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32. 아나톨리아 이야기5 - 메블라나와 에페스 맥주, 이 부조화의 조화

투덜이 |2005.06.17 23:02
조회 455 |추천 0

파묵칼레에서 만난 할아버지 충고대로 콘야를 오긴 했는데, 내 여행 정보들을 뒤적이다 보니

콘야는 아나톨리아의 중심부로 터키에서 가장 보수적인 무슬림들이 사는 도시란다.   

이런…  시원한 옷 입긴 글렀군…

 

웃기는 건, 이렇게 가장 보수적인 무슬림 도시에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Efes 맥주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무슬림이 철저히 금하는 게 술인데도 말이다.   암튼, 콘야는 또한 이슬람 종파 중에

가장 신앙심이 강하다는 메블라나 교단의 본산지 이며 이 메블라나는 이슬람 수피교에 한

종파라고 한다.

 

여기서 잠시, 줏어 들은 상식에 의하면, 내가 알고 있던 수피이즘이라는 게, 어떤 특정 종교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고 신비주의 경향 같은거란다.   그래서 수피 교도는 수피 무슬림도 있지만,

수피 크리스찬도 있고, 수피유태교도 있고, 심지어 수피 불교도 있다는 사실 !  

 

이 수피 교도들의 공통점이 신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신비주의라는 것 같은데,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아랍의 남자들이 널찍한 치마를 입고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추는 수피 댄스가 바로 이 수피

교도들이 신을 접하기 위해 추는 종교의식 춤이며, 수피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메블라나 교단에서

추는 수피 댄스는 "데비쉬"라고 하는데, 남자들이 기다란 흰옷을 입고 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몽환적인 춤을 추는 것이 특징이다.  

 

일년에 한번 10월이라나 12월 이라나…  그때 전 세계 수피 교도들이 종교를 막론하고 콘야에 모여

수피댄스 경연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가 되면 콘야 일대에서 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고

전 세계에서 모인 수피 신도들이 몇일 동안 밤새도록 추는 춤은 안 봐서 모르지만 진짜 장관이라고

하더군.

 

내가 이 모든 잡상식을 줏어 듣게 된 것은 정말 우연히 만난 어떤 산적 아저씨 덕분이다.   메블라나에

대해 기대를 엄청 하고 콘야에 도착 해서 메블라나 박물관을 찾아 갔지만, 이런…  대 실망… 거긴

성지순례자들이 메블라나와 그 가족, 제자들을 참배 하는 곳 이어서 그들의 관 몇개와 생전에 썼다는

유물 몇개뿐이라 나 같은 비 이슬람 신도들에겐 볼 것이 하나도 없다.  그 뿐만 아니었다… 여긴 또

왤케 추운지… 전날까지 땡볕에 까맣게 구워졌던 내가 여기선 추워서 덜덜 떨고 있으니… 이러니

내가 빨리 늙지 않고 배기냐고요…

 

왕 기대 후에 대 실망을 앉고 밖으로 나와서 콘야 외곽에 있다는, 지금 현재도 신석기 시대 유물을

발굴하고 있다는 챠달효육이라도 갈까 싶어 어떻게 가는지 물어보려고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을

찾아 두리번거리니까 길 건너편에서 어떤 산적같이 생긴 아저씨가 손짓을 하며 뭘 찾냐고 날 잡아

세운다. 

 

난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혼자 많이 돌아다녔어도 험한 일 안 당한 이유는 모르는 사람들을 무지

경계했기 때문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 터라… 당근 무뚝뚝하게 투어리스트인포메이션 찾는다고

하니까 길 건너편 건물을 가리켜 준다.   대충 고맙다고 인사하고 길을 건너려는데, 이거 이거… 

터키에선 길 건너는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다…  신호등도 많이 없고 있어도 잘 지키지 않으니까… 

내가 길 못 건너고 질질 매는걸 본 그 아저씨는 내게 다가와 같이 길을 건너주고는 내가 사무실에서

볼 일을 다 보고 나올 때 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근, 내 성격에 부담스러워 이 아자씨를 우찌 떼 내나 고민하는데…  이 아저씨가 나보고 한국인

이냔다.  그렇다고 하니까 자기는 원래 여행가이드였는데, 몇 년 전부터 터키로 영화를 찍으러 오는

팀들을 상대하는 현지 코디네이터일을 하고 있단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영화를 찍으러 온 팀이 있어 자기가 안내를 한 적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 배우가

누군지 영 감이 안 잡힌다….  말 하는 거 보면 최민수 같기도 한데, 그 사람이 터키에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나 ????   암튼, 이 아저씨 왈, 자기는 다음달 다른 영화 팀이 올 때까지 휴가라서 심심 할

때면 이렇게 시내에 영어 안 까먹으려고 나 같이 혼자 다니는 여행자들 공짜로 안내해 준다고 하며

나보고 콘야에 얼마나 머무를 예정이냐고 묻는다.

 

사실, 메블라나에 대 실망한 나는 그날 저녁 버스로 콘야를 떠날 예정이었는데 이 아저씨를 믿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오후 버스표를 사 놔서 서너시간 후에 떠날 예정이라고 했더니, 그럼 꼭 봐야 할

곳이 있으니 빨라 따라오란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아저씨 덕분에 정말 짧은 시간에 콘야의 유명 유적지를 후딱 둘러보고, (근데,

콘야는 정말 하루에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만 시간상 시내 관광지만 시내 트램 타고 후딱

둘러 봤을 뿐...) 콘야 전체가 보이는 아름다운 교외 언덕에서 차도 얻어 마시고…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너무나 우연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횡재를 하게 된다.  덕분에 난 내가 궁금했던

메블라나와 수피에 대한 얘기를 아저씨한테 많이 듣게 돼서 너무 좋았다.

 

 

아저씨와 차 마시면서 세상 사는 얘기, 살아온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산적 아저씨 이름은 아흐멧이고

나이는 나랑 나이가 비슷했다.   그런데 아흐멧이 갑자기 너 눈동자가 갈색이네 그런다.  

 

내 눈동자가 갈색 이라고 ?  아닐걸, 검정색일거야 했더니 웃으면서, 뭐가 그렇게 바빠 자기 눈동자

색깔도 모르고 살았냐고 묻는다.  고개를 갸우뚱 하고 거울을 꺼내 보니 진짜 내 눈동자 색깔이

갈색이다…  우리야 다 눈동자 색이 똑같으니 당연히 검정색이라고 생각 했는데 햇빛아래서 본 내

눈동자는 정말 갈색이었다… 

 

우리야 누가 눈 색깔이 어떤지 신경 쓰고사는 사람 없으니까... 근데 생각해 보니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 가질 여유없이 살아 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남에겐 더더욱 무관심 했겠지....   

 

처음에 아흐멧을 경계하느라 믿지 못했던 건 정말 미안했지만, 그도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이정도

조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 했는지 고맙게도 그다지 기분 나빠하지 않고 괴레메로 가는 날 위해

괴레메에 잘 아는 호텔 주인을 하나 소개해 줬다.  아마 자기 얘기 하면 자기랑 같은 rate로 묵을 수

있을거라고.

 

참, 콘야는 그다지 보수적인 도시가 아니었다.   도리어 좀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라고 말 하는 게

옳은 거 같은데, 아마도 엄격한 메블라나 교단의 본산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