요. 맹세컨대 당시엔 정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누나를 좋아했었습니다. 솔직히 초등학교 1학년이 알면 뭘 알겠어요. 뭐라고요? 중요하지 않은 일로 혼자서 너무 오버를 한다고요? 흠흠. 뭐 그냥.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니까, 일단 넘어가도록 하죠.
앞서 말했지만 저는 교회를 처음 가봤기 때문에 당연히 성경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천지창조라든가, 아담과 이브, 에덴, 카인과 아벨…… 그러다가 나중에는 성경 이야기가 세 번째 이유가 되었습니다. 어린 제게는 할머니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외우시는 불경보다는 이쪽이 더 흥미로웠거든요.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담과 이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신이 자신과 닮은 형상으로 창조했다는 최초의 인간, 아담. 그리고 아담의 갈비뼈로 탄생한 최초의 여인, 이브.
예쁜 대학생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죠.
아, 그렇구나. 아담과 이브! 신은 아담이 외롭지 않도록 이브를 창조해 짝을 지어줬구나. 언제나 티격태격 싸우시는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무뚝뚝한 아버지와 잔소리꾼인 엄마도, 정육점을 하는 작은 삼촌과 잠시도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숙모, 집에 올 때마다 잊지않고 용돈을 잘 챙겨주는 우리 매형과 어릴 적에는 미스코리아가 될 거란 소리를 듣다가 점차 프로레슬러에 가까워지는 큰누나도. 아담과 이브처럼 그렇게 서로 짝이 존재하는구나.
아아! 그렇다면 나도 언젠가는 나의 갈비뼈로 만든 이브를 만나겠구나. 정말 대단한 진리를 발견한 순간처럼 가슴이 벅차올랐죠.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나의 이브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물론 내 옆의 홍식이는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죠. 불쌍한 홍식이는 그 위대한 진리를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을 테니 말입니다. 은근히 우월감을 느끼고 선각자의 여유를 보이며 씨익 웃어줬습니다.
아앗! 그런데 말이죠!
갑자기 엄청난 사실을 깨닫고 너무나 슬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수업을 진행하던 아주 예쁜 대학생 누나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영한아? 박영한. 왜 그래? 무슨 일이니? 갑자기 왜 우는 거야? 왜 그래?”
아, 제 이름이 바로 영한입니다. 박영한. 그 와중에도 누나가 내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은 기뻤습니다. 험험!
“으아앙! 으아앙!”
정말로 너무 서러워 목이 터져라 울었죠.
“왜 그러니? 무슨 일 때문에 그래. 말을 해봐, 응? 우리 영한이 착하지?”
“그게…… 흑흑, 그러니까…… 그게…….”
“그래, 말해봐.”
과연 누나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닐까? 잠시 망설였습니다.
“영한아, 괜찮아. 말해 봐. 응?”
그때나 지금이나 예쁜 여자의 미소에 너무나 약합니다. 결국 이유를 말해주기로 했죠.
“하나님은 남자의 갈비뼈로 짝을 만들어주시잖아요. 그런데, 그런데요. 저는 갈비뼈 숫자가 똑같아요. 하나가 비어야 나도 나중에 이브를 만날 수 있잖아요. 하나님이 실수로 빼먹으셨나 봐요. 으아앙!”

벌써 14년 전이 지난 일입니다.
아무튼 그 일이 있은 후, 교회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누나가 필사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을 해줬지만 그것은 그냥 위로의 말이라고 여겼죠. 물론 아직까지도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엄청난 실의를 안겨준 교회에 다시 가고 싶단 생각이 안 들어서, 초코파이와 예쁜 누나의 미소도 뿌리치고, 너무도 과감하게 시골 외갓집을 선택을 했습니다.
생애의 첫 여름방학은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을 해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나름대로 심각하고 절실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성경에서 말하는 갈비뼈의 의미를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건 말이죠. 그 갈비뼈는……
―안내말씀 드립니다. 2시 00분 부산행 새마을열차를 탑승하실 승객 여러분께서는 3번 출입구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아! 벌써 열차시각이 되었네요.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요?
부산으로 갑니다. 그녀가 있는 부산으로.
어릴 적 꿈꾸었던, 나의 이브가 지금 부산에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떨리네요. 그녀가 절 만나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지금 몹시 아픕니다. 몸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프거든요.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아픔을 나눠 갖고 싶습니다. 아니 모두 내가 가졌으면 합니다. 그녀가 아프면 저도 아프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실을 모를 겁니다. 어쩌면 그녀는 나를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너무나 예쁜 그녀에 비하면 나는 정말, 정말 구리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저를 이렇게 부릅니다.
‘구린 아담’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말합니다.
‘지랄 이브’라고.
하지만 지랄 이브라도 좋습니다. 그녀의 본모습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아니까요. 그래서 그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만나러 갑니다. 그래서 그녀의 아픔을 나눠 가지려 합니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서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려 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지랄 이브, 최정희.
지금 나는 부산으로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나의 잃어버린 갈비뼈를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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