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와이프 아이디임을 밝히고...전 이런거 잘 못합니다.^^;;
결혼한지 이제 1년하고 3개월 됬습니다. 너무 짧은 연애기간(대략 6개월)뒤라 솔직히 와이프를 잘 알지는 못하고 결혼했습니다. 첫눈에 반했다는거, 명랑하고 쾌활한거 정도나 알았을까요.
그래도 이 여자 아니면 전 장가 못갈거 같아 있는대로 꼬셔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결혼한 뒤 대부분 상대에게 실망 많이 한다던데 전 그 반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여기에 글 남기게 됬습니다. 솔직히 와이프 자랑 하면 욕 많이 먹을 지도 모르지만 기쁜맘에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맘이라...
정말 사랑스러운 와이프의 얘기는 이렇습니다.
전 유난히 음식에 민감합니다. 어릴때 동네에 소문날 정도의 까다로운 식성덕에 어머님이 고생 많이 하셨죠. 그런 저를 와이프가 바꿔 놓았습니다. 매일 만드는 식사라도 단 한번도 음식이 겹치지 않았고 제가 잘 안먹던 것도 좋아하는 반찬들과 잘 숨겨서(?) 먹게끔 합니다. 원래 요리를 잘하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씽크대 안에서 요리책 두권을 발견했습니다. 얼마나 봤는지 너덜너덜하고 고추장도 묻어있고... 좀 찡했습니다. 그 뒤론 눈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와이프가 "반찬 뭐 해줄까?"하고 물으면 "다 맛있어. 아무거나"라고 대답하게 됬습니다. 그래서 살도 많이 쪘지요.
저희집은 행사도 많은 집입니다. 그때마다 먼저 나서서 챙기고 아직 미혼인 형과 홀로되신 어머님도 저보다 먼저 챙겨줍니다. 형에겐 늘 문자나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더군요. 또 어머님 생신이나 명절이면 사람들이 다 보고있어도 애교가득한 춤과함께 노래도 부르고 꼭 껴안고 애정표현을 합니다. 아들만 있던 집안에 이런 광경 흔치 않아 어머님도 머쓱해하시더니 요즘은 즐기십니다. 어른들도 장가 잘 들었다고 다들 칭찬하십니다. 흐뭇하죠.
또 지금 와이프는 임신중입니다. 벌써 6개월 이지만 아직 음식도 잘 못먹습니다. 배는 불러오고 몸은 무거울텐데도 여름이면 냉매실차, 냉보리차를 겨울이면 따끈한 차를 보온병에 넣어 줍니다. 제가 출근을 일찍 하는 편이라 남들은 잠자기에도 바쁠텐데 하루도 안 빼놓습니다. 게다가 어쩔땐 차에 타려면 이미 세차가 되어있고 차 안엔 샌드위치가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제 차 카니발입니다. 저도 포기한 세차를!!! 놀라서 물으면 잠안와서 운동 삼아 했다고 하는데 자그마한 몸으로 몇시간동안 닦았을 와이프가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것 외에도 너무 많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 하나만 말씀드리고 끝을 맺겠습니다.
얼마전 같이 결혼한 커플들의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다녀오고 화가 났습니다. 집이란거 참 중요하더군요. 두 커플을 알고 있었는데 두 집 다 내노라 하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저희집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왠지 초라해 보이고 와이프한테 미안했습니다. 한번도 집투정 안하던 와이프가 오히려 답답할정도라 그 다음날로 이리저리 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돈도 없으면서 집을 보러 다니려니 젊어서 번 돈 낭비한게 후회됬습니다. 그러다 눈에 딱 들어온 미분양 아파트에 제가 욕심을 내었고 와이프와 돈 문제로 언성도 높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무리가 있는 가격이지만 정말 그 집에서 애를 키우고 싶고 재미있게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입니다. 계약금도 없는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그냥 포기하나 싶었는데 와이프가 무거운 몸을 끌고 비가오는데도 나갔다 오면서 하는말이 다음주 내에 계약서 받으러 가잡니다. 무슨말인가 해서 들어보니 결혼전 가입해둔 청약통장을 깼답니다. 저도 그 통장을 알고는 있었지만 워낙 애지중지하는 와이프의 재산이기에 감히 말도 못꺼낸 것인데 과감히 포기한다고 하니 제 맘이 어땠겠습니까. 분양팀에 이미 돈까지 부쳤고 제가 원한 그 동, 호수도 정해서 계약서받고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갚아나가야 할 돈이 더 많지만 힘내서 잘 해보자는 와이프의 격려도 들었습니다. 뜨거운 무엇이 올라왔습니다. 내 집이 생겨서가 아니라 내 생애에 가장 소중한 여자의 배려와 그녀에 대한 사랑때문에...
와이프는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는지, 비가 오는데 나갔다온것 때문인지 감기에 걸려 콧물과 기침을 보입니다. 임신중이니 약도 못먹고 안타까운 맘에 맛사지를 해주려했는데 또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만 잤습니다. 한심합니다. 오늘은 꼭 해줘야 겠습니다.
아름답고 현명하고 사랑스러운 내 아내가 편안히 살 미래를 위해 전 최선을 다할거라 매일 다짐합니다.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기에게도 엄마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사람인지 이야기 해줄겁니다.
이 글을 와이프가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