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께...
서교동 2층짜리 주택 리모델링 전기공사 건...
그렇게 서교동으로 향했다.
70년대 지은 집 치곤 잘 지은 집이란다.
국군 장성 출신의 노부부가 살던 집이라 서인지 마당도 제법 갖춘....
큰 살구나무와 단풍나무, 향나무, 호두나무, 서울 도심에 보기 드문
작은 숲을 지닌 집을 모 출판 업체가 인수해 사옥으로 쓴단다.
일 시작한 첫날...주렁주렁 열매 달린 아름드리 살구나무가 베어진다.
정원을 파내고 담장도 헐어 주차장으로 사용 한다고
현장에 나와 있는 출판업체 간부가 말을 한다. 그래서 나무를 베고 흙을 퍼내야 한다고
적어도 30년은 넘는 나무 일 텐데……. 베어진 속살이 잘 익은 살구색이다.
맘이 편치 않다.... 나도 저 나무를 밴 사람들과 같은 편 아닌가....
25일 오픈 이라 모든 팀이 몰려 분주한 현장…….
나도 그들 속에서 분주 하다.
나무를 자르는 기계톱 소리 부분 철거에 사용 되는 전동 드릴 소리…….
그 소리에 묻혀 정신없을 때……. 낯선 소음이 귀를 자극 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새소리다.
도심 근처에 사는 까치도 비둘기도 아닌…….
잠시 후 남아 있는 몇 그루의 향나무와 단풍나무 주위를 처음 보는 새가
날아다닌다.
저게 무슨 새지? 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다.
두 마리다. 언뜻 보기에도 부부처럼 보이는.
수놈은 한때 유행 하던 바람머리를 하고 있다.
집이 오래 되서 아마도 이층 어딘가에 집이 있었나 보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린다.
철거하느라 집이 없어져 주위를 빙빙 도는 것이라고…….
도심 한 복판에 숲에서나 볼 수 있는 새가 살고 있었다니…….
TV 다큐 에나 나올 법한 …….
미안 하면서도 반갑고 신기했다.
이튿날…….출근 해보니 키 높은 향나무 두 그루가 베어져 있다.
숲이 없어진 정원은 그 들의 주검만이 흩어져 있다.
이제 남은 건 키 큰 단풍나무 두 그루와 호두나무 하나
그리고 바닥에 뒹구는 향나무 보다 조금 덜 생긴 향나무 한 그루…….
그리고 계속 주위를 맴도는 부부 새들의 울음소리…….
조금 덜 생긴 향나무를 자르려다 못 잘랐다는 어제의 그 간부가 말한다.
새집이 있다고……. 새끼 새 세 마리도…….
그래서 그렇게 주위를 맴돈 거였구나…….
새끼들을 보호하려……. 왜 하필 이런 곳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았니....
더 좋은 숲으로 가지…….
전에 그 나무 밑에 개집이 있었단다.
이젠 포식자가 돼버린 고양이들로부터 안전 하고
주위에 식당가가 형성 되어 먹이도 풍족하고.
그래서 그곳에 둥지를 튼 게 아닌가.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본다.
더구나 노부부가 살고 있던 터라 조용 하고 큰 나무가 정원 가득
했으니…….
새집을 꾸며 살려는 사람과 더부살이 하던 새들…….
사람의 눈으로 볼 땐 지극히 정당한 일일 테지만
세 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부부 새의 눈으로 볼 땐
따뜻한 보금자리를 빼앗는 악의 무리들이다…….
졸지에 철거민 신세가 돼 버린 새들…….
오늘 아침 신문에 오산 철거민들의 농성을 진압 했다는 기사가
앞면을 장식했다.
용역 업체 직원이 사망 할 정도로 격렬 했던 현장을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작전으로 10분 만에 진압 했다는…….
그리고 몇 장 뒤엔 독도에 살고 있는 조류들의 종류와 사진이 실려 있다.
그곳에 사는 새들을 아름답게 사진에 담아 친절한 글로 포장을 하여.
서교동의 주택 마당 못생긴 향나무 위에 사는 새들은
25일 전까지 퇴거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며칠 동안의 작업을 끝내고 다른 현장으로 옮겼다.
일하는 내내 그 들이 걱정 된다.
현장에 나와 있던 업체 간부도 25일 전까지 어린 새끼들이 자라서 날아갔으면 하고
쉬는 시간 말을 했었다……. 결국 그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말…….
이틀을 다른 현장에서 일을 했다.
저녁 퇴근 무렵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도면에 없는 추가 항목이 있어서 야간작업을 해야 한다는…….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쓰였는데……. 잘됐다.
밤에 하는 일이 걸렸지만 전화를 해 오늘 쉰다고 했다.
갑자기 그럼 안 돼지만.... 잘리면 말지 뭐…….
퇴근 길 도심은 어지럽다.
라이트를 켜고 길게 줄서 있는 차들의 소음…….
환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네온 싸인들…….
막히는 길을 피해 간다고 갔지만....그 시각엔 막히지 않는 곳은 없다.
저녁을 먹고 하자는 아버님의 말에 다 끝내고 먹죠...
밥 보단 녀석들의 안위가 더 급했다.
문을 열고 마당을 들어서니 전에 보다 더 많은 나무 동강들이
쌓여 있다.
어둠을 더듬거려 새집이 있던 나무를 찾았지만.... 없다....
이런....이..이...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철거민 10분 만에 진압…….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한 거야...그들을....
아직 어린 새끼들이 그 사이 커서 날아갔을 린 없고....
작업등을 켜니 그나마 남아 있는 나무들도 온통 가지치기를 당하고
한 쪽으로 옮겨 심으려는지 뿌리가 파여 있다.
남아 있는 나무처럼 잘생긴 나무 위에 둥지를 틀었음…….
철거 되진 않았을 지도 모르련만…….
사람이 제 살기 편 하려고 말하지 못하는 새의 가정을 해체 해 버렸다.
다섯 식구 한창 알콩 달콩 한 가정을.....
생각이 많아 서인지.... 일하다 상처가 났다... 얼굴에 작은 상처가...
옷소매로 피를 닦았다. 땀이 나서인지 쓰리다.
조심히 해 사다리 밑에서 아버지의 음성이 들린다.
예……. 피 냄새를 맡았는지.... 모기 때가 덤벼든다.
먹으려면 먹어라 썩은 피 뭐가 맛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